영원한 라이벌! [3]

외론 별·2006. 8. 8. 오후 7:42:25

뜻이 있으면 하늘도.....

 

 

조카 며느리는 매우 상냥하고 멋진 미인이었다.

그랬으니 부모 형제들을 등지며, 단호히 그 길을 간 것이 아니겠는가?

그 점은 나도 충분히 공감하며, 전적으로 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창은 미남형인데다 대학출신.

가만히 있으면서, 제발로 찾아 오는 아가씨들을 고르기만 해도 되는데 반해.

나는 추남에다 학벌도 떨어져, 애초부터 가당치도 않은 무모한 욕심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리 포기하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

힘들어도 내 자신을 위한 것, 한 평생을 같이 살고 늙을 배우자가 아닌가?

난 부모님의 강경 반대를 물리친 창이, 탁월한 선택이었고 잘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긴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했다.

창에 비해 결혼 조건이 모두 다 형편 없는데, 그래도 무조건 도전하여 옳은 일인가?

 

젠장맞을! 해 보자! 

대붕을 잡지 못하면 학이라도 잡을 터!

한번 해보지도 않고, 말죽거리부터 머리 쳐 박고 엎드리는 것이 잘하는 짓인가?

 

 

언젠가 식품회사인 M사 앞을 지나다가, 엄청난 아가씨들을 본 일이 있었는데.

퇴근시간인 듯,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아가씨들이 모두 멋지고 예뻤다.

M사는 당시 국내 굴지의 대회사로서, 입사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그 회사에 다니는 하숙집 선배 말에 의하면.

그 공장 직원이 약 2천명이며, 아가씨들만 4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몇년째 근무중이라는 그 선배의 월급은, 개인회사인 나 보다 훨씬 적었다.

 

그래도 상대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어렵다는 입사를 어찌 해야 하나?

소위 빽이 없으면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던데.....

설령 어렵게 연줄을 잡아 이력서를 넣어 봐도,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 이력서라고....

 

일단 M사 퇴근시간을 기다려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전에 본 그대로, 멋지고 예쁜 아가씨들이 끝 없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입사부터 하고, 다리 꼬아 내게 넘어지게 하는 건 나중에 연구해도 된다.

 

그날 저녁 정성을 기울여, 이력서를 작성하여 선배에게 부탁.

현재 놀고 있는 건 아니니까, 반년에 안 되면 1년도 좋으니 기다리겠다고 했다.

선배는 잠시 난처해 하더니, 접수는 시켜 주겠다며 받았는데.....

 

그런데 선배가 퇴근하자 마자 내 방으로 날 찾았다.

그리고 이력서 내용들이, 모두 거짓 없는 사실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어떤 내용을 의심하는지는 모르나, 난 물론 거짓을 쓴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내일 인사계장을 만나 보라고.

조금의 거짓 없이 모두가 사실이면, 계장이 면담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직장 일이 바빠서, 도무지 낮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겨우 M사 퇴근시간 직전에 도착하여 김계장을 찾았다.

김계장은 운전 명허증을 보자 하더니, 그 자리에서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어제의 내용을 잘 알기 때문에, 그대로 쓰는 것이 어려울 건 없었다.

 

계장은 나를 인사부장에게 데리고 갔다.

50대 후반쯤 근엄한 타입의 부장도, 한가지 더 확인해도 되겠는가 물었다. 

뜻 밖에도 바둑 1급이 사실인가 물으면서, 옆방으로 나를 안내하는 것이었다.

 

이력서 취미란의 바둑 1급, 그 기력은 기원에서도 인정하는 완전한 실력이었다.

방은 별로 크진 않았으나, 훌륭한 소파와 탁자에 고풍의 바둑판이 있었는데.

부장은 백통을 나에게 밀어 주고, 흑통을 잡더니 먼저 돌을 놓았다.

 

부장과 나는 두판을 두었다.

첫판은 사뭇 긴장하여 두었지만, 두번째는 분위기가 편해져 부담 없이 두었다.

부장은 나 보다 한 급수 아래, 그러나 몇집 지고 이기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이상이 내가 25년을 근무했던 M사의 입사 스토리이다.

그리고 목적한 결혼상대 찾는 일은 실패했는데, 전에 소개한 바 있으니 생략.....

부장이 베테랑 운전자, 그리고 바둑 고수인 나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다음 날 입사하여, 전의 직무와 같은 자재과로 일단 배속 받았지만. 

내 본 업무와 상관 없이, 부장은 사원 연수교육 때마다 언제나 나를 불러 냈다. 

그는 운전면허가 없었고, 교육기간 내내 회사와 연수원을 동시 출근했던 것이다.

 

부장은 M사 회장과 먼 친척 뻘.

그런데 정년이 가까운데도, 어쩐 일인지 중역 발령이 없어 불만이 많은 듯 했다.

결국 입사 1년만에 부장은 정년 퇴직했다.

 

부장외에 고위 간부중에 나의 바둑 친구?는 또 있다.

여하튼 뜻하지 않게 부장과 친하게 지낸 탓에, 좋은 일도 있었지만 안 좋은 일도....  

부장 퇴직 후, 직속상사인 자재과장이 나를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나, 그 과장은 나를 미워하는 눈치가 역역했다.

난 부장에게 어떤 말도 한 일이 없었고, 또 부장 역시 물어 온 일도 없었다.

그런데 부장이 나가고 나니, 노골적으로 나를 미워하는 것이었다.

 

난 그 무렵 결혼 상대 찾기에 실패하여 낙심천만 해 있던 상황.

안 그래도 마음이 울적해 죽겠는데, 견디다 못한 나는 바둑의 초 강수를 던졌다.

원래 내 성격에 맞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던 행동을 해 버린 것이다.

 

당시 공장장은 상무급 중역.

자주는 아니지만 난 그분의 바둑 상대, 그분이 약간 강했다.

사직 인사로 공장장을 찾아가, 사정상 그만 두게 되었다고 말해 버린 것.

 

조금은 나를 알고 있던 분이라 구체적 이유를 물었다.

난 그냥 조용히 가고 싶다고만 했는데, 그분은 대뜸 감을 잡고 기다리라 했다.

다음 날 자재과장이 나를 부르더니, 마지 못한 말로 오해했다며 사과를.....

 

이렇듯 회사생활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애로가 많았다.

그리고 결국 중간 간부들의 경계대상 0순위 인물로 찍혔는데.

그때 난 쫄병이라 잘 몰랐지만, 누군가 나를 악질적으로 모함하는 것 같았다.

 

그런 중에도 가끔 창의 집을 찾았다.

그동안 예쁜 첫딸을 낳았는데, 창에게는 딸 이지만 내게는 손주 딸 아닌가?

거참, 그 손주 딸을, 창보다 내가 더 예뻐하고 귀여워 했는지도.....

 

그런데도 고향집에선 계속 얼음장 처럼 차가웠다.

그러나 처가에선 어쩔 수 없었는지, 결혼식을 올리라고 허가를 해 주었다.

그리고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정식으로 결혼식까지 올려 준 것이다.

 

이때 창과의 바둑은 단연 내가 우위였지만.

그러나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혼 문제에선, 나의 완전 KO패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완전 결판난 것은 아니며, 7전8기란 말이 있지 않은가?

 

아직 결혼은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일.

그런데 나는 나이만 자꾸 늘어가고, 창은 더 나아가 조그만 집을 구입했다.

구입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 하여, 난 군말 없이 거금을 빌려 주기도....

 

중반의 전적은 표면상 1대1 무승부, 그러나 질면에서는 비교가 안 된다.

그리고 내가 방황하며 바둑을 멀리 하고 있을 때, 창은 다시 바둑에 열중하기 시작.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까맣게 잊고 지냈던 꽁이......

 

명절 고향에 들렸다가, 그의 실력이 막강함에 크게 놀랐다.

서로 엇 비슷한 맞수였지만, 어쨌던 2 대1로 졌으니 기절초풍 하고도 남을 일.....

그런데 더 크게 놀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꽁이었다.....

댓글 4

박요한·2006. 8. 10. 오후 5:20:24

저도 33에 뒤늦게 결혼했는데.... 바둑은 이기고 인생은 지다?? ㅎㅎㅎ 지금생각하면 결혼 하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건가???

외론 별·2006. 8. 11. 오후 8:02:35

결혼이 매우 늦으셨군요.. 전 34세에 했습니다. 바둑 이기고 인생을 지면 모두 진 것이지요..^^ 바둑은 인생의 일부에 불과하니까요...인생을 이기기 위한 바둑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전...^^

박요한·2006. 8. 12. 오전 10:12:49

그래도 바둑 유단자들을 보면 어쩐지 철학적이고 인생도 달관한 선인 같다는 존경심을 갖습니다. 비록 가족 특히 마눌님이 불만 스럽게 생각하더라도. 바둑 고단자... 인생을 달관하고 이기신 仙人들이십니다^^* 한가지를 보면 열가지를 아는 법.

외론 별·2006. 8. 12. 오후 9:30:08

그런데 그런 분들도 더러 계시지만.. 대개는 아닌 거 같더라구요 제가 아는 바로는...머리도 바둑 따로이지 공부까지 잘하는 것도 아니고...암튼 고스마님이 올리신대로 노년 치매에방에 특효? 그리고 회사생활 할 때 하루 이틀 밤새기는 보통이었어요..정신 말짱한 상태로....그래서 뱀새기 고스톱 아주 유리합니다..^^ 즉, 정신 집중 훈련이 엄청 강하게 되는 거지요...^^전 옛날 며칠간 주야로 밤을 새우며 둔 일도 많았어요..^^ 한마디로 완죤히 미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