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2]
산 넘어 또 산!
옛말에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그후 직장을 옮기게 되어 하숙집도 옮겼는데, 바둑에 미친 집주인을 만난 것이다.
난 당시 4~5급을 두고 있었고, 주인은 거의 1급과 비슷한 강 2급.
당연히 상대가 안 되는데도, 주인은 퇴근해 오면 꼭꼭 나를 불렀다.
직업이 전당포 감정사라서, 자리를 뜰 수 없으므로 자유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매일 같이 바둑책을 연구하면서, 나를 통해 시험하기를 즐기는 것이었다.
물론 4점짜리 접바둑이었고, 나로선 고수에게 교육을 받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 집에 있었던 약 10개월 동안, 나의 기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
처음 4점의 접바둑이, 맞바둑인 호선의 흑까지 따라 붙었으니 알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또 직장 상사를 따라 회사를 옮겨야 했다.
새로 옮긴 직장은 번화한 곳이어서, 기원이 곳곳에 많아 그게 또 좋은 기회가 되었다.
퇴근 후의 시간은, 특별한 일 없으면 기원에서 보냈음은 물론이다.
기력을 많이 키웠으면, 키재기(실력 대결)를 해 보고 싶어 지는 건 당연.
이번엔 내가 먼저 창에게 연락을 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안부 몇마디 후, 다짜고짜 기원으로 직행한 것은 이상할 게 없다.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
한판을 두고나니 이번에는 창이 그만 두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는 그동안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느라, 전혀 두지 못했다며 게임을 포기했다.
나도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서로 거리가 너무 멀어 평일엔 어려운 상황, 주로 주말에만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 창은 같은 부서 여직원과 교제 중이므로 보나마나 뻔한 일.
창이 짧은 시간에 날 잡기 어려움을 확인한 이상, 나도 급히 서둘 일은 없다.
마침 오랜기간 교제하던 여자친구와 혜어지고, 모든 것을 때려치 듯 지내고 있을 때.
창에게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교제하던 아가씨와 갑자기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이 너무 이르다며, 고향집에서 극열 반대하여 고민이 태산이라고.....
자신을 돌봐 주던 누나도 역시 펄펄 뛰고.....
그러나 20살 순정 처녀와, 27세 고집 청년의 활할 타는 불을 누가 끄겠는가?
오히려 작은 절간을 찾아, 말 그대로 달랑 물 한그릇 떠 놓고 식을 올렸다는 것이다.
거참,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런 결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콧구멍 만한 삭월세 단칸방을 얻어 지금 신혼 중....?
저런... 세상에 !!!
난 외식 예정을 바꾸어, 절대 안 된다는 신혼방 구경 좀 하자며 다구쳤다.
창의 신혼방은 허름한 개인집 처마를 이어 낸 골방.....
아무것도 모른체 바둑만 생각하며 만났던 터라, 나는 무엇하나 준비한 게 없었는데.
방도 그렇고, 방에 앉아 빤히 보이는 부엌도 텅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 부부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어도, 누나와 부모에게 모두 드려 무일푼이었던 것.
콧구멍 한달치 삯월세도 직장 친구에게 빌렸다고......!
난 그 정경에 콧등이 찡하여, 도저히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창은 그래도 오랜만이니 한수 하자며 바둑판 먼지를 닦는데.
나는 잠간 같이 나갔다 오자며 창을 끌고 나갔다.
많은 건 아니지만 예금을 탈탈 털어 건네 주며, 당장 필요한 것을 사라고 명령했다.
20살의 어리디 어린 예쁜 조카 며느리....
집안 아저씨가 왔다고 뭔가 챙기려는 눈치지만, 아무것도 없는 부엌에서 무슨....!
창은 완강히 사양했지만 내 성질을 아는지라, 결국 받더니 곧장 집으로 갔다.
그리고 셋이서 함께 시장을 보는데.
재래시장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겨 3륜 소형용달에 실었다.
그런데 절반 돈으로도, 제법 한차가 되는 것이었다.
남은 절반으로 쌀과 연탄을 샀다.
고기도 조금 사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솜씨로 요리하여 치른 그 날밤의 축하파티.....
그때 맛 본 묘한 음식 맛.....난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거참! 창의 신혼이 행복일까? 불행일까?
양쪽 어른들의 추상 같은 반대를 고집한 결혼이어서 양가에선 아주 냉정했다.
양가 부모들은 형제들의 접촉도 막았음은 물론이다.
출입자는 나 하나.
그리고 중 고생 어린 처제들만 부모님 몰래 드나들고 있었다.
직장 동료들은 창피하다며 두손 들어 일체 방문사절.....
나는 물론 시간만 나면 찾았는데, 갈 때는 뭔가 한가지라도 꼭 준비하여 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임신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굶어선 안될 일, 뭔가 먹을 것을 부족하지 않게 챙겨야 할 것 같았다.
직계는 아니지만 27살에 손주라니....^^
그 조카며느리는, 창이 질투할 정도로 내게 잘 해 주었다.
대개의 여자들은, 남자끼리 장시간을 보내는 바둑을 매우 싫어 한다.
담배 연기만 자욱히 뿜어 댈 뿐 재미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난 여러집을 다녀 봐서 그것을 잘 아는 입장.
그런데 이 예쁜 조카 며느리는, 내가 가면 언제나 예스요, 오케이며 띵호와였다.
어쨌던 바둑은 창보다 내가 훨씬 강했다.
그러나 창이 먼저 결혼한데다, 저렇듯 멋지고 예쁜 여자와 했다는 그것이.....!
늦는 건 괜찮지만 마음에 꼭 드는 상대 찾기, 그게 어디 바둑처럼 되는 일인가?
그거 참, 그동안 생각도 못 했던, 엉뚱한 골칫거리가 또 생긴 것이다.
내 상대 역시, 조카 며느리와 대등하지 않으면 안 될 일.
더구나 친척이라서, 죽을 때까지 계속 비교되는 입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문제는, 노력하면 가능한 바둑과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나는 그 때부터 신경쓰지 않았던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해야만 했다.
ㅡ< 계속>ㅡ
댓글 6
창작 같기도 하고.... 아무리 친하다지만 그나이에 자신의 예금을 털어 준다는 것 쉽지 않은 일... 저같으면 어림없습니다.ㅎㅎㅎ
그런데 이곳 꼬리글은 좀 형태가 독특합니다. 꼭 이름과 비밀 번호를 넣어애 하는 것이..ㅎㅎㅎ
비실명 게시판이라서 그렇답니다. 그리고. 저쪽 왼쪽옆에 보시면 "사람과 자연"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가보시면 "외로운 별"형님이 누구신지 바로 아실수 있답니다..^-^
에~고..억울혀라... 전 부ㄹ아ㄹ 친구라서 우정 때문에 그리 한 것인데...암튼 그만큼 제가 엉터리? 없는 행동을 했다...그 말씀이겠지요..^^
끼익 아하 그분이셨구먼요.ㅎㅎㅎ 어쩐지 어쩐지... 엉터리 없는 행동이 아니라 저같은 범인은 못할 일이라는 것이죠... 아무튼 마지막 실화라 결론이 맞는 듯 합니다.ㅎㅎㅎ
??? 외론 별.. 지를 요한님이 아신다구여?? 아시기 어려우실텐뎅용?? ^^ 암튼 거의 90% 이상은...저의 회고록 일부니까...남어지 10%는 기억력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실과 틀릴 수 있구요.. 허나 뭐 중요한 내용들은 거의 100% 맞으니까.. 전 어려서부터 상당히 고지식 했으며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했어요..한번 파고 들면 끝장을 내려는 집념이랄까 고집도 쎘고...그건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