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평화 [9]

그림자·2006. 11. 3. 오후 6:07:21
 
힘들게 여기까지 가까스로 끌고 왔는데, 넷째 하나 때문에 무너뜨릴 수는 없는 일.  
막내를 중심으로, 조금씩 화해의 기운이 싹트고 있는 상태 아니던가?
막내는 셋째에게 소독기계를 사 주면서, 형수 혼자 힘들테니 가능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 했었다.
그리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주 돕는다고 했다.
 
 
맏형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므로 문제는 넷째였다.
친구는 나의 조언대로, 살기 위한 방편이라 도운 것이며, 먹고 사는 일은 돕기 어렵다며 거부했다고.
열심히 일하면 어쨌던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지 않은가?
섭섭해 하는 넷째에게, 형의 아들이 어려워 대학을 못 간다면 그것은 도와 주겠다며 달래서 보냈다.
 
 
그런 어느날, 군생활하던 둘째 형 아들이 휴가를 왔다며 들렸다.                      
조카는 그동안 막내삼촌이라 했었는데, 작은 아버지라 호칭하며 갑자기 큰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도와주어 너무 고맙다고, 그러면서 뜻 밖의 질문을 했다.
형제간이라 해도 그렇게 돕기는 어려우며,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조카에게 말했다고 한다.
만일 내가 네 아버지처럼 일찍 가게 된다면, 그때는 힘들어도 네가 내 자식들을 도와 주라고.
난 물론 그것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며, 너도 좀 더 지나면 동기간이 어떤 것인지 알것이라 했다.
그리고 부모들이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이, 너희 4촌들끼리는 제발 잘 지내라고....
 
 
친구가 그렇듯 힘들게 노력한 덕분인지, 별 문제 없이 평온해 졌다.
넷째만 어렵다며 왕래를 못하고 있었을 뿐, 다른 형제들은 가끔씩 부친에게 인사드리러 올라왔다.
그리고 명절과 부친 생신 때도 거의 참석하여, 다소 어색한대로 즐겁게 보내다 내려갔다고.
그렇게 목적한 평화를 거의 찾은 상태에서, 맏형이 부친을 모시겠다 하면서 문제가 또 생긴 것이다.
 
 
맏형은 아들만 셋이었는데, 결혼전이라 삼형제가 집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이었기 때문에, 부친을 친구가 계속 모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은 아들이 어려서 그랬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컸으니 맏형이 모시겠다고 했다.
어쨌던 부친을 모시는 일은 좋은데, 문제는 형수도 없고 며느리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그것 보다 맏형의 도를 넘는 성격이었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말과 행동이 거슬리면, 그가 누구든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먼저 둘째 형수가 자진하여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맏형과 크게 싸운 일이 있었던 넷째는 꼴도 보기 싫다며 출입 금지를 당했다.
 
 
그 때문에 친구가 맏형에게 항의를 했다.
그 결과 막내까지 출입금지 당하여, 그후 10년 넘도록 부친에게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물론 명절과 생신 때도 갈 수 없었다.
명절 때 몇번 가족들과 내려 갔었지만, 번번히 대문도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올라와야 했다.
 
 
친구는 결국 명절 때마다 둘째 형 집으로 갔으며, 그러나 그곳도 한동네 사는 넷째가 불참했다.
한마디로 친구가 노력한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되고 만 것이다.
그동안 친구가 형제들에게 쏟은 열정은 눈물겨운 것이지만, 막내에겐 그 벽이 너무도 높았다.
한 가족의 평화에, 부모와 맏이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나는 친구를 보며 통열하게 절감했다.
 
 
그후 친구는 복학한 큰 조카의 등록금도 대 주었으며, 막내 딸 하나만 자신들이 대학을 졸업시켰다.
그리고 그 조카와 막내 딸 조카는, 친구 집에서 직장에 다니다가 결혼하여 나가기까지 했다.
친구는 그 때부터 자신의 자식들 돌 보기에 바빴고, 직장 일도 점점 많아져 정신 없이 지냈다.
하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친구에게 전화 한번 주는 가족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친구는 말했다.
욕먹고 사는 형제들도 있는데, 최소한 자기에게 욕하는 형제는 없지 않겠느냐고.
자신이 한 일에 후회는 없으며, 다만 모든 것을 참고 이해해 준 마누라가 고맙고 미안할 뿐이라고.
그는 당시에 빚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살던 집을 팔고 전세를 살아야 했었다.
 
 
지금 그의 아파트 배란다에는 포도나무가 멋지게 가꾸어져 있다.
아마도 여러분들은 포도나무 분재는 본일이 없을 것이다.
분재라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큰 화분에 심어진 그 나무는, 내가 아는 것만 해도 10년이 넘었다.
그것은 물론, 주택에서 이사할 때 가지를 잘라 심어 키운 것.
 
 
아무래도 나무가 너무 커서 배란다에 꽉 차면, 아파트 정원 한 옆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화분에 다시 가지를 꺾꽃이 하여, 배란다에서 멋지게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중 한나무를 잘 관리하여 멋지게 손질 했는데, 이제 그는 전문가가 다 된 샘이다.
그는 그동안 몇번을 이사했는데, 그가 살 때마다 정원에 심은 포도나무는 어찌 되었을까?
 
 
포도나무 화분에는 다른 화분에 없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그 이름 '형나무'
그것을 보는 사람들마다, 청포도를 형포도라 잘못 썼다며 놀린다던가....
친구는 그 때마다 쓸쓸히 웃는다는데, 아마도 이름이 정확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 뿐일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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