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평화 [8]
그림자·2006. 11. 3. 오후 6:05:47
친구 둘째 형의 발병부터 운명까지를 자세히 썼는데.
둘째 형 가족들에게 쏟은 친구의 열정은, 그 사연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매우 어려운 처지였음에도, 둘째의 불행을 계기로 가족 화목을 찾으려 노력한 것이었다.
그리고 잘 풀릴 것 같았던 친구의 바램은....
둘째 형의 병원비와 장례비는 약 400만원 정도.
막내가 변두리의 40평 단독 주택을 2천만원에 구입할 때였으니, 매우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장례식 부조금과 형제들이 보탠 총액이 약 100만원, 300만원은 일단 막내가 빚을 내어 부담했었다.
맏형은 마침 현금이 없어, 마련하는 대로 100만원을 막내에게 주기로 했었고....
그런데 한달쯤 지난 어느날 맏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고향에 들렀다가 둘째 형수와 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든 둘째 문제는 손을 떼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라는 내용이었다.
막내에게 주기로 한 것도, 막내에겐 미안하지만 해줄 수 없다고....
그렇다면 둘째 형 아이들 교육비도 뻔한 일.
친구는 너무나 괴로운 마음에 고향에 내려가, 맏형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형들에게 물어 보았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갑자기 과부가 된 형수가 맏형을 원망한 때문 같다고....
친구는 형수에게 들리지 않고, 그 길로 혼자 형 산소를 찾았다.
그리고 얼마전 태풍에 상한 잔디를 고치면서, 몇시간 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만일 형의 영혼이 있다면, 지금 자기의 어려운 형편과 괴로운 심정을 잘 알지 않겠는가....
어쩜 죽어 땅속에 뭍히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일까.....
맏이가 되어 죽음을 앞둔 동생에게, 그것도 스스로 염려 말라며 약속한 것이 불과 두달 전.....
친구는 형 산소에 엎드려 울면서 맹세를 했다고 한다.
자신도 언젠가 죽어 그 산소 근처 어딘가에 뭍힐텐데, 그때 형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겠노라고....
즉, 자신의 몸에 사지가 붙어 있는 한, 형과의 약속은 틀림없이 지키겠다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근처의 어머니와 큰 형수 산소에 들러, 동기간들의 화목을 위해서이니 제발 도와 달라고....
친구는 원래 매우 부지런 했으며, 일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했다.
하지만 집 구입시에 진 빚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그것과 300만원의 이자만 해도 부담이 너무 컸다.
그러나 친구는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그 해가 바뀌어 년초 어느날, 둘째 형 고3인 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학을 가고 싶다며 보내 달라는 내용.
왠만큼 잘 살아도 쉽지 않은데, 둘째 형 형편이면 딸들은 대학이란 말도 꺼낼 수 없는 입장....
먼저 큰 아버지에게 전화했었는가 물었더니, 그런 전화는 하지도 말라 하더라고 했다.
친구는 일요일에 내려가겠다 하고 그때 상의해 보자고 했다.
조카는 교육대 영문과를 지원하겠다고.
그런데 당시는 교원적체가 극심하여, 몇년씩 기다려야 발령받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대학 4년에 또 기다려야 하는 기간까지....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는 결혼하기도 바쁜 나이, 집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
친구는 고향에 내려 가 조카에게 말했다.
먼저 대학과 결혼 혼수비용 중 양자 택일하라고, 조카는 즉각 대학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럼 3년제 간호대학을 나와 바로 취직하여, 오빠와 동생을 돕는 것이 형편에 더 맞지 않느냐고.
큰 아버지가 돕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진로를 바꾸라고 권했다.
그래서 조카는 간호대학에 입학을 했다.
사정이 몹씨 어려웠지만, 친구는 조카 등록금 전액을 대 주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몇달 후 여름에 셋째 형이 올라왔다.
오랜만에 부친에게 인사차 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남의 과수원을 맡아 농사를 짖고 있는데, 매일하는 소독이 너무 힘들어 농사를 망치겠다고....
밭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으므로, 원동기 형의 소독기계가 꼭 필요하다며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계 값이 얼마인가 물으니 40만원 정도라 했다.
친구는 다음날 1년 농약 값까지 50만원을 보내 주었다.
마침 조카에게 보내려던 2기분 등록금을 마련해 둔 것이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미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넷째가 왔다.
아이들 하고 지내기가 힘들어 죽겠다며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작 어려운 것은 자신인데, 돕지 않아도 잘 지내는 다른 형제들만 돕는다며 원망했다.
친구는 그날 저녁 나에게 술을 사달라고 했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면서 왠 술이냐 했더니, 오늘은 아무래도 흠뻑 취하고 싶다고....
겨우 맥주 한컵에 얼굴이 붉어진 친구는, 이제는 지쳐서 모두 다 때려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는 말처럼 때려 칠 위인이 아니었기에, 나는 쓸데 없는 소리 말라며 다독거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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