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평화 (6)

그림자·2006. 10. 29. 오후 5:57:22
그는 어느날 나에게 말했다.                                                             
가족회의 때문에 고향을 다녀와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처음에 그는, 복잡하고 불화한 가정사에 대해 말하지 않았었다.
그것을 알게 된 것도, 그의 결혼식에 형제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그 까닭을 물었던 때문이었다.
 
 
그는 너무도 창피하여 그랬다면서 자세히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왕지사 털어 놓은 일이라며, 그 뒤부터는 문제 있을 때마다 나에게 조언을 요청했었다.
나는 그에게 부친을 모시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다.
친구도 부친을 원망하고 있었는데, 원망과 부친이 굶는 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아내에게 상의를 했었다고.
크게 거부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형님들이 많은데 꼭 모셔야 하는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라는데....
그래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던 늙어 힘 없는 부친을, 여러 지식들 모두가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친구를 나무랬다.
 
 
친구는 고향에 내려가 부친을 모셔왔다.
어린 자녀들은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하며 따랐지만, 친구 부인은 아무래도 불편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가끔 들릴 때는 물론, 전화를 걸어 참으로 좋은 일 한다면서 친구 부인을 자주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친구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말고 하루에도 몇번씩 해 주라고 권했다.
 
 
친구가 부친을 모시면서, 일단 형제간 불화는 진정되는 듯 했는데.
그러나 장남은 떨어져 살아 모르지만, 둘째부터 넷째는 같은 지역에 살면서 불화가 그치지 않았다.
제일 문제는 둘째의 부인이었는데, 가만히 있지 않고 장남과 셋째 넷째를 항상 험담한다는 것이다.
법도를 무시한 장남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들을 욕하며 비난하는 셋째와 넷째도 불만스러워 했다.
 
 
그들은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을 꺼려하여, 명절 때와 부친 생신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마다 섭섭해 하는 부친을 생각하며 친구가 불평했지만, 나는 신경쓰지 말라며 친구를 말렸다.
옛날부터 있어 온 해 묵은 불화인데, 그것이 쉽게 풀어지고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냐면서....
더구나 모두가 손 위의 형님들인 것을, 막내가 감정적으로 나가선 안될 일이라고.
 
 
그런데 어느날 거의 잊고 지냈던 누나가 찾아 왔다.
그동안 출가한 딸과 지냈었는데, 딸이 먼 지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지낼 곳이 없게 되었다고....
조그만 방 하나면 되니까, 어렵겠지만 꼭 좀 얻어 달라고 했다.
당시 친구는, 부친 때문에 더 넓은 집을 구입하느라 빚을 많이 진 상태였다.
 
 
그랬지만 누나의 불행을 마음 아파하던 친구는, 아내 몰래 무리를 하여 방을 얻어 주었다.
그리고 나니, 누나의 딸인 조카가 또 찾아 왔다.
먼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데, 조금만 더 보태면 셋집이 아니라 내집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갚을 터이니, 집 구입에 부족한 돈을 빌려 달라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도 그렇지만 동기간에게 돈을 빌려 줄 때는, 아예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누나는 그다지 큰 돈이 아니었지만, 조카는 제법 큰 돈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그 조카에게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기억들이 많았는데....
 
 
그 조카가 어려서 외갓집이라고 찾아 올 때마다, 부모와 달리 형님들은 냉정하게 대했다.
누나의 사정이 어려워 가끔씩 오랜기간 머물면, 구박이 매우 심하여 아무도 모르게 많이 울었었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선 어떻게 지내는지도 몰랐고, 더구나 결혼한 것 조차도 모르고 지내던 터였다.
그 조카가 갑자기 나타나, 막내 외삼촌 밖에 말할 곳이 없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 친구는 결국 또 아내 몰래 도와 주었다.
그동안 외갓집이 너무 어려워 그랬던 것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말고 마음을 풀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누나에게 방 얻어 준 것은 그후 돌려 받지 못했다.
그러나 조카는 매월 얼마씩, 비록 푼돈이긴 했지만 장기간에 걸쳐 원금은 모두 보내 왔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에게는, 또 다른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둘째 형님 내외가, 갑자기 밤차를 타고 새벽에 올라 온 것이다.
몸이 이상하여 인근의 큰 병원에 갔더니, 서울 더 큰 병원으로 가라며 소개장을 써 주었다는 것....
덜컥하는 마음으로 소개장을 보니, 영어가 아니어서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때는 바쁜 농사철인 4월 중순.
분명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었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 병원은 서울에서 제일 큰 A급 병원, 흉부외과 모박사를 찾으라 했다는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로 그러느냐는 부친에게 얼버무리며, 빨리 날이 새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는데.....
 
 
 
 

댓글 2

방랑자·2006. 11. 3. 오후 5:23:51

좋은 분이네요. 친구분, 하느님의 은총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습니다....인생은 어렵네요. ㅠㅠㅠ

그림자·2006. 11. 3. 오후 9:38:04

그렇습니다. 그 친구 정말 좋은 친구지요.. 그래서 수십년 째 아무 탈 없이 친하게 잘 지내는 것입니다만...그 친구 아이들은 저에게도 그냥 아버님이라고 부를정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