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평화 (3)
형수님의 49제를 마치고, 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며느리가 선포를 했다.
아니, 선포는 아들이 했지만, 그건 아들의 생각이 아니라 아내 대변인 노릇을 한 것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형님도 있었고, 딸들과 사위들 모두가 있었다.
그러니까 49제를 치르고 자연스례 가족회의가 열린 것.
아들은 먼저 장례와 49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누나들의 많은 도움에 고마움을 말하고 나서.
앞으로 누나들은 자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다고.
제사와 기타 집안 행사 때나 와 주면 되며, 대신 아버지는 잘 모실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그것은 모두가 생각지 못 했던 말이었다.
어떻게 누나들과 자형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출가한 누나들이 자신들을 얼마나 돕고 있었는지, 누구 보다 잘 아는 막내 내외인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다섯 딸들과 자형들의 마음은 어떠 했을까?
그리고 능력도 없는 막내가, 어떤 방법으로 아버지를 잘 모신다는 것일까?
딸들이 많아서 그렇지, 딸 다섯 모두가 매일 들락 거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너무 일찍 돌아 간 엄마의 아쉬움 때문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더 잘 모시고 싶은 딸들이었다.
물론 자신들이 직접 모실 수도 있지만, 엄마의 체취가 물씬한 친정집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며, 딸들은 그저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큰 사위가 어이 없어 하며 물었다.
그것이 처남의 진정한 마음이고 바램인지, 아니면 처남댁의 생각인가를.....
그랬더니 두사람 다 똑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아버지가 계신데, 아무 때나 뵙고 싶을 때 오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 따지고 들었다.
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출가를 했어도 똑 같은 자식인데, 오지 말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그동안 친정을 위해 힘껏 노력했는데, 동생한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들어야 하느냐 따졌다.
하지만 아들은, 이유는 더 묻지 말고 그렇게 해달라는 말만 했다.
결국 형님이 나서서, 그 말은 없었던 것으로 하라고 호통을 쳐 끝났다는데......
딸들은 지금 계속 드나들고 있지만, 사위들은 제사와 명절 때 외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딸들이 오는 날은, 며느리는 밤 늦거나 아침에 일찍 나가 가능한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던가....
그러니 친정에 와도 편하지 않고, 마음만 더욱 썰렁하여 엄마 생각만 더 날 뿐이었다.
그래도 딸들은 집에 돌아 가면 또 금방 오고 싶다고.....
그런 것을 보는 형님 역시 편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딸들과 통화를 하면서 지낸다고.....
그런데 또 문제는, 아들이 형님에게 돈을 자꾸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툭하면 생활비가 없다고 사정하니, 대체 이럴 때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딸들은 용돈을 주고 가면서, 절대 아들에게 주지 말고 맛 있는 것을 사 드시라고 했다.
만일 막내에게 주면 다시는 용돈을 드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노인이 그 돈을 펑펑 쓸 수 있겠는가?
형님의 통장은 불어 났고, 그것을 아는 아들은 생활비가 없다면서 내 놓으라는 것.
형님은 아들이 하는 짓이 미워서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돈이 없어 절절매는 아들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파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놀고 있어, 며느리 수입만으로는 대학과 고교생인 손주들을 감당 못할 것은 뻔한 일.
그렇다고 딸들과 약속을 저버리기도 어려웠다.
딸들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그럴 능력도 없고 형편도 못되면서, 어떻게 누나들을 싫어하며 출입을 막느냐고.....
누나들이 저그들 뒤에서 생활비나 대 주는 봉이냐면서, 정신 차리게 하려면 절대 주어선 안 된다고.
정신 못차리는 동생을 바짝 차리게 하려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꾹 참고 모른체 해야 한다고......
나는 형님 사정을 왠만큼 알고 있었던지라 훤히 이해가 되었다.
옛날부터 형님 내외의 유별난 아들 사랑에, 나름으로 매우 우려했었고 염려 했던 터였다.
그러면서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형님은 여하간에 똑똑했던 형수님이 너무나도 이상했었다.
그 많은 딸들은, 그렇듯 똑 소리나게 교육을 시켰으면서 아들에겐 왜 그렇게 안 했을까?
이제는 형님이 아들을 어찌 하기에는 늦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는데, 나이가 많은 형님을 무서워 할 녀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치 어린 아이 구슬리 듯 하면서, 통장에 있는 돈 빼내기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러면서 고집이 세어, 주위의 말을 듣지 않을 것도 뻔했다.
나는 큰 딸에게 전화를 했다.
한시간 이상 통화를 하는 동안, 그 조카 딸은 내내 울었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그런 동생과 올케가 있다고 말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동생들은 차라리 딸들이 돌아 가면서 아버지를 모시자고.......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도 싶지만, 친구들도 없는 낯선 곳에서 편히 생각하겠느냐고.
그래서 어떻게든 가족의 화목쪽을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 방법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더구나 그동안 이해를 해 주던 남편이 펄펄 뛰고 있어, 더 더욱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속에서도, 친부모로 생각하여 돕는다고 도와 왔는데 이것은 배신이 아니냐고.....
이제는 남편에게 친정을 돕겠다 말하기도 어렵고, 그것은 동생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동생들도, 자신과 똑 같이 남편들에게 죄인이 된 상태라고....
어느 동생은 그 때문에, 한번도 없었던 부부 싸움을 심하게 하여 자기 집에서 며칠을 지냈다고도 했다.
형님은 물론 딸들의 그런 사정을 모르고 있고......
나는 일부러 그 아들을 만나러 갔었다.
녀석은 한번도 떳떳한 직장이 없다 보니,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 쓰며 눈치속에 지냈던 것 같았다.
형수님은 생활에 바빴던지라, 아들 용돈은 며느리에게 얻어 쓰는 줄 알고 주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생활이 오랜기간 지속되다 보니, 결국 아내에게 휘둘리게 된 것이 아닐까.....
녀석은 아내에게 골치 아픈 말을 들으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아내의 주문은 현실과 너무도 동 떨어진 것이라, 무시해 버리면 달달 볶으며 난리를 친다고.
이제는 이 집의 가장이나 다름 없는데, 왜 그까짖 하나 마음 대로 못하느냐며 다구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성가시고 골치가 아파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주문은.
누나들이 잘 난체 똑똑한체 하는 것이 보기 싫으니, 아예 집에 오지 못하게 하라는 것.
그리고 어머니는 생활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모든 것을 자기에게 맡기라는 것.
그건 이 집의 며느리로서 정당한 요구이며, 들어 주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어떤 말도 하지 말라고.....
그렇게 오랫동안 시달리던 중에, 뜻 밖에 어머니가 가시게 되어 한가지는 자동으로 해결된 샘.
그리고 이 참에 딸들 출입 건도 해결하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부득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누나들의 헌신적 노력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나의 물음에 녀석은 말했다.
아버지를 찾는 것은 가끔씩으로 하고, 대신 돈을 보내주면 자신들이 잘 모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날 녀석과 대화를 많이 했지만, 여기에 모두 열거하고 싶지 않다.
나와 대화가 될 녀석이었으면, 당초 그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날 나는 너무나 한심한 생각에, 술을 과하게 마시고 말았다.
그리고 늦은 밤 열차로 내려 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큰 딸처럼 좋은 방법은 없겠다는 셍각이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참고 사항이 있다.
딸들은 며느리 말처럼, 절대 잘난체 똑똑한체 하는 교만한 그런 시누이들이 아니란 사실이다.
아무튼 명색이 수십년 교육자 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들 아닌가?
오히려 올케를 딱하게 생각하여, 친정에 올 때마다 엄마를 나무라며 편들어 주던 시누이들이었다.
그건 순전히 며느리의 열등의식이라는 생각이다.
아무튼 곰곰이 생각해 볼 때.
모두가 흔히 말하 듯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엄밀히 분석해 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가족들 모두가 크던 작던 문제는 다 있을 것이다.
가족들 모두가 나름으로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나타난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아마도 불화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을 것이다.
그리고 파악한 내용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본문을 올린 나의 견해 또한, 독자 여러분들의 그것과 다를지 모르겠다.
나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하며, 모두 형님 내외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일만 저지를 뿐 수습을 못하는 아들이 큰 문제, 그것은 애초 교육을 잘 못시킨 형님 내외의 책임이며.
또 집안 환경에 맞는 며느리를 들였어야 했는데, 그를 소흘히 한 것도 형님 내외였다.
집안의 어른으로서, 자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며느리가 문제일 수 있지만, 형님에게 맞지 않았던 것 뿐, 다른 집은 괜찮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맞아 들였다면, 결혼 초부터 분가시켜야 했다 생각되며.
떨어져 살면서 시댁의 분위기를 차츰 익히도록 하고, 그에 따르지 못할 경우 집에 들이지 말았어야....
아들이 보고 싶고 딱하다 하여 받아 들인 이상, 수준에 따른 며느리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일.
그래서 딸 많은 부모는, 예쁘게 생긴 며느리 보다는 성품과 자질을 최우선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다음 아야기는 정상적 가정교육과, 집안 환경을 고려하여 결혼한 케이스.
댓글 2
아들 낳고 그렇게 기르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실테고...(자식 농사 마음대로 된 분있으시면 손들어 보시지요?... 또 며느리를 골라 줄 수가 있나요? 다 제팔자이고... 못난 넘 (며느리)들은 엉덩이에 뿔부터 난다니까요. 부덕이라는 것 그 것 또한 예사로 얻어 지는 것 아니고요.ㅠㅠㅠ 저는 차라리 딸자식 제대로 가르키지 못한 며느리 부모님 탓을 하고 싶습니다만...
1차적 책임은 방랑자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어른들은 자식 교육에 소흘히 하면, 자식들 출가 후 그쪽 어른들께 욕을 먹습니다. 이도 저도 뜻대로 안되었을 때는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하겠지요. 전 그 방법을 마지막에 말한 것이고요...암튼 정말 쉽지 않은 것이 자식들 교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