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평화 (2)
같은 자식이라도, 아들과 딸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은 차이가 많다.
그리고 출가한 딸과 친정 엄마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형님의 딸들은 친정 엄마를 정말 사랑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딸인데도 가르치고 싶어 한 의지의 엄마가 너무도 고마웠을 것이다.
그래서 여느 모녀들 보다, 더욱 엄마를 사랑했는지 모른다.
딸들도 물론, 엄마의 비정상적 막내 사랑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를 위하여, 엄마가 좋아서 하는 일은 어떻게든 돕고자 노력했다.
큰 딸은 동생들을 위해 2년제를 졸업했지만, 동생들을 잘 다독이면서 엄마의 큰 기둥 역할을 했다.
엄마 역시 무슨 일 있을 때마다 큰 딸과 상의했음은 물론이다.
사실 딸들은 거의 빈손으로 결혼한데다, 직장생활에 아이 낳고 길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엄마가 가끔씩 돌봐 주기는 했어도, 여러 딸들을 동시에 도울 수는 없어 큰 도움은 되지 못 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딸들은, 어렵고도 힘든 그 생활을 모두가 잘 극복했다.
그리고 자녀들을 다 키운 후에는, 기회가 있고 틈만 있으면 친정을 찾아 엄마를 챙기느라고 바빴다.
형수님과 딸들의 관계는, 막내가 결혼하여 며느리를 얻었어도 마찬가지였다.
며느리가 어린데다, 여러 면에서 출가한 딸들 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을 것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손자가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그것은 한참 훗 날인 오늘의 일.
그런데 며느리의 성향이 형수님은 물론 딸들과 너무나 달라, 형님 집에 전혀 맞지 않는 타입이었다.
여고를 나왔다는데도, 상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하면서 무엇이 잘못이냐며 오히려 서운해 했다.
그리고 무조건 딸만 두둔하며 이뻐하고,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한다며 오해하고 삐지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서운함을 못 이긴 며느리는 그 반대의 길을 고집했다.
즉, 형수님과 시누이들을 은근히 싫어 하여, 이런 저런 이유와 핑게로 집에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 때는 시누이가 왔는데도, 방에 있으면서도 없는 척 했다던가....
며느리는 딸만 찾는 시어머니를 이해 못했다.
그리고 수시로 들락거리며, 집안 일에 간섭하는 시누이들이게 노골적으로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옛날이나 그 때나 형편은, 딸들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며느리는 그 사정을 잘 알면서도 남편을 매일 달달 볶았다.
형수님이 또 그런 며느리를 좋아 할 턱이 없음은 물론이다.
어떤 시어머니가 그런 며느리를 좋아 하겠는가?
또 항상 아들을 의심하여, 바람 핀다며 꼼짝 못하게 하는 며느리가 여간 못 마땅한 것이 아니었다.
아들이 직장 생활을 제대로 못한 이유 중에는, 매일 수십번씩 전화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만일 일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날 퇴근 후 한바탕 크게 난리가 났다던가....
한번 비뚤어진 며느리의 그것은, 어느 땐 미친 사람과도 같아서 누구도 말리기 어려웠던 것 같다.
딸들은 그런 올케와 막내 동생을 연민의 정으로 이해하며 대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고 속도 많이 상했지만, 부모님과 가족 평화를 위해서 참고 인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의 그것을 지적하며, 며느리에게 잘 해 주라고 했다는데.....
하지만 노골적인 올케의 눈치는, 깡그리 무시하며 개의치 않았다.
딸들 입장에서, 친정집 부모님을 찾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며느리는 그런 시누이들이 더욱 싫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대화 상대가 아니었으며, 그렇다 보니 할 말도 없어 얼굴 보는 것 조차 싫어졌다.
그래서 남편을 꼬드겨, 둘만이 지낼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가서 장사를 하자고 졸랐다.
모두가 보기 싫으니, 분가하여 따로 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형님 내외는, 돈도 없는데다 아들과 떨어져 사는 것이 싫어 들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무슨 대리점을 한다는 아들에게 사업자금을 주어 분가시켰다는데.
그것도 막내와 올케를 불쌍하게 생각한 딸들의 도움으로 해 주었던 것.
어쩌면 잘된 일인지 모른다면서, 저들끼리 고생도 하면서 세상을 좀 더 배워야 한다고.....
그러나 아들은 오래지 않아, 가지고 간 것 모두 털어 먹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들은 전처럼 빈둥거리고, 며느리는 집에 있기 싫다며 직장에 다녔다.
그렇게 되니 집안 일들과 손자들 치닥거리는 형수님 몫이 되었고.
하지만 며느리는, 직장에 다니며 버는 수입은 일체 형수님에게 내 놓지 않았다.
형수님은 크게 못 마땅했지만, 그러나 말 하지는 않고 딸들이 주는 용돈으로 겨우 생활했다고 했다.
여하튼 겉으로는 보통의 가정이었지만, 내면으로는 간단치 않은 일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를 걱정은 하면서도,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잘 모르는 주위에선 딸들이 너무 잘하고 있으며, 며느리도 열심히 직장에 다닌다며 칭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집안 중심이던 형수님이 갑자기 돌아 간 것이다.
그 형님은 나 보다 11살이 더 많다.
작년에 오랜만에 만났을 때, 형님의 이야기는 밤 새도록 끝이 없었다.
형님은 내내 며느리만을 나무라고 탓했지만, 사정을 잘 아는 나는 형님 말에 적극 동조할 수 없었다.
근본적 문제는, 아들 교육을 잘못 시킨 형님 내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안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전혀 맞지 않은 며느리를 허용한 것도 형님 내외인 것이다.
아무튼 시어머니 때문에 참고 지냈던 며느리가 들고 일어났다.
댓글 2
이런 경우 엄마가 집안의 중심 기둥이 되는 셈인데... 아마도 기둥이 흔들리면 지붕이 들썩할 판인데 기둥이 쓰러졌군요ㅠㅠㅠ
어느 가정이나 엄마는 항상 중요하지요. 딸들이 많아 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중요했지만....평소 건강하셨다는데도 갑자기 병을 얻어 그만....신자인 우리가 볼 때 그 모든 일들이 다 주님의 뜻이 계셔서 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