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有感 ! [2]

외로운 별·2006. 10. 3. 오후 2:46:39

장거리 산행.....

 

 

나의 이번 2박3일 설악산행은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다.

평소 장거리 등산을 기피하던 친구들이, 설악산행에 같이 가자고 부탁을 한 때문이다.

누군가 티비 방송을 보고, 설악의 아름다운 단풍에 매료되어 한번 다녀오자고 결정했다는 것인데.

하지만 그 친구들 모두가, 그렇듯 큰 산의 등산은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다 10명 정원인 차를 가진 자가 나 밖에 없어, 그런 저런 이유로 나의 동행을 원한 것 같았다.

그리고 대청봉에 오를 수 있는 짧고, 힘이 제일 덜 드는 코스를 안내하라는 것.

단풍 구경이 목적이면, 좀 더 있다가 아예 계곡으로 가지 그러느냐 했더니 그건 곤란하다고 했다.

아직 현역 공무원인 친구도 있는데다, 추석명절이 지나면 결혼 등 행사 때문에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마침 9월말에 시간상 여유가 있는 터에, 설악은 지금 능선쪽이 단풍이 한창이라고....

그래서 약간은 겁이나고 걱정도 되지만, 울면서 겨자를 먹더라도 능선에 올라야 단풍이 있다 하니까...

그리고 그까짖 약간의 무리 정도일테니, 모두가 크게 두려워 할 것 없다는 모습들이었다. 

그들은 평소 골프와 태니스, 또는 헬스와 요가로 왠만큼 자신들의 건강에 자신하고 있어 더욱 그랬다.

 

 

그리고 우리 나이에 무리한 산행은 오히려 역효과라며, 장거리 애호가인 나를 나무랬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장시간 산행을 문제시 했을 뿐, 산행 자체를 터부시 한 것은 아니다.

그들도 몇시간 짜리 등산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하고 있었고, 난 그런 그들과 함께 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난 언젠가 그들과 같이 갔다가,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때문이었다.

 

 

산행은 일단 하루를 잡아야 하므로, 그런만큼 난 후회 없는 산행을 바라는 편이다.

그런데 그들과 같이 한 그 날은, 산행이 아니라 계곡에서 마냥 먹고 마시며 놀다 왔었다.

옷 차림은 그럴싸 한데 한시간 쯤 오르다 힘들어 안 된다며, 계곡에서 먹고 마시는 일이 산행인 것이다.

그리고선 예의 그 타령들을 하면서 즉, 무리하게 정상에 갈 필요가 없다며 자신들을 변호했다.

 

 

그랬던 그 친구들이 설악에 가자는 것이니, 어떻게 그들의 계획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8명 모두에게, 제2 제3 확실히 다짐을 받은데다 쐐기까지 또 박았다.

난 기꺼이 그들 계획에 응하는 대신, 누구 한사람이라도 산행에 빠지면 거액 벌금을 물리는 조건....

그리고 모두 대청봉을 원하는 만큼, 하루 10시간 이상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고 충분히 준비하라 했다.

 

 

그리고 만일 한사람이라도 문제 발생시는, 모두가 고통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산에서 굴러 숨이 꼴깍 거리지 않는 한, 119 구조대는 절대 기대하거나 믿지 말라 경고를 한 것이다.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한 내가 괘씸했던지, 그들 모두 오기가 발동한 듯 좋다며 구두 각서에 도장찍었다 

그래서 산행에 따른 모든 준비물들과, 숙소 예약 등을 점검한 다음 9월29일 오후 대구를 출발했다.

 

 

내가 평범한 산행에 불과한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한 친구들 모두는, 나와 동갑내기인 5쌍의 부부였다.

부인들은 남자들 보다 약간씩 적어 50대 중후반 정도.

그들 모두가 건강을 위해 나름의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먼저 우리부부는 작년까지는 열심히 산을 다녔었다.

그러나 올해는 거의 다니지 못했으며, 지난 봄과 여름에 각 한번씩, 그리고 열흘 전에 한번 다녀 왔었다.

산행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열흘 전의 큰 산행시는 다소 힘이 들었다.

그래서 올 가을부터는 꾸준히 해야겠다 생각하던 중, 마침 친구들에게 부탁이 들어 온 것이다.

 

 

친구 중 두명은 공무원 간부로서, 골프를 좋아하여 필드 아니면 연습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그러면서 또 집의 헬스기구로 운동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직장 산악회에도 가끔씩 참석하면서, 더러는 부부가 같이 좋은 산을 찾는다고.

그러니까 건강을 위한 운동은 그래야 하며, 무리한 장거리 산행은 안 좋다고 나를 나무랜 친구들이다.

 

 

또 한 친구는 사업을 하고 있고, 다른 한명은 일반 회사의 고위 간부.

그들 역시 골프는 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태니스와 헬스에 열중하며 가끔씩 산행을 하는 정도 같았다.

부인들은 남편과 같이 골프와 태니스를 하거나 헬스 요가를 한다는데, 가끔 산행도 즐기는 편이라고.

즉, 다들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나름으로 열심히 자신에 맞는 운동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설악은 예상 보다 뤌씬 큰 상처를 입었던 모양이다.

계곡마다 처참하게 무너지고 도로가 끊어져, 설악에서 사는 주민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고 했다. 

우리가 갔던 그날 겨우 임시 개통되었는데, 그래선지 여기 저기 보수하느라고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그 때문에 그동안 영업을 전혀 못했었다면서, 오색 관광단지에 도착하니 모두 반가워 했다.

 

 

오후 4시에 출발 5시간 후인 9시에 도착한 우리는, 여장을 풀고 식사 후 일찍 취침에 들어 갔다.

아무래도 잠자기에 이른 시간이므로, 억지로 자기 위해 왕창 취해야 한다며 술을 계속 마셨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5시에 기상, 식사를 한 후에 한계령으로 차를 몰았다.

원래 계획은 오색에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친구들이 하도 우는 소리를 하여 자비를 배풀기로 했다.

 

 

오색쪽의 남설악 매표소 5 km 코스는, 계단과 돌길이 흙길 보다 많아 악명 높기로 유명한 험로이다.

그래서 무릎이 약하기 마련인 장노년층들은, 그 길을 내려가는 것 보다 올라가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친구들을 골탕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올라가자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내려가는 것이 더 안전하고 좋다며 코스를 반대로 하자고 사정을 했다.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그렇듯 우기니 더 고집할 필요는 없는 일.

물론 초장에 다리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장시간 오르막 길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자주 쉬면 되므로, 아직 다리에 힘이 들어 있을 때 오르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이다.

지칠대로 지친 상태의 장거리 내리막 계단 길은, 어지간한 꾼들도 무릎을 다치는 일이 흔하다.

 

 

한계령에서 약 1km는  오르막 경사, 그리고 다음은 오르락 내리락으로 1km 남직한 보통 길.

그렇게 능선 3거리까지 총 2,3km, 그곳에서 죄측으로 가면 귀때기청봉과 대승령으로 가는 코스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대청봉까지는 약 4시간 정도의 꽤 먼 거리였다.

한계령에서 그곳 3거리는 보통 1시간 40분, 우리는 그에 30분이 더 추가되어 2시간을 넘었다.

 

 

그리고 1397봉을 거쳐 1459봉에 겨우 도착했을 때, 벌써부터 부인 한명이 고장이 났다.

그 지점은 총 예정거리에서 대략 중간 쯤 되는 곳, 그리고 다른 부인들도 매우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우리가 탄 열차 속도는, 지금은 없어진 옛날 비들기 호 완행열차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보다 나이가 많은, 허허백발 통일호까지 추월해 갔으니 비들기가 아니면 어떤 열차가 또 있는가?

 

 

나는 애당초 그럴 것이라 예상했었므로, 처음부터 비들기 완행 후미에서 차장을 맡았다.

그러나 그 열차의 차장 노릇은, 여간 고역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젠장...KTX 고속이나 새마을은 그렇다 하더라도, 통일호까지 비켜 주면 대체 우리는 언제 가는가? 

우리의 비들기 열차는, 2~300m마다 수시 정차를 하면서, 계속 뒷차들에게 길을 비켜 주느라 바빴다.

 

 

그리고 수시 정차가 불가피 하다면, 정차시간이라도 짧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들 열차는 그렇게 자주 쉴 때마다, 계속 물을 퍼 붓고 연료통에 기름을 보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다 못한 내가, 오래된 낡은 기관에 너무 무리하게 넣으면 무거워 힘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오래된 고물일수록 기관의 힘이 약하므로, 그만큼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며 계속 퍼 넣었다....

 

 

그러니 다들 배가 잔뜩 부르고 다리는 아프고 갈 길은 멀고.....

어쨌던 어찌어찌 중청대피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하여, 불과 7km 남짖한 거리를 7시간이 넘었으므로 한시간에 1km인 샘이었다.

이건 정말 비들기 호도 못되는 시골의 경운기가 분명했다.

 

 

그런데 경운기도 기름을 넣어야 간다며 또, 점심이랍시고 마구 연료와 물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닌가?

난 그저 놀라운 그들 식성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는.....

그러면서도 600m의 빤한 거리, 눈 앞에 우뚝 솟은 대청 정상을 바라보면서 걱정들이 태산이었다.

젠장맞을... 나는 속이야 어떻든, 아무튼 오늘 모두가 대단들 하다면서 한껏 추겨 주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맨 후미칸의 차장을 잠시 접고, 부지런히 먼저 올라가 일행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첫착으로 올라 온 친구가 나 보다 8분 늦게, 맨 후미들은 20분이나 늦었음을 체크 했다.

중청에서 정상은 보통 20분이면 오를 수 있는데, 일행들은 모두가 30~40분을 소요했던 것이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또 20분을 허비했다.

그렇게 너무 오래 쉬어선지 체온이 식어 추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정상까지 간신히 다리를 끌다시피 온 그 부인이, 하산 길 계단을 보더니 주저 앉아 버렸다.

그리고 그 부인 뿐만 아니라, 다른 부인들 또한 얼굴색이 싹 변했다.

사실 모두가 말은 않고 있었지만, 간신히 겨우겨우 억지로 버티며 정상까지 왔던 것이다.

친구들도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아닌 척 하고 있을 뿐, 내심으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었다.

 

 

그들의 걸음 걸이를 보면,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나타나게 마련.

4명중에 두명은, 아까부터 남자들의 그곳에 병걸린 녀석들 처럼 어기적 거리며 걷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곳이 높고 험한 설악산이어서 다행, 일반의 거리라면 창피하여 돌아다니지도 못할 것이었다.

남은 두명도 아직은 간신히 걷고 있지만, 그들도 계단길을 내려 갈 때는 숨기지 못할 게 뻔한 일.....

 

 

오색으로 하산 길 5km는, 우리 일행들에게는 말 그대로 마의 험로였다.

모두가 다리에 문제가 생긴데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끝이 없는 급경사 지옥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내가 그토록 여러번 말해 주었는데도, 무조건 내려가는 것이 더 낫다며 우겼으니까 뭐......

그렇더라도 낡아 빠진 기관들에, 계속 더 퍼 넣을 연료가 모두 떨어졌으니 그것이 이젠 걱정스러웠다. 

 

 

난 규정 시간과 역전이 아닌데도, 무단 정차를 일삼는 열차의 맨 후미에서 수 없이 깃발을 흔들어 댔다.

보통 두 세번 쉬며 3시간이면 내려가는 코스를, 우리 일행들은 아마 10번도 더 쉬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해가 떨어져, 그 일 또한 예상하여 준비시켰던 렌턴들을 모두 꺼내어 사용하라 했다.

그리고 너무 낡아서 더 이상 운행 불가한 고물 열차가, 그날 맨 꼴짜로 매표소에 도착한 것은 7시 20분..

 

 

하산 시간만 꼭 4시간 50분......오늘 총 소요시간 12시간 50분..... (정상 소요 8~9시간)

나는 매표소 앞에 여기저기 누워버린 고물들을 위해, 대리운전으로 옮겨 놓은 차를 가지러 갔다.

그리고 형편없이 고장난 불쌍한 친구들을, 불과 몇백미터 오색온천장에다 일일이 손잡아 내려 주었다.

그런데 앞으로 또 내 앞에서, 골프니 테니스니 헬스가 좋다는 따위의 말들을 주장할런지?

글쎄...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다.

 

 

그리고.

그날 하산에서 우리가 제일 꼴찌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바로 앞 사람들과 차이가 큰 것은 아니었다.

간발의 차이로 경운기를 추월해 갔던, 즉 고장난 KTX들과 새마을 호들도 매우 많았으니 말이다.

우리는 원래가 낡은 고물열차이지만, 금방 출고했거나 얼마 안된 말짱한 고급열차들이 많은 것은....?

 

 

그래서 저런 새차들도 고장나는 판에, 낡은 우리는 당연하지 않느냐 변명하는 통에 내가 좀 난처했다.

그날 저녁은, 그 좋은 식성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두가 굶은체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 집사람과 나만 저녁을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꿀맛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늦게 일어났으며, 내려 오면서 관광하기로 한 예정을 취소하고 곧 바로 대구로 직행했다.

 

 

댓글 4

金光泰·2006. 10. 3. 오후 5:01:24

아주 혼쭐들이 나셨군요..ㅎㅎㅎ 이제 다시는 산 이야기는 못하시겠네요.. 그나 저나 "별"성님은 대단하십니다..저는 그냥 산 아래에서 가지고간 소주나 마시고 오는데요..^-^*

외로운 별·2006. 10. 4. 오전 10:27:34

ㅎㅎ그래도 덕분에 대청봉을 올라가 봤다며 고마워 하더라구요..^^ 안 그랬으면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 왔을 게 틀림 없을테니까.. 그리고 올 가을에 지리산 천왕봉에도 꼭 데려다 달라고 하더군요.. 내년 봄쯤 한라산도 가자고 하고...국내 5대산 정도는 꼭 올라 보겠다는데.. 갑자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외로운 별·2006. 10. 4. 오전 10:36:24

전 집사람과 다닐 때 항상 배낭이 가볍습니다.간식거리 약간과 중식, 그리고 정상주 작은 병으로 한병...물병 몇개...대신 하산하여 맛있게 먹지요..그런데 이 친구들은 왠 먹을 것을 그리 많이 가져 가는지...그러니 배낭이 무거워 더 혼들이 났지요. 그렇게 싫컷 먹었으니 하산 해도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은 당연...얼마나 힘들었는지 내려와 그대로 쓰러져 저녁도 굶고 아침까지 자더라니까요..^^

외로운 별·2006. 10. 4. 오전 10:52:30

중요한 것은 태니스 또는 헬스 같은 운동은 등산과 비교가 안 된다는 겁니다. 이 친구들 말고 다른 친구들 이야기가 또 있는데, 그들과 청량산에 같이 갔었는데 그들도 거의 죽다가 살았지요..^^ 저는 다른 운동 일체 않습니다. 그런데도 겨울에 감기 한번 걸리지 않으며 당뇨도 전혀 없습니다. 평소 소식하는 편이라 항상 몸이 가벼운 편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