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금잔디 [5]

그림자·2006. 10. 2. 오후 5:17:48

결혼, 그리고 행복의 조건

 

 

동석이는 내가 다니는 학교의 도시에서, 친척 도움으로 대장간(철공소)에 취직을 했었다.

처음엔 월급이 없고, 기술 배울 때까지 숙식해결 조건으로 일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술을 배우면 조금씩 월급을 받기로 했다고.

 

 

나는 졸업후 지원 입대를 했다.

그리고 군생활이 예상보다 길어져, 나 보다 늦어 입대한 동석이가 먼저 제대를 했다.

진구도 동석이와 비슷한 시기에 입대했고, 역시 제대하여 집안 농사일을 거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는 구체적으로 잘 알 수 없었다.

나는 제대후 서울에서, 직장생할을 하고 있었는데.

고향에는 어쩌다 한번씩 밖에 가지 못하다 보니, 도시로 나간 동석이는 만나기가 어려웠다.

 

 

박양은 어쩌다 한번 정도 편지를 주었었는데, 도시로 취직하여 나간다 하더니 소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곧 동석이와 동거중이란 소문을 들었으며, 하지만 동석이가 매우 곤경한 상황인 것 같다고.

박양의 청을 이기지 못한 동석이는, 대도시 어느 회사에 취직을 시켜 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진작부터 나에게도 취직 부탁을 했었는데.

나는 대도시의 생리를 잘 알았기에, 그 때마다 박양을 한사코 설득하며 말렸다.

틀림 없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박양처럼 예쁘고 순진한 아가씨면, 대도시 어떤 녀석이든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 뻔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라며, 계속 부탁해 왔었고 난 응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동석에게도 절대 해주지 말라 했었는데, 그는 자신과 같이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우겼다.

오히려 고향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했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고향이 더 안전하다고 설득했었는데.

그러니까 도시에 데려다 놓았다가 , 네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때는 어찌 하려느냐고....

그러나 동석이는 결국 내 충고를 듣지 않았다.

 

 

동석이는 박양을 취직시켜 주면서 같이 지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박양은 동석이를 좋아 해서가 아니라, 혼자 지낼 형편이 안 되어 동거를 한 것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당시의 박양으로선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난 이해한다.

 

 

그래서 동석이는 내 충고를 듣지 않은 때문에, 나를 꺼리며 소식을 끊었던 것.

나는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누가 소식을 알려 주지 않으면 내막을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단편적인 소식들도, 동네의 다른 친구들을 통해서 듣고 있었다.

 

 

한번은 고향을 다녀 오는 길에, 그들의 사는 곳을 주소를 들고 찾아 갔었다.

그러나 힘들게 찾아 갔지만 문이 잠겨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바로 편지를 보냈었는데, 답장 대신 뜻 밖에도 서울이라면서 박양이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근무시간이었지만 깜짝 놀라 하던 일 멈추고, 급히 그녀가 기다리는 서울역으로 달려 갔다.

박양이 서울에 온 것은 취직하기 위해서라고.

동석과는 이제 끝내고 자유롭게 살고 싶으며, 어떤 직장이든 취직하여 서울에서 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직업 소개소에 알아 보니, 일자리는 많다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난감하고 답답한 노릇인가?

그래서 난 직장에 급히 조퇴신청을 하고, 동석이에게 데려다 주려고 박양을 끌다시피 열차를 탔다.

 

 

그리고 계속 설득하고 이해 시키느라 입술이 바싹 탔으니, 그때 난 얼마나 놀랐던 것일까?

동석이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며 가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거의 강제로 무조건 데리고 내려 갔다.

하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서, 동석에게 돌아가라고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차내에서 그녀가 한 말들을 유추해 볼 때, 동석이와 불화를 겪는 원인이 짐작되었다.

박양은 직장의 누군가와 불미한 관계 같았고, 동석과 싸울 때마다 그에게 가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런데 그는 유부남인데도 박양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니, 그녀가 처한 상황은 심각한 것 같았다.

그런 낌새를 눈치첸 동석이가 따지고 들 것은 당연.

 

 

그리고 또 문제는, 박양이 돈을 쉽게 벌겠다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겁도 없이 서울에 올라 온 그 자체가, 돈을 위해선 모든 것을 포기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만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쥐꼬리 만한 동석의 월급이 마음에 차지 않았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낙심천만한 마음을 태연한 척 가장하며, 간신히 달래어 동석에게 인계 해 주고 밤 늦어서 상경.

그러나 걱정했던 대로 동석이는 그후 박양과 헤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박양이 다시 동석이를 찾아 재 결합한 것은, 두 사람 나이가 설흔을 훨씬 넘긴 후의 일이었다.

 

 

박양이 동석이를 떠났다가 다시 찾았을 때까지의 일은, 동석이도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약 5년 정도의 기간에 있었던 일은, 박양 자신만이 아는 비밀일 수 밖에 없다.

아무튼 너무도 큰 상처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던 동석이를 다시 찾아 주었으니 그에겐 다행일 수 밖에...

 

 

이제 마음 잡고 열심히 살겠다는 그녀의 약속을 믿고, 동석이는 고맙다며 아무 조건 없이 받아 주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속을 많이 썩힌 모양이었지만, 동석이는 결국 모두 이해하며 살았다.

그리고 어쩌다 만나 그들 말을 들으면, 동석이는 여하간에 박양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다.

 

 

옛부터 미인은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미인과 살만한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도, 아무런 탈 없이 평생을 살기란 참으로 어렵다 하던데.

그 말은 결국 꽃이 너무 아름다우면, 즉 탐스러운 꽃은 뭇 사람들에게 꺾이기 쉽다는 의미가 아닐까?

 

 

동석이는 그녀를 위해 부지런히 일했으며, 그래서 부자는 아니지만 그런데로 형편은 괜찮은 상황.

그의 말에 의하면, 과거 그녀의 혀영이 심하지만 않았다면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그는 지금 외출이 잦은 아내는 신경을 끄고, 아직 어린 아들 하나만을 의지하며 산다고 했다.

 

 

그럼 진구는 어찌 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박양 바로 밑 여동생과 걸혼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진구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이 내가 보는 시각이다.

 

 

그 동생은 박양처럼 도시로 나갈 생각을 않고, 처음부터 진구에게 죽자살자 매달렸다고 했다.

박양을 잡지 못해 크게 상심을 하던 진구는, 박양 동생에게 접근했던 모양이다.

그 동생 또한 박양 못지 않은 미모였으므로, 진구는 그 동생에게서 보상 받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튼 동네가 떠들썩하게 두 사람의 관계가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결혼 적령기에 이르자, 열정이 식은 진구는 무자비하게 헤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림도 없는 일, 그 동생이 절대로 놔 줄 까닭이 없었다.

동생이 무식한 것은  처음부터 알고서의 일이므로, 이제와서 그 따위 이유는 말도 안 되는 핑게였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위자료를 주겠다며 달래 보았다는데.

소문이 워낙 크게 난 상태라, 그 동생은 그 지역에서는 출가하기도 어려운 상황.

오히려 진구집으로 처 들어가, 어른들에게 시부모님이라 하면서 부억일과 빨래들을 도 맡아 했다고.

그래도 진구는 냉정하게 대하며, 어떻게든 헤여지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생은, 눈 딱 감고 온갖 수모를 인내하며 막무가네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도 동생을 동정하게 되어, 진구부모는 어쩔 수 없이 진구를 설득하게 되었다고.

그 결과 마지 못해 결국 결혼은 했는데, 하지만 계속 식모 취급하며 못 살게 굴었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진구는 바람을 피기 시작했다는데, 어느 때는 집까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잤다던가....

고향에서도 그랬으니 도시에서 직장 생활했을 때는, 그 동생이 겪은 수모는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녀석의 여자 문제가 조용해 진 것이 최근이라 하니, 그녀의 한평생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진구 역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어쨌던 그 동생은, 아이를 일찍 낳아 잘 키워 대학까지 졸업을 시켰다.

그래서 애들이 박양 아이들 보다 훨씬 빠르며, 공부도 잘하여 직장도 좋은 곳에 다닌다고 했다.

 

 

지금도 난 그들과 멀리 떨어져 살아, 어쩌다 한번씩 전화는 해도 만나기는 좀처럼 어렵다.

그러다가 제 작년에, 우연히 그 친구 둘을 동시에 만난 일이 있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둘이서 어딘가를 다녀 오는 길이라고 했다.

 

 

몇마디 인사말이 끝난 다음.

어떠냐?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들 살고 있겠지?

동네에서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그런 최고의 미인들과 살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동석이는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일이 있었다.

예쁜 여자라면 치가 떨리고, 이제는 진저리가 쳐지고 아예 쳐다 보기도 싫다고....

난 철저히 그녀를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애 엄마가 만족스러워 하는 건 한번도 본 일이 없었다고.....

 

 

진구는.

예쁘다는 거? 아무 소용 없는 거야. 그 때 잠시인 거지....

그리고....무식한 여자와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직접 살아 보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

난 지금도 그렇지만, 결혼후 부부동반에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어....

 

 

두 친구들의 그 말은.

상대가 나였으니까 그렇게 말했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남자의 결혼 상대로서, 생긴 모습만의 미인은 행복의 조건이 아닌 듯 하다.

 

 

 

댓글 1

구화·2006. 10. 6. 오후 8:41:49

그래도 미인 싫어하는 총각없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