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금잔디 [4]

그림자·2006. 9. 29. 오전 1:33:07

결혼의 조건

 

 

나갔다가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형수님이 좀 이상했다.

다른 때 같으면 밥을 챙겨주고 가셨는데, 그날은 내가 앉을 때까지 기다리셨다.

그리고 눈치를 보시며 한가지 물어 보자고.

 

 

형수님은 나와 연령차가 많지 않아 조금은 만만한 입장.

예상대로 박양 건에 대해서 물으셨다.

지금 떠도는 소문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니까 아무 걱정마시라고 큰소리 쳤다.

 

 

그럼 그런 소문이 왜 나느냐 하시기에, 여하튼 사실과 다르니까 염려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면 그런 소문도 없어질 것이라고.

나의 그런 변명에도 불구, 형수님은 믿기 어렵다며 걱정이 되신다는 표정 아니신가?

 

 

물론 삼촌이 실수는 안 하겠지만, 신중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만일 소문이 사실이면 집안 망신이므로, 생각을 깊이 잘 해서 조심했으면 한다고.

그리고 삼촌을 믿겠다며 말씀을 끝내셨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가까운 친척이신 형수님 한분이 또 말씀을 하셨다.

그 친척 형수님은, 이글 앞에서 말했던 예쁜 조카 여중생의 엄마였는데.

말씀 내용은 며칠 전 집의 형수님과 거의 비슷했다.

 

 

이렇듯 어른들의 걱정으로 머리가 아프던 차에 마침 박양이 왔다.

겨울에는 외딴집을 찾을 핑게 거리가 없어, 내가 박양을 만나러 가기가 곤란했는데. 

내 입장을 모를텐데도, 알고 온 듯이 때 맞추어 찾아 준 것이다.

그 날도 몹씨 추운 저녁이라 내 방에서 만났다.

 

 

그리고 전 처럼 혹시 누가 들어 오면 안 되므로, 방문과 창을 두꺼운 이불로 가렸다.

거기다 또 전등을 끄고 촛불을 켜, 밖에선 빈 방인 것처럼 위장을 한 것이다.

두 사람 신발도 방안으로 들여 놓았음은 물론.

 

 

결혼을 왜 하며, 어떤 결혼이 이상적인가?

 

 

난 위 테마를 가지고 오늘 밤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어리둥절하여 놀라는 박양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전에 박양 질문에 내가 대답을 못했지만, 그후 책을 보고 또 선배에게 들어 배웠다고.

박양은 잘 모른다면서도, 대화는 환영한다는 표정.

 

 

중매 결혼은 싫으며, 상대가 마음에 들더라도 시골 농사집 생활은 싫다고 했다.

그래서 도시 사람과 결혼하여, 도시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자기도 공장이든 어디든, 열심히 일하여 꼭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주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일단 그렇게 말을 하니까 그에 맞게 내용 변경을 했다.

 

 

학교는?

직업은?

사람은?

 

 

자기가 못 배웠으니 많이 바랄 수는 없고, 대신 확실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가족도 먹고 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술자, 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그런 회사....

인물 좋은 남자는 싫으며. 인물이 없어도 자기만 좋으면 된다고.

근면하고 성실했으면 좋겠고, 돈은 벌면 되니까 없어도 괜찮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동석이와 진구를 왜 싫어 하는지에 대해.

동석이는 땅도 없는 농삿꾼이라 그렇고, 진구는 진실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둘 모두 잘 아는 친구지만, 내가 보는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변명을 했는데.

 

 

즉, 진구는 보기엔 그래도 욕심이 많아, 돈을 많이 벌어 부자로 잘 살 것이 확실하며.

동석이는 학력은 적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녀석이고 성실하며 매우 착하다고.

또 수완이 좋아서, 앞으로 도시로 얼마던지 나갈 수 있는, 실력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하여.

내가 남편이든 아내이든, 상대가 "나" 에게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즉, 박양이라면, 박양을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이냐? 그 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기 낳고 살면 모든 여자들이 다 늙는데, 그런데도 늙었다고 막 대하는 남편.

또 나는 배웠는데, 넌 못배워 무식하다면서 구박하는 남편.

그 뿐만 아니라 조강지처를 무시하며, 젊은 여자들만 꼬시며 바람을 핀다면....

좀 배웠다는 남자중에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어른들 중에는 많은 것 같다고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죽어라 좋아 해서 결혼한 남편에게는, 평생을 남편 뜻에 맟추며 살아야 하는데.

난 아닌데 남편이 죽자 살자 했을 때는, 그 남편은 아내에게 평생동안 잘 해 줄 거라고.

박양에겐 그런 형의 남자가 맞으며, 그런 남편이라야 어려운 처가를 돕지 않겠느냐고...

 

 

그러니까, 박양이 행복한 결혼과 친정집을 생각한다면.

박양이 원하는 남자 보다, 박양을 좋아하는 남자를 택하는 것이 헐씬 더 현명하며.

박양에게 잘 해주는 남편에게, 박양 역시 잘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만일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고, 나는 열심히 잘 할 수 있는데.

그 남자가 의심스럽다면, 나를 죽자 살자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백번 옳다고.

그 남자, 즉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분명 처가식구까지 신경을 쓸 것이며.

내가 좋아서 결혼한 남편은, 아내도 처가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은 두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행복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면, 많은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만 이룰 수 있다고....

나는 얼마전에 존경하는 선배에게 불려가서, 한나절 동안 교육과 함께 충고를 들었었다.

나의 형님이 걱정이 되었는지, 내가 잘 따르는 그 선배에게 부탁했던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나를 좋게 보고 믿는다면, 내가 하는 말을 진심으로 들으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꿈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너무 커 감당하기 어려우면 없는 것 보다 못하다고. 

난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런 내용들이 어느 책이든 다 있더라고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계속 듣기만 하던 박양이 말했다.

앞으로 계속 오빠로 있어 주면서, 오늘 처럼 좋은 말을 가끔씩 해 달라고.

흐릿한 촛불 아래, 박양은 어쩌면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는지 몰랐다.

상처를 주지 않으려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한 듯 했다.

 

 

그날 밤 데려다 주러 갈 때, 박양은 말 없이 걷다가 헤어질 즈음에 또 말했다.

앞으로 더 오빠로 있어 주길 바란다면서. 

오늘 처럼 좋은 이야기를 가끔이라도 듣고 싶고, 오늘의 내 말은 꼭 명심하겠다고.

 

 

며칠 후 나는 동석이를 만났다.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 하자면서 내 방으로 데리고 갔는데.

점심 후에 만나 저녁을 우리집에서 먹었으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 샘이다.

 

 

넌 내 친한 친구니까,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 말뚝을 박고.

박양건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며, 그 사실에 절대로 오해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박양을 잡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길게 조언해 준 것이다.

 

 

그날 동석이가 나에게 한 말과 행동은 생략한다.

자긴 지옥에 갔다 왔다며, 내가 해 준 말에서 단 1%도 어기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연고가 없어 취직 걱정하는 그에게, 길거리 청소부라도 알아 보라며 나무랬다.

일단 아무 일이나 하면서, 차츰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라 충고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동석이가 찾아 왔다.

그는 그날 도시로 떠났으며, 꼭 성공하겠다며 단단한 각오를 보였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며, 성공만이 박양을 잡는 길이라고 거듭 당부했음은 물론이다.

 

 

댓글 1

맹나연·2006. 9. 29. 오후 7:59:24

그후 박양과 동석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어쩌면...결혼..) 동석씨는 참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