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갈라 5,14)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는 대림 제3주일인 자선 주일에 우리들이 자선을 통해 세상 안에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돕고, 삶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주님의 도구로 살아가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 초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사랑과 자선을 베풀도록 일깨워주고, 인간의 온갖 비참을 극복하도록 힘을 모으며, 우리 모두를 행복으로 이끕니다.
지구촌을 강타한 금융 불안과 경제 위기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절망과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끝없는 소비와 탐욕에 중독된 우리의 삶은 무너져 가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겨를도 없습니다. 경제의 의미나 우리 삶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여,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는 방법도 자본 논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모든 이를 위하는>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부단하게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라고 요청합니다. 이 요청은 나의 것을 이웃과 나누고, 이웃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며, 탐욕으로 어지러워진 사랑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하느님 없이 살아 온 우리의 삶을 이제는 ‘하느님과 함께’라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하느님>이라는 단어는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풀어 낼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운데 거처를 잡으실 예수 아기께서는 우리의 이웃들 안에 계십니다. 그리고 그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우리는 이웃 사랑을 흔히 신앙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여러 덕목 중 하나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함께 가장 크고 중심적인 계명입니다.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하신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갈라 5,14).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으려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루카 10,25-27 참조). 가난한 이웃에게 인색하지 않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고 기꺼이 나누면, 그리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주님의 말씀을 명심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의인으로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최상의 봉헌은 무엇보다도 이웃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듯 묵묵히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많은 분들의 수고와 봉사에 감사드리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켜 주시는 여러분에게 자비와 평화와 사랑이 풍성히 내리기를 빕니다”(유다 1,1-2).
2009년 12월 13일, 자선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