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강의정

2007. 4. 23. 오전 11:43:39

사랑의 편지

 

 

사랑은 편지 속에 웅크리고 있는

뜻하지 않는 고백의 말들이 아닙니다.

 

한 통의 편지를 쓰기 위해

옷을 고르듯 신발을 고르듯

꼼꼼한 솜씨로 편지지를 고르고

글씨가 틀리지나 않을까

먹물이 번지지나 않을까

마지막 한 글자가 끝나는 순간까지

손목이 저리는 고통도 참아가며

글자의 높낮이를 맞추어가는 정성

바로 그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글이 길어질수록 작아지는 것만 같은

사랑의 의미들에 애태우며

사랑이라 썼다가 그리움이라 썼다가

결국엔 보고프다 써버리고 마는

그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우편함에 꽃혀 있는 편지를 발견했을때

그가 누구인지

무슨 내용인지

굳이 뜯지 않아도 가슴이 설레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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