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연肅然과 용성容聲이옵니다.”
" 돌아가리라."
임오년(1762)3월 말 , 정약용의 아버지 정재원(丁載遠)은 결단을 내렸다.
평생 꿈꾸었던 출사(出仕)의 포기이자 집안의 오랜 숙원을 포기하는 결단이기도 했다.
정재원은 고향 마재로 발길을 돌렸다. 경술(1730)생인 그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그래 3월10일 생원시에 13등으로 합격한 정재원은 다른 합격자들과 함께 경현당(景賢堂)에서 영조를 알현했다.
그 무렵 영조는 얼마 남지 않은 부왕(父王) 숙종의 제사 생각으로 가득 하 있었다. 정재원이 생원시에서 의(義)에 관한
답안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들은 영조가 정재원에게 묻는 말의 속셈은 숙종의 제사에 있었다.
" 그 의(義)의 제목은 무었인가?"
"숙연(肅然)과 용성(容聲)이옵니다."
"무슨 뜻인가?"
"숙연은 곧 조심하여 삼가는 것이고, 용성는 신이 머무름을 허락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면 제사지낼 때 신(神: 조상)이 머무름을 허락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 효자의 마음은 반드시 신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니 어찌 들을 수 없다 하겠습니까."
" 그렇다면 또한 신을 볼 수도 있겠는가?"
" 신은 형체가 없어도 말할 수 있는데 진실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효자에게는 신의 소리가 들리는 것인데 어찌 그 모습을 보지 못할 이치가 있겠습니까?" 방에 들어가 어렴풋이나 그 신위가 보이는 경우가 곧 효자의 마음이요.형체가 없어도 보이는 까닭입니다."
" 그렇다면 사람마다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 효자인 뒤에야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어찌 사람마다 들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을 갖훈 후에야 그 부모의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 옳도다, 훌륭한 대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