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FC의 4-3-3을 흉내낼 수 없을까??(펌글)

2006. 2. 10. 오전 10:46:27

글자
첼시 FC의 4-3-3을 흉내낼 수 없을까

[오마이뉴스 심재철 기자]
▲ 로벤의 선취골 뒤풀이 사진이 실린 첼시 구단 홈페이지(chelseafc.com)
ⓒ2006 첼시 FC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 FC를 이끌며 2연패를 노리고 있는 무리뉴 감독은 최근 우리 축구대표팀이 자주 쓰는 4-3-3 시스템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물론, 구성원들의 개인 역량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와 선수 개인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부러운 첼시 선수들

우리 시각으로 9일 이른 새벽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 재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 FC와 중위권(12)에 머물고 있는 에버턴이 만났는데 결과는 리그 순위가 말해주듯 4-1로 홈팀이 크게 이겼다.

미드필더 구드욘센-골잡이 크레스포로 이어진 두 번의 기막힌 전진 패스와 날개공격수 로벤(22분)의 완벽한 마무리로 대승의 시작을 알린 첼시 FC는 작은 기관차 션 라이트-필립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특급 미드필더 람파드(35분)가 오른발로 차 넣어 승부를 갈랐다.

홈팀은 두 골도 모자라 팀 특유의 위력적인 세트 피스로 크레스포(39분)가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람파드의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은 마중나오는 크레스포의 이마에 정확하게 스쳐 그물을 흔든 것. 이렇게 원정팀에게 전반전에만 세 골을 퍼부은 첼시는 후반전에 한결 여유 있게 경기를 펼치다가 수비수 후트의 핸드볼 반칙으로 아르테타(72분-PK)에게 한 골을 내줬다. 하지만 곧이어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했던 가운데 수비수 존 테리(74분)가 후트의 슛이 상대 선수 몸에 맞고 흐르자 재빠르게 오른발로 돌려차 쐐기골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지난달 28일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4라운드 첫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이렇게 장소를 바꿔 다시 맞붙은 두 팀은 전체적인 경기력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 올려놓았던 골잡이 드로그바와 핵심 미드필더 클라우드 마케렐르, 다미언 더프는 아예 후보 명단에도 없었다. 간판 문지기 체흐는 쿠디치니에게 기회를 주고 벤치만 지켰을 정도였으니 첼시 FC의 선수 면면은 누가 봐도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드욘센-크레스포-로벤으로 연결된 첫 골 상황이나 놀라운 드리블 실력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션 라이트-필립스의 스피드, '람파드의 오른발 프리킥-크레스포의 머리'가 빛난 세트 피스의 위력 등은 왜 그들을 최고의 팀이라 주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준 장면들이었다.

이 경기에서 첼시 선수들이 보여준 4-3-3 시스템의 든든함과 필드 플레이어의 창의적인 움직임들을 생각하면 북중미 팀들과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우리 대표팀을 겹쳐 볼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한' 무리뉴 감독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FC 포르투를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고 첼시 FC 벤치에 앉은 무리뉴 감독은 이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첼시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4-3-3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어쩌면 우리 대표팀의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랬는지 몰라도 전-후반 미드필드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조금 다른 색깔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들의 시작은 이랬다. '윌리엄 갈라스, 존 테리, 로버트 후트, 글렌 존슨'(4) - '프랑크 람파드, 미카엘 에시앙, 에이더 구드욘센'(3) - '아르엔 로벤, 에르난 크레스포, 션 라이트-필립스'(3), 그리고 문지기는 쿠디치니였다. 후반전에는 FC 포르투와 디나모 모스크바를 거치며 그 성실성을 인정받은 미드필더 마니셰가 시작부터 들어와 에시앙과 더불어 더블 볼란테를 형성했다. 물러난 크레스포의 자리에는 그 자리에 있던 구드욘센이 올라가 원톱 역할을 해냈다.

64분에는 로벤 대신 조 콜이 들어왔지만 시스템이나 뛰는 자리가 바뀐 것이 없었고, 79분에는 1골 1도움을 올린 핵심 멤버 람파드를 빼고 지난 5일 코트디부아르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8강전을 끝내고 돌아온 카메룬 출신의 제레미 은지탑을 들여보내 컨디션 점검까지 마쳤다.

월드컵을 앞두고 전지 훈련이 한창인 우리 대표팀의 현 시스템을 생각해 볼 때, 여기서 적어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세 명의 미드필드 운용이다. 무리뉴 감독은 전반전에 에시앙을 뒤에 세우고 람파드와 구드욘센에게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주문했다. 이는 '백지훈-김남일-김두현'의 역삼각형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3-0으로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후반전에는 시작부터 마니셰를 들여보내며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워 한층 안정된 경기 운영을 요구했다. 구드욘센은 크레스포가 나간 원톱 자리로 올라갔다. 여기서도 우리 대표팀의 시스템 변화 한 장면을 그려볼 수 있다. 이동국이 나갈 경우 그 자리가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박주영이 나서는 것, 새로 들어온 이호가 김남일과 함께 가운데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이다. 백지훈은 옆줄 쪽으로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종종 가운데를 파고드는 왼쪽 날개공격수 역할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 변화는 첼시처럼 상대를 한두 골 이상 앞서고 있을 때 쓰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상황은 필드 플레이어 개인적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섰을 때 가능한 일이다. 또한, 미드필더만 만족스럽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첼시가 가르쳐주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박지성,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왼쪽 날개공격수 로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놀라운 순발력의 오른쪽 날개공격수 션 라이트-필립스의 변화무쌍한 움직임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그들은 우선 빠른 드리블을 구사할 수 있는 날개공격수들이다. 로벤은 에버턴의 가운데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들어가면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렸고, 라이트-필립스는 두 번째 골과 네 번째 골을 이끌어내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더구나 이들은 자기 자리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자리를 바꿔 가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정신 사납게 만들었다. 로벤과 라이트-필립스의 움직임에 따라 람파드-구드욘센(마니셰)도 마찬가지로 자리바꿈을 자주 보여주었다.

이렇게 자리를 바꾸는 상황에서 그들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적절한 공간 배분'이었다. 가운데 미드필더 에시앙을 중심으로 항상 공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눠 움직였고 윙백들인 갈라스, 글렌 존슨과 각각 짝을 이루면서도 그 원칙은 매우 잘 지켜졌다. 72분, 에시앙이 넘어지며 공을 빼앗기면서 시작된 에버턴의 빠른 역습 상황에서 가운데 수비수 후트가 맥파든의 슛을 왼손으로 막다가 페널티킥을 내주기는 했지만 첼시가 좀처럼 상대에게 역습을 내주지 않는 팀이라고 하는 사실은 이 경기에서도 잘 지켜졌다.

독일 출신의 가운데 수비수 로버트 후트가 에버턴의 골잡이 비티를 잘 견제하면서 상대 공격을 1차로 저지한 것과 주장 존 테리가 뒤에서 측면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잘 조율해 주는 것도 첼시의 든든함을 더해주는 것이다. 비슷한 체구의 우리 김진규가 후트의 역할을, 노련한 존 테리의 모습을 최진철이, 그리고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는 측면 수비수의 움직임을 김동진과 조원희가 잘 익혀준다면 결코 똑같을 수는 없지만 부분적으로라도 흉내 내기 어려운 첼시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4-3-3'이든, '4-4-2'든, '3-4-3'이든 다 더해보면 10이라는 답이 나온다. 그러나 축구의 답은 아무도 모른다. 12나 13이 나올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8도 모자라 7로 나올 때도 많다. 숨가쁘게 뛰고 있는 동안에도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까이에 있는 동료와 어떤 조합을 이뤄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며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무리뉴 감독과 유능한 선수들이 보여주는 '4-3-3 교과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모쪼록 기회가 닿는다면 이렇게 보는 경험을 통해서도 수준 높은 안목을 지닌 우리 선수들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 2

  • 2006년 2월 10일 오후 4:26

    우리하고 첼시는 차원이 틀리겠죠???

  • 2006년 2월 10일 오후 5:07

    아니죠.. 가능합니다... 증거를 보여줄까요.

*^^*한마음출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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