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수 난
15. 과월전 전 수요일 : 낮
예수께서는 그 전날들보다도 한층 더 꽉 찬 성전에 들어가신다. 오늘은 아마포 옷을 입으셔서 온전히 흰빛이다. 숨이 막힐 것 겉은 날이다.
예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안마당으로 예배를 하러 가시고 사람들의 행렬이 그 뒤를 따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벌써 회랑 밑의 제일 좋은 자리들을 차지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방인들인데, 그들은 회랑너머 첫째 마당 저쪽으로는 갈 수가 없으므로 히브리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따라갔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매우 많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떼가 그들을 방해한다. 그들은 항상 그들의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 힘으로 길을 뚫고 어떤 병자 위에 몸을 숙이고 계시는 예수께로 가까이 간다. 그들은 예수께서 병자를 고치시기를 기다려, 질문을 시키려고 율법학자 한 사람을 그분 곁으로 보낸다.
사실 알라못이라고도 하는 요엘이 선생님께 질문을 하러 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잠시 말다툼이 있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 하나가 그것을 반대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지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안돼, 자네는 비록 비밀리에 행동하지만 선생님 편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야. 우리를 가게 해….”
“우리야는 안돼” 하고 내가 도무지 알지 못하는 다른 젊은 율법학자가 말한다.
“우리야는 말할 때에 너무 격렬해. 그는 군중을 자극할 거야. 내가 가겠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대는 그 이상 듣지 않고 선생님 곁으로 갔는데, 그것은 마침 예수께서 병자에게 “믿음을 가져라, 너는 나았다. 이제는 열과 고통이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시면서 그를 보내시는 순간이었다.
“선생님, 율법에서 어떤 계명이 제일 큰 계명입니까?”
그를 등뒤에 두고 계시던 예수께서 몸을 돌리시며 그를 바라보신다. 부드럽고 환한 미소가 그분의 얼굴에 떠오른다. 그런 다음 머리를 드신다. 왜냐하면 키가 작고 게다가 경의를 표하려고 몸을 굽히고 있는 율법학자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계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군중 쪽으로 눈길을 돌리시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학자들의 집단을 뚫어지게 보시다가 뚱뚱하고 값진 옷을 입은 바리사이파 사람 뒤에 반쯤 가려진 요엘의 창백한 얼굴을 알아보신다. 예수의 미소는 환해진다. 그것은 마치 성실한 율법학자를 쓰다듬어 주는 빛과 같은 것이다. 그런 다음 이야기 상대자를 보시려고 다시 머리를 숙이시며 대답하신다.
“모든 계명중의 첫째 가는 계명은 이렇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주 네 하느님을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여라.’ 이것이 첫째 가고 가장 큰 계명입니다. 그 다음 둘째 계명은 이것과 비슷하니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 하여라’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습니다.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입니다.”
“선생님, 지혜롭게 진리로써 대답하셨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한 분뿐이시고 그분 이외에 다른 하느님은 없습니다. 하느님을 자기마음을 다하고 지능을 다하고 영혼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는 것은 모든 희생과 모든 제물보다 더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다윗의 ‘당신께는 희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느님게 드리는 제물은 뉘우치는 마음입니다’ 하는 말을 묵상할 때에는 완전히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는 희생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으니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희생이 가장 완전한 희생입니까?” 하고 율법학자는 무슨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이 빨리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가르치심을, 하느님의 나라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그 사람의 마음에 이 보배를 떨어뜨리시면서 사랑으로 얼굴이 환해진다. 그래서 그에게도 몸을 숙이시고 말씀하신다.
“완전한 희생은 우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고 원한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평화를 차지할 것입니다.
유순한 사람들이 땅을 차지할 것이고, 풍부한 평화를 차지할 것이다 하는 이런 말이 있지요. 정말 잘 들어 두시오. 제 원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완덕에 이를 것이고 하느님을 차지합니다.”
율법학자는 공손히 예수께 인사하고 그의 무리로 돌아가니 그들은 그가 선생님을 칭찬한 것을 작은 목소리로 나무라고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자넨 그에게 무엇을 물어 보았나? 혹시 자네가 그에게 사로 잡힌 건가?”
“나는 하느님의 성령께서 그분의 입술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네.”
“자넨 바보야 자넨 아마 그가 그리스도라고 믿는 건가?”
“난 그렇게 믿네.”
“정말이지, 이제 얼마 안가서 우리 율법교사들의 학교들이 텅 비고 저 사람을 따라 헤메는 것을 보게 될 걸세. 그런데 자넨 무엇으로 그가 그리스도라고 생각하나?”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나는 그분이라고 느끼는 거야.”
“미쳤어!” 그러면서 그들은 화가 나서 그에게 등을 돌린다.
예수께서는 그 대화를 지켜 보셨다. 그리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화가 나서 빽빽한 무리를 지어 당신 앞을 지나가시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부르셔서 말씀하신다.
“이것 보시오. 당신들에게 무얼 좀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 생각에는 그리스도가 어떤 사람입니까? 누구의 자손입니까?”
“다윗의 자손일 것입니다.” 하고 그들은 “일 것입니다”를 강조하며 대답한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예수께서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것을 예수께 이해시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다윗이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그리스도를 주라고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까? ‘주께서 내 주께 말씀하셨다. <내가 네 원수를 네 발아래 굴복시킬 때까지 너는 내 오른편에 앉아 있으라>고?’ 그러므로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고 불렀는데 그리스도가 어떻게 그의 자손이 될 수 있습니까?”
무엇이라고 대답할지를 몰라 그들은 그들의 독을 되씹으면서 멀어져 간다.
예수께서는 햇볕이 좍 퍼진 지금까지 계시던 곳에서 자리를 뜨시어 떨어진 헌금궤가 있는 방 곁에 헌금 넣는 구멍들이 있는 곳으로 가신다. 아직 그늘이 진 그곳에는 히브리인 청중들에게 향한 요란스러운 몸짓을 하며 젠체하고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는 스승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전을 향해 몰려오는 사람이 끊임없이 늘어나므로 청중의 수는 끊임없이 늘어난다.
스승들은 그들의 연설로 그리스도께서 지난 며칠 동안 또는 오늘 아침에 주신 가르침을 무너뜨리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그럴수록 항상 신자의 무리의 수가 더 불어나는 것을 본다. 과연 그 장소는 매우 넓은데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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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15. 과월전 전 수요일 : 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