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4일, 성모의 밤 김현배신부님 강론|

2011. 5. 20. 오전 6: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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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4일, 성모의 밤 신부님 강론|
 

 

성모의 밤

지금동 성당/ 2011. 5. 14.

 

교회는 성모님을 첫 번째 그리스도인이라고 합니다. 당신 생애 전체가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셨기 때문입니다. 이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도 성모님처럼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되도록 다짐합시다. 여기 한 여인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고 칭하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들의 어머니를 넘어서천주의 모친=하느님의 어머니 테오토코스(Theotokos)’라고 불립니다.(에페소 공의회,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로가 네스토리우스에게 보낸 둘째 편지한 여인에게 지상 최고의 호칭이 붙여졌습니다.

 그런데 이 나자렛 출신의 이 여인이 이런 호칭을 들을 만 했을까요?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 출신입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 예수님의 첫 제자인 나타나엘도 되물은 동네입니다. 그깟 변방에서 변변한 사람이 나올라고?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서 나와야지요. 그것도 대사제 계급이나 레위인들, 아니면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 사이에서 나와야지 그런 하찮은 동네에서 무슨 대단한 인물이 나오겠습니까?

 누구의 아이 인지도 모를 아기를 가졌습니다. 오늘날 같으면 아마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태어났어도 유전자 검사로 쫓겨났을 것입니다. 요즘 말로하면 미혼모입니다. 당대에도 고발당하면 돌로 맞아 죽습니다. 물론 우리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남편 요셉도 고민 끝에 그 아기를 받아들입니다.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마태 1,20-21)”

어머니는 그 아이를 뱃속에서 당신의 살과 피로 키웁니다. 하느님이시지만 인성을 취하신 분이 사람이신 어머니 복중에서 피와 살을 취하심으로써 사람의 모습을 갖추십니다.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아이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성모님의 마음의 눈은 이미 예수님을 향하고 있었고, 그분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기 시작하셨다.(10항)아이가 어떻게 생겼을까? 성모님의 눈길은 한 번도 예수님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잃었다 찾았을 때물어보는 눈길’이셨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 때꿰뚫어 보는 눈길’이셨고, 십자가 아래서의슬픔의 눈길’은 곧산고를 겪는 어머니의 눈’과 같았습니다. 부활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부활의 기쁨에 빛나는 눈길’이었으며 성령 강림 날에는성령을 넘치도록 받아 불타는 눈’의 어머니라고 표현 하셨습니다. 이처럼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하셨고 잠시도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고통도 맛봐야 했고 무시도 당했습니다. 남편은 예수님이 12살이 된 후에 행방불명 되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혼자 아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키웠지만 ‘마리아의 아들’ 곧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습니다.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 아닌가?(마르6, 3) 하지만 그보다 더한 말도 듣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 3,21)” 미친놈 소리도 들으셨습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소리입니다. 그래요. 미쳤지요. 나이가 30 이 넘도록 장가도 가지 않아서 남들 다 안겨 주는 손주도 안아 보지 못하는데, 남의 아이들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으면 속에서 천불이 나지요!

 그래도 예루살렘에 입성 할 때는 한편 참 자랑스러웠지요. 사람들이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구원하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21:9)”라고 회쳐 댈 때는 마음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군중은 때론 우중,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주류 세력들의 여론 조작에 놀아나서 금방 지지를 철회 합니다. 그리고 외쳐대지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며칠 전까지의 환호는 어디로 가고 그 끔직한 십자가 형에 처하라고 요구합니다. 십자가는 조롱거리입니다십자가는 어리석음입니다해 봤자 종에 지나지 않는다, 덤벼봤자 돌아갈 것은 이런 죽음뿐이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 형입니다. 발가벗겨 매다는 것입니다. 알 몸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어머니 당신이 그렇게 배 아파 낳은 자식이 뭇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고 조롱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빈정거립니다.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루카 23,35)” 네가 얼마나 잘 났기에 우리를 향해서 독사의 족속이니, 회칠한 무덤이니 하고 떠드느냐? 너 자신도 못 구하는 주제에!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향한 그런 비아냥을 다 들으신 분이십니다.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지만 어찌 손을 써 볼 방법도 없습니다. 힘없는 대 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냥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어머니이십니다.   그리고 아드님은 그렇게 속절없이 죽고 맙니다. 망연자실, 넋이 빠졌습니다. 창에 찔린 아들의 가슴처럼 어머니도 가슴이 뻥 뚫렸습니다.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그리도 총망을 받고 기대된 사람이었는데 그냥 그렇게 가 버리고 맙니다. 그 아들을 당신의 품에 앉습니다. 삐에타’ 비탄! 자식 잃은 어미입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입니다. 그렇게 죽은 아들을 가슴에 안은 어머니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어머니입니다. 고귀한 여인이 아닙니다. 손끝에 물 한 번 안 묻혀 본 여인이 아닙니다. 채찍질과 가시관과 못 자국에 온 몸이 헤어진 아들을 안은 고통의 어머니입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시작하겠다고 외치던 아들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며, 눈먼 이들에게 길잡이며, 귀머거리들의 귀에 새 삶의 소리를 들려주시던 분이시며, 입을 다문 이들을 향해서 하느님의 다스림을 선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의 나라를 같이 이 땅에 세우자고,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더 이상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라고 외치셨던 분입니다. 그러나 죽으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기다리셨습니다. 아들의 부활을, 그 아들의 기운이, 그 혼이, 그 넋이, 그 정신이 새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던 대로 아들의 기운은, 혼은, 정신은, 성령으로 당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자들에게 내렸습니다. 어머니는 보셨습니다. 아들의 영이 제자들에게 내리는 것을, 아들이 추구했던 하느님의 나라가 성령으로 이룩되어 가는 것을, 아들처럼 매 맞고 죽음을 당하면서도 의로운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 죽어가는 그리스도를 닮은 이들을 보셨습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마태 5,10-12)”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우리 그리스도인들 최고의 기원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 아버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말씀대로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구현되는 것. 그것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믿는 이들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원하시는 하느님 나라, 아드님이 시작하신 나라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우리에게 명하신대로 삽시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 형제 여러분, 믿는 사람들 안에서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주님께 우리의 삶을 온전히 맡겨 드리며 기도합시다.

+ 성령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 그리스도를 충실히 믿고 따르는 저희의 기도를 즐겨 들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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