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님들이여
보이지 않아도
나날이 미더웁고 나날이 친숙해 온
피 묻은 님들이여...
목숨을 걸고 사랑한 죄로
칼을 받아야 했던 피 묻은 얼굴들이
태양이 되어
아직도 그 빛 안에
우리가 살고 있음이여...
어둠과 비애의 폭풍이 잦아
갈수록 슬퍼진 땅에
살기 위해 죽어서
우리도 묻혀야 할
이 그리운 땅에
지금은 얼굴을 묻고
귀 먹고 눈도 멀어
열리지 않는 가슴을
통곡하다 지쳐 버린 후예일지라도
남겨 주신 그 신앙
생명의 피로 아픔을 씻고
또다시 희망 속에 웃고 싶음이여...
피 묻은 님들이 있어
더욱 확연히 트인 하나의 길로
영원히 살고 싶음이여...
이 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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