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갈릴래아인가!]
*마태 4,12-23
첫사랑을 기억하십니까? 첫사랑이라는 말만 듣고도 미소를 지으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하지요. 저희 사제들도 서품을 받고 봉헌하는 첫 미사와 첫 강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원래 사람들은 예수님을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수님이 나자렛에 사셨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복음을 선포하신 곳은 고향 나자렛이 아닌 갈릴래아였습니다. 왜 첫 복음의 선포지를 고향이 아닌 갈릴래아로 택하셨을까를 생각해보면서 오늘 복음을 묵상하겠습니다.
복음에는 갈릴래아 지방에 관한 표현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즈블룬 땅가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마태 4,15)
갈릴래아에 대한 이 장황한 수식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즈불룬과 납탈리'라는 표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레위지파를 제외한 열한지파가 땅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그때 갈릴래아 땅은 즈불룬과 납탈리 지파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 이유로 갈릴래아를 즈블룬과 납탈리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또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이라는 표현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갈릴래아의 지리적인 위치 때문입니다. 갈릴래아는 이스라엘의 국경지방입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나라였지요. 그래서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고 특히 국경지방 사람들은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분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특히 아시리아 사람들은 갈릴래아 지방을 점령하면서 자기들의 신을 섬길 것을 강요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이방신을 섬겨야만 했지요. 그 이유로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라는 표현이 나왔고 또 끝없는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을 두고 '죽음의 고장'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 가장 비옥한 곳이 바로 이 곳, 갈릴래아였습니다. 가나안이라는 땅은 오래 전부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되어 왔는데 그 젖과 꿀의 동력이 바로 갈릴래아호수였습니다. 호수에는 어족 자원이 풍부하여 고기 잡는 어부들이 몰려들었고, 호수 주변 땅은 풍부한 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자랐으며, 기름진 땅에는 곡식들이 풍성하게 열매 맺었습니다. 지금도 그곳은 아름다운 휴양지로 손색이 없는 곳으로 이스라엘의 고급 별장지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왜 이렇게 부유하고 풍요로운 지역을 당신의 첫 선교지로 택하신 것일까요? 아름답고 부유한 땅 갈릴래아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착취가 심하고 시련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였습니다. 갈릴래아 대부분의 땅은 예루살렘에 사는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소유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많은 서민들은 부당한 착취와 심한 노동으로 시달림을 받고 있었습니다. 가진 자들에 의해서 소외 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고통 받고 착취 받던 곳이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이곳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항상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공생활 3년을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셨고 이 사람들을 위해서 기득권자들과의 끊임없는 마찰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목숨까지도 내어놓으셨지요.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지역을 당신의 첫 번째 선교지로 택하신 이유는 고통 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이 되는 복음을 전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천주교회에서도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는 곳에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 병원과 사회복지 시설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구조적인 가난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도모하기 위하여 교육시설에 힘을 싣지요. 그렇습니다. 신자인 우리들이 첫 번째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은 고통으로 신음하는 병들고 가난한 이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셨기에 제자들인 우리 또한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갖는 사람들은 부자이고 높은 지위에 있으며 나보다 나은 조건의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다를바가 없지요.
이번 한 주 나의 욕망을 넘어서서 예수님을 따라 고통 받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먼저 관심 갖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요?
-이기양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