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實과 眞實

2005. 7. 20. 오전 9:30:14

글자

노인과 여인. 푸에르트리코의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다고 한다.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연스런 애정 행각인가? 푸에르트리코의 독립투사로 감옥에서 굶겨 죽이는 형을 받고 죽어 가던 중 갓 해산한 딸이 면회를 왔다 죽어 가는 아버지를 보고 서슴없이 가슴을 열어 아버지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이란다. 眞實은 안 그 순간,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지만, 事實은 얼마나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가를 말하고 싶다.


 事實과 眞實!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話頭중 하나였던 것 같다. 계속 헷갈리다가 최근에서야 간신히 그 진정한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의 비리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서 보듯이 당사자들의 언행과 나중에 밝혀진 수사 결과들을 보면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일이 非一非再하지 않았던가! 조직 생활에서도 사실과 진실을 혼동하여 얼마나 황당하고 난처한 일이 많았었던지.......


 사실은 실제로 있는 객관적인 것이고, 진실은 객관성에 개인의 주관이나 가치를 주입시키다 보니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하물며 事實조차도 보는 사람의 위치나 각도, 심리나 기억 상태 등등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에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우기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갖고 사실이라고 주장하다 나중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의 그 민망함과 부끄러움이란 .... 지금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사실 판단도 이렇게 힘든데 진실을 밝혀낸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지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다.


 우리 사회의 意識과 行動의 이중구조도 사실과 진실의 규명을 어렵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싶다. 내가 보기에는 거의 문화적인 특성으로 고착되지 않았는가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이념이나 가치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재미있는 예를 한가지 들어 보자. 몇 년 전 얘긴데 우리나라 CEO 대부분이 지시할 때 확실한 지침을 안 준단다. 상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거기 맞춰서 계획을 짜야 하는 데 정확한 의도를 모르니 대충 분위기나 感으로 때려 맞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능률적이고 소모적인가? 지시를 할 때 배경이나 의도를 자상히 알려 준다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할텐데....물어보기도 어렵고 알려주지도 않는 게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조직 문화가 아닐까?


 욕하면서 배운다고 한다. 구박받던 며느리가 더 혹독한 시어머니 노릇한다고, 솔직히 내가 부하 직원하게 잘 사용하는 수법이다. 확실히 판단이 안서거나, 일종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요긴하게 써 먹고 있는 게다. 물어보면 알려 줄 텐데 물어보지 않는 적도 많다.

어려운 사람이라 였을까? 이번을 계기로 고쳐 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사실과 진실의 규명 참 어려운 문제다. 하물며 개인적인 오해나 편견, 나아가 전달과정에서의 오류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어떤 사안이나 특히 개인에 대한 판단은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사회조직 생활을 해 오면서 나름대로 느낀 인간이나 대외 관계의 비결이라면 솔직해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 사실과 진실이 왜곡되고 어지러운 이 혼탁한 세상에서 저 사람은 그래도 솔직하다는 신뢰를 두루 줄 수 있다면(특히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더 더욱) 가끔은 손해보는 일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승리하는 인생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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