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지!
저희 수녀원 뒷산이 푸르름으로 뒤덮여 질 때면
늘 생각나는 재미있는 일화 하나가 있습니다.
수녀원 주변 여기저기 돋아난 풀을 뽑기로 한 공동작업 날,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점점 깨끗해지는 주변을 바라보며
개운하고 흐뭇한 마음에 한없이 웃던 날이었습니다.
사실 제 눈에는 땅에 난 모든 것이 풀로 보였습니다.
‘이 풀 저 풀, 온갖 잡초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제 옆에서 함께 풀을 뽑던 수녀님께 “수녀님, 이거 풀 맞죠?” 하고 씩씩하게 물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당근이지!” 라고 아주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그 풀을 뽑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제 손에 뽑혀 진 것은 풀이 아니라 새끼 손가락만한 아주 여린 연주황빛 당근이었습니다.
“수녀님…. 이거 풀이 아니라 당근이잖아요~”
“내가 당근이라고 했는데.”
그때야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당근이지!” 분명히 당근인데, 저에게는 “풀이 맞아.”라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똑같은 말인데도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일상 안에서 분명히 똑같은 상황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가 다릅니다.
한 사람이 말하지만 듣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릅니다.
나는 어느 쪽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요?
희망적이고 생명이 있는 쪽인지, 아니면 절망과 판단 쪽인지. -
행복지기 수녀드림
당근이지
김윤홍
2008. 6. 30. 오전 9:49: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