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빵
글 : 최인호 베드로
주님께서 돌아가신 무렵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으로 인상적인 두 명의 '이름없는 사람'이 나탄난다구.
한 사람은 주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무렵 두 제자를 보내시며
"맞은편 마을로 가보아라.
그곳에 가면 나귀가 한 마리 매어져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나귀 주인이 왜 그러냐고 묻거든 주께서 쓰신다고 하고 끌고 오너라."
제자들이 예수께서 일러주신 대로 행하자
나귀 주인은 나귀를 곧 제자들에게 내어주었다구.
주님은 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다.
주님께서 쓰시겠다고 말만 전해 듣고도 선뜻 나귀를 내어준 나귀 주인.
그뿐인가. 인상적인 이름없는 사람이 또 한 사람 있다구.
주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보낼 방을 구하기 위해서
역시 제자 두 사람을 보낼 때에도 이렇게 말씀하셨어.
"성안에 들어가면 물을 길어가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그를 따라가 그 집주인에게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눌 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라.
그러면 그 사람이 큰 이층 방을 내어줄 것이다."
주님께서 쓰시겠다는 말 한 마디에 선뜻 나귀를 내어준
주인이나 주님께서 필요하다는 말만 전해 듣고도
선뜻 자기 집의 큰 이층 방을 내어준 이 이름없는 두 사람.
주님, 저는 이 이름없는 익명의 두 사람이야말로
신앙의 본보기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주님을 보지 않고서 사기꾼이지 도둑놈인지 알 수 없는
두 제자에게 어떻게 제 나귀를 내어줄 수 있나요.
우리집 이층 큰 방을 내어드릴 수가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 사회도 주님을 믿는 나귀를 끌고 가는 나귀 주인이나
물동이를 이고 가는 평범한 이름없는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서
이만큼이나마 올바르게 움직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평범한 사람이 내어준 이층 방이
주님이 우리와 자신의 피와 살로써 영원한 계약을 맺는
이 지상에서 가장 신성한 다락방이 되었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방이 되었습니다.
신앙의 실천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겨자씨와 같은
방 하나를 주님께 내어드리는 작은 일이며 그 작은 일이 결국
그 방을 이 지상에서 가장 큰 방으로 만들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 만큼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신 내 주님,
나의 하느님.
주님께서 쓰시겠다는 말씀에 선뜻,
가진 나귀를 내어드리는 나귀 주인을 본받게 하시고
주님께서 쓰시겠다는 말씀 한 마디에 선뜻
내 마음의 이층 방 하나를 내어드리는
집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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