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거폐(去蔽)

2005. 1. 29. 오전 11: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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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폐(去蔽)


 
播糠眯目, 天地易位. 一指蔽目, 太山不見. 糠非能使天地易位, 
指非能使太山不見者. 而目受其蔽焉, 則天地之大也, 猶爲其所晦, 
太山之高也, 猶爲其所掩. 何以故? 天地太山在遠, 糠與指在近也. 
-신흠(申欽, 1566-1628), 〈거폐편(去蔽篇)〉


 
겨를 키질 하다가 눈에 티가 들어가면 
하늘과 땅이 뒤죽박죽이 된다. 
손가락 하나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는다. 
겨는 천지의 위치를 바꿔 놓을 수 없고, 
손가락은 태산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눈이 그 가림을 받게 되면 
천지처럼 큰 것도 오히려 어두운 바가 되고, 
태산같이 높은 것도 오히려 가리는 바가 된다. 
어째서 그런가? 
천지나 태산은 먼 곳에 있고, 
겨나 손가락은 가까운데 있기 때문이다. 



눈에 티가 들어가면 눈을 뜰 수가 없다. 
눈물이 나고 따갑다. 
두 다리가 멀쩡해도 걸을 수가 없다. 
두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떠도 마찬가지다. 
티를 뽑아내고 가린 것을 치우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정상으로 돌아온다. 
멀쩡한 사람이 뭔가에 가려지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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