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추상 /詩.활연 (낭송.강진주)
허공의 바퀴는 마른하늘 한 녘을 비웠다, 불빛의 건너편
방파제는 눈발에 묻혀 어둡다, 낡고 시름없는 번사煩事를 끌고 온
썰물 포구, 폐선은 잃어버린 항로를 기억하려는지, 검푸른 바다의
등에 흩날린다.
바퀴가 으깨지도록 달렸던 속도를 죽이고, 길도 없이 붐비던 들뜬 나날의
산꼭대기 높이 걸었던 등불은 내렸다, 그때 눈꽃은 피려는가,
밤의 기슭으로 가서 나는 묻힌다, 하얗게 상처를 표백하는 밤이란, 서러운
자의 무릎에 먹먹한 가슴을 파묻는 것이리라
아득한 세상을 지우려는지, 흰빛은 차디찬 절벽을 다 채우고, 둥글고 환한
밤 하나의 등불을 켜려는지, 나무로 풀로 들녘 모진 섶으로 허공에 모아둔
글썽이던 눈물의 빛깔을 부려놓으려는지
어제도 그제도 옛날도, 흩날린 발자국도 지우며, 그렇게 한 지면이
하얗게 백양나무 가슴을 보이면 편지를 쓴다, 수십 년을 홀로
사랑했을 사람에게, 이미 기억의 이파리 다 떨어낸 그날의 사람에게,
그러다 문득 눈부신 찰나 남이 된 사람에게, 그해 겨울 시린 손으로 그려보았던
동그란 약속들과 미지 너머 갈맷빛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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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추상
2010. 1. 2. 오후 8: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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