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현존
하느님은 어디에나 아니 계신 데 없이 곳곳에 현존하십니다.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은 존재 자체이신 그분에게서 존재를 부여 받아 존재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분은 모든 존재들이 존재하게끔 뒷받침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현존은 존재로 가득 한 이 우주 안에 충만하십니다.
또한 주님이신 예수님은 특별히 성체를 통하여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며,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성체를 영하는 이들 안에 보다 더 친밀하게 현존하십니다 (요한 6, 56). 그리고 주님은 이 현세적인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 (천국)에도 현존하십니다. 이 세상에서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 주님을 보지만 천국에 가서는 얼굴을 맞대고 보듯이 그분을 뵙게 될 것입니다 (1고린 13, 12).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현세와 내세를 막론하고 아니 계신 데 없이 곳곳에 현존하시지만, 그분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의식하면서 기도하고 행동할 수는 있어도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우리 마음대로 체험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현존 체험은 하느님께서 자유로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만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그분의 현존을 향하여 우리의 마음을 개방할 뿐입니다.
다음에 제시하는 방법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의 현존을 향하여 자신을 개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방법은 우주 안에 충만히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먼저 조용한 곳에 똑바로 앉습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2)그 다음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숨쉬는 이 공기는 하느님의 힘과 현존으로 인한 것이고 그 힘과 현존으로 가득차 있음을 생각합니다. 이 공기는 하느님의 힘과 현존으로 넘친 광대한 바다이며, 나는 하느님의 힘과 현존의 바다 안에 완전히 잠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사도 17, 25-27)
3)숨을 들이쉴 때마다 하느님의 힘과 현존을 들이쉰다고 의식하면서 할 수 있는 대로 오래 이 의식 안에 머뭅니다. 이 때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제 숨결보다도 더 가까이 계십니다. 제가 한 차례 호흡할 때마다 아버지의 현존을 더 깊이 자각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 좋습니다. 또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하느님의 영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신다고 의식하면서 성령이 가져오시는 거룩한 에너지로 허파를 가득 채웁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죄와 더러움, 불순물, 비관적이고 소극적인 감정 등을 몽땅 뱉아 낸다고 의식하면서 숨을 내쉽니다.
4)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영을 들이쉬고 몸속의 더러움을 뱉어 내는 호흡과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자신의 온몸이 생기와 활기를 띠고 빛나는 것을 상상으로 봅니다. 그리고 온 우주뿐만 아니라 자신의 온몸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세포 안에도 하느님의 현존이 충만함을 의식하고 이러한 상태에 머물면서 기도합니다.
둘째 방법은 성체를 통하여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성당 안에서 감실을 향하여 똑바로 앉습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2)“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입 속으로 되풀이하면서 음미합니다. 또한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1고린 11, 24) 하신 말씀대로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날까지 성체성사가 거행되고 있음을 상기합니다. “우리가 감사를 드리면서 그 축복의 잔을 마시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우리가 그 빵을 떼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고린 10,16)
3)성체를 통하여 지금 성당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의식하면서 “예수님”을 반복하여 부릅니다. 예수님이란 단어에 주의와 의식을 집중하면서 반복합니다. 나중에는 소리를 낼 필요도 없고 입술을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의식적인 조절을 풀어 예수님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흘러 나오게 합니다.
4)이 때 중요한 것은, 부활하셔서 내 앞에 영신적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나도 그분을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기뻐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분의 현존 안에 머뭅니다.
셋째 방법은 자기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편한 자세로 바르게 앉습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2)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으로 점점 더 깊이 내려간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맨 위층에서 내려간다고 상상합니다 (마음속으로 10에서 1까지 세면서 점점 더 깊이 내려감을 의식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으로 자기 존재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깊은 고요함의 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3)다음의 성서구절을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내 안에 계심을 의식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요한 6, 56)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신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깨닫지 못하신다면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낙제한 것입니다.” (2고린 13, 5)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 20)
4)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그분의 현존을 더 깊이 인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그리고 자비하신 주님, 한없이 위대하신 주님께서 죄스럽고 보잘것없는 내 안에 현존하심을 의식하고, 나를 통하여 일하고자 하심을 생각하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또는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얼마 동안 그냥 주님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넷째 방법은 천사와 성인 성녀들에게 둘러싸여 천상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바른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면서 육체와 정신의 긴장을 풉니다.
2)천상의 모습을 그린 성화를 보든지, 또는 묵시록 4장 8-11절과 5장 11-14절을 읽으면서 천상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눈을 감고 내적인 눈으로 천상의 성인 성녀들과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그려보든지 자신도 그 광경에 동참하여 내 앞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찬양합니다. 때로는 단순하게 허공을 응시하면서 내 앞에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의식할 수도 있습니다.
3)그 다음 주님의 밝은 광채가 주님으로부터 나와 내 온몸을 감싸고 그 빛에 의하여 내 안의 온갖 어두움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상상합니다. 이때, “주님, 주님께서는 내 옷보다도 더 확실하게 나를 감싸고 계십니다. 비오니 내가 촉감을 느낄 때마다 주님의 정다운 포옹을 더 깊이 자각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해도 좋습니다.
4)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그냥 머물러 있든지 예수님, 성모님, 성인 성녀, 천사들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대화를 나눕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마태 17, 4)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첫 번째 방법은 하느님이 특정한 장소에만 현존하시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실시하면 좋고, 둘째 방법은 자주 성당에 올 수 있는 분이 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셋째 방법은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과 함께 계신 주님을 의식하는 데 좋으며, 넷째 방법은 현실 세계에만 매여 있는 사람에게 유익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을 의식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묵상기도를 할 때에도 우리는 기도의 상대방이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지 않아도 현존하시지만, 인간 편에서 볼 대는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기도할 때 더 깊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위의 방법은 단순한 예에 불과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기 쉽지만 어떤 사람은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려고 해도 그분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는 수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별로 힘 안 들이고 그분의 현존하심이 느껴지는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깊이 그분의 현존이 다가오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것은 모두 그분의 은혜이며, 위에서 설명한 방법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의 현존을 향하여 마음을 개방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제시한 방법을 절대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변형시킬 수도 있고 가감할 수도 있으며 자기 나름대로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만들어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했을 때 저절로 흘러 나오는 행위는 기도입니다. 때로는 주님께서 자신의 잘못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에 참회의 기도를 하기도 하고, 주님의 사랑을 느끼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리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은혜를 청하기도 합니다.
(세미나 자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