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효봉에서 시작해 의상봉에서 맺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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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의 가장 일반적인 등산로는 우이동 길. 회사 단합대회나 친구끼리의 산행도 습관처럼 우이동∼도선사∼백운대 코스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법이 바뀌면 음식 맛이 확 달라지듯 등산 코스를 달리하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북한산성 일주 코스는 산 타는 맛을 한결 신선하게 하는 ‘응용 조리법’이다. 유근표씨를 따라 북한산성을 종주해보자. 북한산성 일주 코스를 구간별로 소개한다.
# 대서문∼북문 북한산성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에 시달린 조선 왕조가 외침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 축성은 숙종 37년(1711) 4월3일 시작해 10월19일에 마쳤다고 전해진다. 현재 14개 성문이 남아 있는데, 일주는 보통 산성 정문인 대서문에서 시작한다. 대서문은 3호선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간 후 다시 북한산성 매표소를 거쳐 15분 정도 걸어간다.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 어느 쪽으로 돌든 일주하기만 하면 산성의 면면을 놓치지 않는다. 유씨는 백운대·만경대 등 주봉을 먼저 감상하고, 진달래 능선과 의상 능선을 타는 시계 방향 코스를 선호한다. 대서문에서 원효봉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걸린다. 출발 후 곧 마주치는 수문터는 1915년 홍수에 떠내려간 수문이 있던 자리다. 이곳은 ‘북한산성 계곡’이라 불리는 명소로 선경을 자랑한다. 투명한 소(沼)와 너럭바위, 맑은 계곡물이 등산객의 발걸음을 묶는다. 계곡 하류에서 상류 중흥사터 어름까지 빼어난 경관이 이어져 서울 근교 절경의 으뜸으로 꼽힌다. 특히 중성문 아래 옥녀탕은 ‘계곡의 백미’라 칭송된다.
성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시체를 운반하는 통로였던 시구문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계단 길이 나 있어 다리의 부담이 적다. 원효봉에 닿으면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의상봉 등 북한산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원효봉은 너른 정원처럼 편평해 간식을 먹기에 적당하다. 새로 복원한 성곽을 따라 5분쯤 가면 북문에 이르고 험준한 코스가 시작된다. # 북문∼만경대 험준한 바위길, 직벽 코스가 많아 염초봉 길은 다소 거칠다. 염초봉에 오르는 길엔 벌림바위가 있다. 두 다리, 두 팔을 벌려 양쪽 바위벽을 짚으며 내려가야 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염초봉을 지나면 ‘파랑새봉’으로 불리는 바위가 나온다. 늘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골’이라고도 한다. 성곽이 조금 남아 있어 점심을 해결하거나 다리를 쉴 공간이 된다. 염초 능선의 고비는 밴드길이다. 바위 절벽 중간이 띠 모양으로 돼 있어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폭 30∼40㎝에 길이는 10m 남짓이다. 수십 길 벼랑이 아찔하므로 강심장이 아니면 이곳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밴드길을 무사히 건넌 뒤에도 곡예 같은 산행은 계속된다. 바위틈을 네 발로 기어야 하는 개구멍 바위도 녹록지 않다. 네발짐승처럼 바위에 붙어가다가 10m 절벽을 흘끗 내려보면 간담이 서늘하다. 1m20㎝가량 되는 바위 사이를 점프해야 하는 뜀바위도 난도가 높다. 모든 어려움을 거치면, 대망의 백운대(해발 836.5m)가 등산객을 반긴다. 발밑에 펼쳐진 산하가 그간의 고생을 보상한다. 깎아지른 절벽 인수봉, 만 가지 경치를 품은 만경대도 가까이 보인다. 맑은 날엔 한강과 임진강뿐 아니라 멀리 강화도까지 손에 닿을 듯하다. 운이 좋으면 개성의 송악산까지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백운대에서 위문으로 내려간 뒤 만경대까지 세 가지 길이 있다. 그 중 ‘스타바위’ 코스는 대담하게 바위를 타는 바위꾼에게 등산객이 환호를 보낸다고 해서 작명됐다. 만경대(799.5m)엔 두 곳의 전망대가 있는데, 두 곳 모두 낙조가 황홀하기로 유명하다. 북문∼만경대에 널린 바위 코스는 자일 등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출입을 통제받는다. 초심자는 북문에서 상운사 쪽으로 빠져 우회하는 길을 이용하는 게 좋다.
# 만경대∼대남문 만경대 능선이 끝나면 다시 산성의 성곽이 나타난다. 백운대, 만경대 등 북한산의 정점을 지났으므로 다소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숨을 고르며 주변 경관과 유적지를 감상하기에 좋다. 진달래 능선 끝 부분엔 의암 손병희 선생 묘소가 있다. 1912년 선생이 애국지사를 키워내기 위해 지은 봉황각(서울시 유형문화재 2호)도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 483명은 3·1운동을 이끌었다고 한다. 대동문, 보국문을 지나면 성덕봉으로 추정되는 봉우리가 있는데 서울 시내가 한눈에 굽어 보인다. 보국문에서 대남문까진 성곽 복원공사가 완료돼 잘 단장된 공원 분위기를 낸다. 마음을 졸이는 코스가 거의 없는 구간이다.
# 대남문∼대서문 의상 능선으로 불리는 구간으로 약간 까다롭다. 대남문 가까이 있는 문수봉은 북한산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문수봉에서 서북 방향으로 뻗은 능선엔 나월봉, 용출봉, 의상봉 등 의상8봉이 나란히 이어져 있다. 나월봉은 험한 바위 절벽이어서 선조들이 축성하는 데 애먹었을 법하다. 이 부근에 조성된 단풍나무, 참나무 숲은 옛 성곽의 풍취와 잘 어울린다. 나월봉을 지나 부왕동암문에 도착하면 부왕사터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부왕사는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기 전 백일기도를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한때 100칸이 넘는 거대한 사찰이었으나 크게 쇠락했다. 의상봉에 이르기 바로 전엔 국녕사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위압적인 청동좌불상이 감탄을 자아낸다. 의상 능선의 마지막인 의상봉은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눈앞에 다시 뚜렷하게 보이는 원효봉이 일주의 완료를 알려준다. 일주는 원효봉에서 시작해 의상봉에서 맺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세월을 관통한 의상, 원효 두 대승의 불력이 새삼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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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성 일주 주의할 점 대서문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 데 성인은 보통 8시간 정도 걸린다. 날이 가물 때는 식수를 충분히 챙겨가는 것이 좋다. 일주 코스 중 마실 만한 물이 있는 곳은 원효암, 북한산장 및 야호샘, 원각사터 등이다. 원효암 샘과 원각사 샘터는 주능에서 왕복 3분, 북한산장 샘터와 야호샘은 주능에서 왕복 5분 거리에 있다. 북한산장 샘은 수량이 넉넉하지만, 나머지 세 곳은 건조한 계절엔 물줄기가 끊기기도 한다. 하지만 가뭄에도 원효암 같은 사찰에선 지친 등산객에게 생수를 건네주는 자비를 베푼다. 군데군데 험준한 바위코스가 숨어 있으므로, 노면 마찰력이 좋은 암릉화(리지화)를 챙기는 것이 좋다. 보조 자일이나 밧줄도 항상 휴대한다. 초행이라면 산성 일대를 상세히 보여주는 지도를 잊지 말자. 모든 북한산관리사무소에선 휴대용 지도를 1000원에 판매한다. 조난당할 경우 119 신고가 용이하도록 휴대전화도 반드시 지니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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