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로마 미사 경본”에 대한 간략한 소개

송산성당

2017. 12. 5. 오후 4:06:15

 

새 “로마 미사 경본”에 대한 간략한 소개

 

*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작성

전례는 교회의 공적인 기도이므로 그 내용과 절차를 책에 담아 사도좌의 권위로 반포하는데 이 책을 전례서라고 하며, 라틴어로 출판되어 각 나라의 모국어로 번역할 때 표준이 되는 판본을 ‘표준판’(editio typica)이라고 한다. 모든 전례와 교회 생활의 중심은 미사이며 미사 전례를 위한 전례서는 ‘미사 경본’(missale)이다. 󰡔로마 미사 경본󰡕(missale romanum)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 이후 현재까지 모두 네 차례 반포되었는데, 1970년에 표준판(editio typica), 1975년에 제2표준판(editio typica altera) 그리고 2002년에 제3표준판(editio typica tertia)이 출판되었고 2008년의 제3표준 수정판(editio typica tertia emendata 2008)이 현행 미사 경본이다. 이 4개의 판본은 1970년에 교황 바오로 6세의 권위로 반포된 표준판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모두 ‘바오로 6세 성사집’이라고 통칭한다.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은 표준판을 번역하여 1975년에 출판되었고, 1996년에 우리말 「미사 통상문」이 발행되었으며, 올해 8월 15일에 새로이 출판된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은 2008년의 제3표준 수정판을 번역한 것으로서 2017년 12월 3일(대림 제1주일)부터 시행될 것이니 1975년 이후로 42년 만에 개정된 것이다.

‘바오로 6세 성사집’은 표준판과 제2표준판 사이가 5년, 제3표준판과 그 수정판 사이가 6년으로서 그 기간에 각각 약간의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졌던 반면에, 제2표준판과 제3표준판의 터울은 무려 27년, 곧 한 세대에 달하는 기간이며 이때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으니, 새로 나온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이라면 번역문의 변화를 살피기 이전에, 라틴어 제2표준판과 제3표준판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로마 미사 경본 제2표준판에서 제3표준판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변화들을 소개하고, 그다음에 새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의 주요한 사항들을 제시하며, 새 로마 미사 경본으로 인해 전례력에서 달라지는 부분을 따로 소개하고, 끝으로 로마 미사 경본과 전례력에 나타나는 미사의 허용과 금지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언급하겠다.

로마 미사 경본 제3표준판의 변

제3표준판은 제2표준판 이후로 거의 30여 년간 여러 지역 교회에서 이 제2표준판을 사용하면서 제기된 적응의 문제들을 배려하였으며, 그 사이에 새로이 발표된 교회법전과 사도좌의 지침들을 반영하였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기존에 있던 4개의 감사 기도 외에 화해 감사 기도 2개와 기원 미사 감사 기도 4개가 추가되어 모두 10개의 감사 기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화해 감사 기도는 화해의 신비를 신자들에게 특별히 깨닫게 하려는 미사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기원 감사 기도는 여러 기원 미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성금요일과 성토요일 양일간에 주님 수난 예식에 참여한 이들이 하는 영성체와 노자 성체 외의 모든 성사를 금지하여 왔는데, 치유 성사인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만큼은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을 막론하고 언제라도 집전할 수 있도록 예규가 변경되었다(󰡔로마 미사 경본󰡕,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규 1-2항; 성토요일 예규 3항). 그 이유는, 안식일에 관한 주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는 것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안식일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마르 3,1-6 참조).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로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를 첫째 자리에 놓았던 것에 반하여, 제3표준판은 전례의 교회론적 차원을 중시하여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성찬례의 전형적인 형태로 제시하고[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이하, 미사 총지침) 115항 이하], 사제 혼자서 드리는 미사는 부득이하고 중대한 이유가 없이는 거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본연의 신경이라 할 수 있는 사도 신경의 위상을 복원하여 특히 사순 시기와 부활 시기에 사도 신경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으며[미사 통상문(이하, 통상문) 19항], 그레고리오 성가의 위상 또한 복원하여 악보 없는 본문 앞에 악보 있는 본문을 제시함으로써 노래로 바치는 미사가 더욱 합당하고 장엄한 것임을 천명하였다(미사 총지침 41항). 동시에, 전례는 성령의 이끄심에 의탁하는 거룩한 침묵의 바탕 위에서 거행되어야 함도 강조하였다(미사 총지침 45.56항).

시작 예식의 인사에는 여러 가지 양식이 있는데, 모든 양식에서 신자들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응답하도록 통일하였으며(통상문 2항), 부록에 제시되었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라는 응답은 전례 사목적 이유로 삭제하였다. 그리고 “영성체 노래는 사제가 성체를 모실 때에 시작한다.”라고 그 시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우리말 번역문의 새로운 점

위에서 제3표준 수정판의 특징들을 언급하였으니, 이제 새 󰡔로마 미사 경본󰡕의 우리말 번역문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들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자. 이 변화의 일부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라 마련하여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삽입한 ‘한국 교구 적응 지침’이고, 다른 부분은 라틴어 본문에 더욱 일치하도록 이전과 달리 번역한 것인데 대부분 경신성사성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장례 예식에서 고별식은 반드시 시신이 있을 경우에만 거행하였다. 그러나 한국 교구들에서는,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유골만 있거나 시신이 없는 경우에도 고별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미사 총지침 384항 적응). 이 경우 기도문은 알맞게 바꾸어 적용해야 할 것이며, 유골도 없는 경우에는 성수 뿌림과 분향은 하지 않는다.

전례 거행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오르간이다. 그러나 한국 교구들에서는 관악기와 현악기도 사용할 수 있으며, 타악기는 특별한 경우에 신중하게 검토하여 사용해야 한다(미사 총지침 393항 적응). 악기의 사용은 참으로 거룩한 목적에 알맞아야 한다.

전례 대화에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에 대하여 교우들의 응답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로 수정되었다. 여기서 ‘영’은 개인의 영혼이 아니라 성품성사 때 받은 ‘성령’을 가리킨다.

감사 기도 중 성찬 제정문의 축성 말씀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가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로 수정되었다. 이렇게 수정한 것은 전례 전통 안에 이어져 온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능한 한 모두 담아내기 위함이다.

감사기도 제2, 3, 4 양식의 ‘성인들을 기억하는 기도’에서 성모님을 언급하는 부분 다음에, 제1양식에 나오는 “그 배필이신 성 요셉과”를 삽입하였다. 성가정은 교회의 모상이며, 십자가 아래에서 주님께서 성가정의 어머니를 교회의 어머니로 맺어 주셨듯이 그렇게 성가정의 보호자요 아버지인 성 요셉은 교회의 보호자요 아버지가 되었다.

라틴어 본문에 충실하게, 미사 통상문 128항에서 “장례 미사에서는 평화의 인사를 생략할 수 있다.”라는 본문을 삭제하고 “경우에 따라”(pro opportunitate)라는 단서를 복원하였다.

또한 영성체 전 사제의 말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 앞에 “보라!”를 넣고, 교우들의 응답은 “...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로 수정하였는데, 이 역시 라틴어 본문에 충실하고 성경에 일치시키기 위함이다(통상문 132항).

전례력의 변화

새 󰡔로마 미사 경본󰡕에 따른 ‘전례력’의 변화들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고유 ‘명절’에 드리는 미사를 대축일 미사가 아니라 기원 미사로 정리하였다. 음력 1월 1일에는 ‘설 명절 미사’라고 불리는 기원 미사를 거행한다. 이때 기원 미사 25 ‘새해’ 또는 기원 미사 25-1 ‘설, 음력 1월 1일’ 전례문을 사용한다. 설 명절이 사순 시기 주일이나 재의 수요일과 겹치면 보편 전례력에 따른 미사 전례문으로 미사를 거행한다. 추석에는 ‘한가위 명절 미사’라고 불리는 기원 미사를 거행한다. 이때 기원 미사 28 ‘수확’ 또는 기원 미사 28-1 ‘한가위, 음력 8월 15일’ 전례문을 사용한다. 한가위 명절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과 겹칠 경우는 대축일 미사를 드린다.

6월 25일에는 기원 미사 예식 규정에 따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원 미사를 드린다. 이날 기원 미사 30 ‘정의와 평화’ 또는 기원 미사 30-1 ‘민족의 화해와 일치’ 전례문을 사용한다. 교구장 주교의 허락을 받아 그 전 주일로 옮겨 지내는 곳에서는 한 대만 이 미사를 드린다.

경신성사성의 요청에 따라 전례일의 등급이 조정되었다. 10월 1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대축일’과 12월 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은 보편 전례력에 따라 등급을 기념일로 바꾸어 정리하였으며 ‘선교의 수호자’라는 호칭을 삭제하였다.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은, 보편 전례력에서 동일한 성인의 축일이 중복되지 않게 한다는 원칙에 따라 삭제하였으며, 다만 이날 신심 미사는 드릴 수 있도록 하였다.

라틴어 본문에 더욱 충실하게 축일의 명칭을 수정하였다. ‘예수 성탄 대축일’을 ‘주님 성탄 대축일로’로, ‘예수 부활 대축일’을 ‘주님 부활 대축일’로 수정하였다. 동정 마리아에 붙는 형용사인 ‘복되신’을 살려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등으로 명칭을 고쳤다. 3월 19일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에서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라는 호칭을 삭제하였다. 라틴어 본문의 최상급 표현을 살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등으로 수정하였다.

미사의 허용과 금지

󰡔로마 미사 경본󰡕과 󰡔전례력󰡕에는 어떤 날 또는 어떤 시기에 무슨 미사를 ‘드릴 수 있다.’ 또는 ‘금지된다.’는 표현이 종종 나온다. 어떤 날에 신심 미사, 위령 미사, 예식 미사를 ‘드릴 수 있다.’ 또는 ‘드릴 수 없다.’는 것은 예식과 미사를 거행하는 것 자체를 허용 또는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미사에서 어떤 전례문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장례 예식, 병자성사 예식과 혼인 예식을 미사 중에 거행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우선 1969년에 반포된 󰡔장례 예식󰡕의 경우 지침 6항이 이와 관련된 규정인데, 이것은 5년 뒤인 1974년 9월 18일에 발표된 경신성사성 답서를 참조하여 해석해야 한다. 장례 미사가 금지된 날에는 장례 미사 전례문을 사용할 수 없고 그날의 전례문을 사용하여 미사를 드리며 그 미사 중에 장례 예식을 거행할 수 있다. 이때 규정에 따라 ‘죽은 이를 위한 미사’의 독서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그날 독서 대신 선포할 수 있다.

󰡔장례 예식󰡕보다 뒤에 반포된 󰡔병사성사 예식󰡕(1972년) 81항과 97항 그리고 󰡔혼인 예식󰡕(1991년) 지침 34항에는 위에 언급한 답서의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병자성사 예식 미사와 혼인 예식 미사가 금지된 날에는 그날 전례문을 사용하여 미사를 드리고, 그 미사 중에 해당 예식을 거행한다. 이때 규정에 따라 각 예식과 관련된 독서를 선택하여 그날 독서 대신 선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처럼 미사 자체가 금지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어느 날이라도 미사 중에 예식을 거행할 수 있으며, 납득할 만한 사목적 이유로 미사 없이 예식을 거행할 수도 있다. 미사의 허용과 금지에 관한 규정은 그날 미사에 어느 전례문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며, 미사 중에 그 예식을 거행할 수 있음과 없음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편, 예식 거행의 가부 자체에 관한 규정은 필요한 경우 “그 예식을 거행하지 못한다.”라고 직접적으로 제시되는데, 예를 들어 성당 봉헌 예식은 미사와 분리할 수 없으며 모든 전례문이 축성의 뜻을 드러내어야 하므로 “결코 빠트려서는 안 되는 신비를 거행하는 축일에는 성당 봉헌 예식을 거행하지 못한다.”라고 󰡔성당과 제대 봉헌 예식󰡕의 ‘성당 봉헌 예식’ 7항에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