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송산성당

2016. 3. 28. 오전 10:49:43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요한 20,19-21)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이 교우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어두움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 되어 살아오셨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 놓았던 무거운 돌들이 치워졌습니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대상이었던 죽음은, 더 이상 아무 의미 없는 삶의 끝이 아니라, 참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기쁨과 희망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신앙의 선물로서의 부활은 믿는 이들에게는 궁극적인 목적과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것처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주님과 함께 죽음으로써만 주님의 부활에 함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십자가와 부활은 분명히 하나의 여정입니다. 십자가의 의미와 가치를 외면한 채 부활의 영광만을 찾는 것은 헛된 일이고, 부활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없는 고통스러운 삶은 그저 고통일 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본 십자가와 부활을 세상에 알리고 삶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들이라면 우리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우리들의 갈릴래아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릴래아는 이방인의 땅이요, 가난한 이들의 땅이며,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사람들을 만나고 치유하고 설교하고 가르치셨던 곳, 예수님의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부활하신 주님을 찾으십시오! 갈릴래아에 계시겠다던 그분이 지금 우리가 있는 곳, 삶의 현장, 우리들의 갈릴래아에 함께 계십니다. 우리 삶의 현장에는 두려움에 떨고 가난하고 병들고 지친 몸으로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와 테러의 두려움으로 고향을 등지고 생존을 위해, 온 세상을 헤매는 난민들은 유럽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 예수님처럼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28,5) 하며 손을 잡아 줄때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또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 때문에 결혼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내라며 등을 두드려 준다면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사는 좋은 이웃이 되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인생의 황혼기에 지나온 삶의 의미를 성찰할 여유조차 없이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며 홀로 사는 노인들과, 새터민들, 외국인 근로자들, 다문화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는 분… 등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형제가 되어 줄 때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의 여정을 걸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부활하신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우리 시대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한반도에 가장 절실한 것은 평화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겠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처음 나누신 인사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요한 20,19-21)였습니다.
최근 우리는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분쟁의 그림자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정치 지도자들이 핵이나 무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평화협정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십사 부활하신 주님께 간청해야겠습니다.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하여 우리 신앙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어려움에 처한 시기이기에 우리는 지난해 분단 70년을 맞아 함께 하였던 기도를 계속해 나가야겠습니다. 특히 밤 9시에 바치는 주모경이 평화의 어머니시며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들어 올려지도록 열심히 기도 바치도록 합시다.

둘째, 부활하신 예수님께 우리의 가정들을 봉헌하도록 합시다.
가정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곳입니다. 최근 우리 교구 조사를 비롯한 많은 사회 조사 결과를 따르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선택한 것이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잘못된 시대정신과 문화가 우리 신자들 가정에도 그대로 스며 들었습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경쟁에 밀려 신앙교육은 물론 부모들의 소중한 의무인 신앙의 전수는 뒷자리로 밀려납니다. 그뿐 아니라 이기주의와 물질중심의 생활에 젖은 자녀들을 바로 잡아 주지 못합니다. 함께 기도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그 출발은 가정이기에 예수님께 가정을 새롭게 봉헌하도록 합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님께 우리 삶을 새롭게 봉헌하며, 다시 한 번 부활하신 예수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2016년 부활 대축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