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목교서 /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송산성당

2015. 12. 2. 오후 4:52:38

2016년 사목교서 

-우리가 ‘주님의 보이는 얼굴’이 되게 하소서-

Ⅰ. 머리말

1. 우리는 금년 한해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보내게 됩니다. 이 희년은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그분이 우리에게 분부하신 대로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해입니다.자비를 베푸는 것은 하느님의 본질이며, 교회생활의 토대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목활동은 자비함과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자비의 얼굴, 6항, 10항) 교황님은 이 특별 희년에 교회가 성당 문을 활짝 열고 구원을 갈망하는 이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지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살기를 요청하시며 다섯 가지 실천 과제를 제안하십니다.

첫째, 우리 그리스도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드러내야 합니다.
둘째, 우리를 향하신 말씀을 묵상하고, 침묵의 가치를 되찾아야 합니다.
셋째, 교회가 지정한 순례지를 순례하고, 회개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넷째, 세상에서 비참한 조건에 있고, 존엄을 박탈당한 형제자매들의 상처를 돌보고 그들의 도움을 청하는 외침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다섯째, 육체적 영적 자비의 활동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여 그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 무엇보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과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때’라는 점을 생각하며 보내야합니다.(자비의 얼굴, 19항).『찬미받으소서』에서는 우리에게 소비지향적 생활양식과 자기중심적 생활태도를 바꾸라고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 일상생활을 통해 피조물 보호의 임무를 다하고, 진심어린 작은 친절을 베풀며 더불어 살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건설하는 일을 시작하라고 제안합니다. 또한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뜻하는 ‘생태적 회개’를 언급하며, 이를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 모두에서 실천하도록 요청합니다.

3. 이 두 문헌을 통해 교황님이 하신 변화의 요청은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님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교회에는 ‘단호한 식별, 정화, 그리고 개혁’을, 신자들에게는 ‘이웃을 향한 사랑의 활동’, 즉 자비를 요청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자비에 대한 요청을 『자비의 얼굴』에서는 다시 육적, 영적 활동의 형태로 실천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세 문서의 공통적인 가르침은 ‘하느님이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루카 6,36 참조)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4. 지난해 향후 10년을 향한 교구 사목방향을 제시한 교구장 사목교서인 『착한 목자』(2015년)는 교황님의 권고와 요청을 충실히 따른 문서입니다. 우리는 이미 『착한 목자』에서 ‘복음의 기쁨을 사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한 바 있습니다. 비록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비의 얼굴』과 『찬미받으소서』에서 강조된 내용들을 반영 하고 있습니다.자비의 특별 희년인 금년에도 우리 교구는 『착한 목자』에서 제시한 네 가지 사목방향을 충실히 따르면서 보편교회와 함께 나가야겠습니다. 이 네 가지 사목방향을 다시 상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회의 본질을 실현하는 소공동체. 둘째, 청소년 사도 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청소년 사목. 셋째, 가난한 이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사회사목. 넷째, 선교적 자비를 베풀며 복음 선포를 향해 달려가는 교회 실현 등입니다.

5. 자비의 희년을 보편교회와 함께 보내기 위해서는 가정, 본당, 그리고 교구가 연대하여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한 생태적 회개를 위한 검소와 절제, 즐거운 불편을 비롯하여 자비의 희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는 활동 등입니다. 또한 신자들이 하느님 자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고해성사를 생활화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달려가 사랑과 나눔을 체험하는 생활을 자주 하도록 권장해야 합니다.



Ⅱ. 선교사목

1. 지속해야 할 소공동체 사목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풍조가 안이하고 탐욕스러운 마음과 피상적 쾌락에 대한 집착, 고립된 정신에서 비롯되는 “온갖 극심한 소비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적 불행”이라 하셨습니다. 특히 개인주의적 불행은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어,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고”…“하느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복음의 기쁨, 2항) 없게 만드는 점이 문제라 하셨습니다.그런데 이런 개인주의적 경향이 우리 신앙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례로, 많은 신자들이 자주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를 많이 하면서도 정작 이웃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도 신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신자들끼리만 어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소공동체 사목은 이 같은 개인주의적 신앙 행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5년 동안 소공동체 사목을 기본 사목방향으로 정하고 추진해왔음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것은 “소공동체 사목”에 대한 교구 구성원들의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던 점이 원인으로 보입니다.사실 소공동체 사목은 단순히 “구역 반모임을 잘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소공동체 사목은 개인주의로 치닫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극복하려는 신앙인들의 자구적 노력의 일환입니다.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는 명령을 이 시대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는 이 소공동체 사목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 자비의 특별 희년에 더 매진해야 합니다.

2. ‘생활다시보기’ 훈련의 보급

이웃에 관심을 갖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 갖기도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훈련은 이론을 넘어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몸에 익히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고민에서 새롭게 고안한 방법이 생활다시보기 훈련입니다.선교사목국에서 이 방법을 지난 1년 동안 일부 구‧반장들과 예비신자 봉사자들에게 적용해 본 결과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훈련에 참여한 신자 대부분이 만나는 사람들을 더 깊이 바라보고, 마음을 열고 이웃에게 다가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고립된 신앙생활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 하는 신앙으로 성장해 나갈 씨앗이 뿌려진 바람직한 사례라 하겠습니다.따라서 올해는 이 성과를 계승하는 한편, 이 훈련을 더 많은 신자들에게 보급하는 데 매진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신자들이 이웃을 발견하고, 그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Ⅲ. 청소년사목

1. 청소년·청년을 우리의 이웃으로 삼는 해

교회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청년의 숫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위기입니다. 교회의 미래는 어둡고, 청소년들은 현실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무한경쟁과 경쟁에 뒤쳐진 이들에 대한 폐기처분의 문화, 또 탐욕스런 소비주의의 뒤안길에서 청년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고, 청소년들은 그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입시경쟁에서 같은 힘겨움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쟁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고 있으니 어린이부는 본당 안에서 나름대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함께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청소년, 청년을 우리의 관심과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웃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 사목은 부주임 신부만의 몫이 아니라 주임신부, 더 나아가 본당의 모든 구성원들, 온 교회의 소명입니다. 그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무관심하게 보아 넘길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그들에게 향하도록 재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청소년 사목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나 사제연수를 통해 연구와 의견 나눔, 공감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교구 청소년 사목이 진일보 하리라 여겨집니다.

2. 청소년·청년 ‘사도양성’은 지속적인 과제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을 자비로우신 하느님과의 만남에로, 어머니인 교회의 관심과 사랑에로 이끌어 그들이 그리스도의 마음과 눈으로,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 안에서 하루하루 걸어갈 수 있는 ‘사도로 양성하는 일’은 교구 청소년 사목이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방향이었습니다. 이는 청소년 사목이 중심을 잃고 표류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성장에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단 시일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인내심과 긴 안목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3. 다양한 사목적 시도와 평신도 사목자의 발굴

교구 설립 이후 10년을 지내고 교구민들의 신앙실태와 사목욕구를 파악한 후에 저는 “이제는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 도전들에 어떻게 직면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 단계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착한 목자」, 5-6)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특히 청소년 사목 분야에 가장 부합되는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 교구의 청소년 사목 분야에서 용감하고도 다양한 사목적 시도들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분명 사제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것입니다. 함께 동반할 평신도들이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울타리와 벗, 길잡이가 되어 줄 평신도들이 필요합니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사목 각 분야에서 사제들은 평신도와 협력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신도들과 협력하고 동행하면서 주님께서 보내주시는 일꾼들을 발굴하고 또 그들이 적재적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교회의 노력이 요청됩니다. 용기를 내, 한 걸음 더 청소년들의 곁으로 다가가고 또 그들과 함께 걸어갑시다.


Ⅳ. 사회사목

1. ‘자비와 연민이 가득 찬 사랑’과 생태적 회개 실천

교황님은 “자비는 교회 생활의 토대”라 말씀하시면서,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자비와 연민이 가득 찬 사랑에 달려 있다”(자비의 얼굴, 10항)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많은 상처를 입고 있는’ 이웃의 상처를 돌보아 주라는 부르심, 그들의 상처에 위로의 기름을 부어 아픔을 덜어 주고 자비로 감싸 주며 연대와 세심한 배려로 치유하여 주라는 부르심(자비의 얼굴, 15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황님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생태위기를 해결하는데 ‘적은 것에 만족’하는 검소함, 욕망을 ‘절제’(찬미받으소서, 222항)하는 태도가 “모든 사물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데에 이르는 것”(찬미받으소서, 233항)이라 가르치셨습니다. 아울러 개인적 공동체적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생태적 회개’의 필요성도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사회사목 영역에서는 다음의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며 이러한 요청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 실천적 제안

첫째, 자비의 특별 희년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은 실천을 통해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일은 개인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본당에서도 모든 사목영역이 생태적 특성을 띠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일은 일차적으로 본당 사회사목분과에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본당이 사회사목분과를 구성하고, 활성화해 신자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자비의 특별 희년에 전대사를 받기 위한 성당 순례도 충실해야 하겠으나, 이를 넘어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현장으로 향하는 순례도 적극 실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사목을 본당과 교구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가정에서는 자비의 활동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을 찾고, 피조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또 이 기도한 바를 실천으로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테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쌀 한 숟가락 나눔’,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생명의 밥상 차리기’ 등과 같이 작지만 중요한 생태적 회개를 가정에서부터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본당 사목평의회에서는 자비의 육체적 영적 활동과 생태적 사목방법을 의제로 설정하고 그 실천방안을 도출하여 이행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홀로 있는 이들, 특히 독거노인을 위한 쉼터, 결손가정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개설과 운영, 아나바다 장터와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본당에서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등을 실천해보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교구는 사회사목국 소속 각 위원회, 각 본당 사회사목분과들을 통한 자비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생태교육과 ‘즐거운 불편’ 운동을 강조하고 실시하여 교구 전체 차원에서 생태적 사목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