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좌 방문을 마치고
AD Limina(앗 리미나)

| 사도좌방문을 위하여 로마에 다녀왔습니다. AD Limina(앗 리미나)로 더 알려진 사도좌 방문은 전세계의 주교들이 5년 마다 교황님을 만나 면담하고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무덤에서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며 때로는 교황청 부서를 방문하기도 하는 주교들의 공식 행사입니다. 이번 방문이 세 번째라 그리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교황님과의 만남은 감동이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 면담은 한국 주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하는 단체 면담이었고 시간도 1시간 반 정도로 충분하여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역시 감동적인 것은 교황님의 따뜻하고 편안하게 대해 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궁 안에 사시는 분, 절차와 격식과 전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교황청의 수장께서 마치 본당에서 반모임을 하듯 낮은 자리에 내려 오셔서 똑같이 작은 의자에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교황청이나 교황에 관한 비판도 좋으니 편안하게 말하라, 심한 이야기를 해도 벌은 주지 않을테니…”라고 농담까지 하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특히 우리 그룹에는 한국교황대사가 관할하고 있는 몽고의 유일한 주교가 함께 하였는데 그분을 위해서 통역뿐 아니라 “멀리서 오신, 소수인 분이 우선이다” 하시며 당신 옆자리로 앉게 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교황님의 따뜻하고 편안한 모습 덕분에 한국 주교들은 격의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2그룹 면담에서는 먼저, 분단 7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와 북한교회를 위해 한 말씀 해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남 · 북한은 같은 말을 쓰는 한 형제”임을 강조하셨습니다. “형제애야 말로 평화의 출발이며 길”이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듣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피가 남쪽 뿐 아니라 북한을 위해서도 흘리신 것”임을 강조하시며 “순교자들에게 남과 북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하고, 신자들도 (이를 위해) 무엇이든,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방한 때는 사제들에 대한 메시지가 따로 없으셨는데 사제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부탁한다는 말에는 “한국사제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사목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또 많은 사제들이 편안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더욱 기도하고 겸손하게 봉사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1그룹 주교들과의 면담에서는 교황님께서 먼저 “세월호 사태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하시며 관심을 표명하셨고, 이어서 여러 주교들이 교황님 방한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큰 위로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교황님께서는 ‘봉헌(수도)생활’, ‘신학생 양성’과 ‘위기에 처한 가정’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일도 부탁하셨습니다. 특별히 이번 방문 중에는 지난 시복식에 대한 감사미사를 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하였는데 그 미사 전에도 교황님께서 잠시 들리셔서 한국 신자들을 격려해주셨습니다. 지난 한국 방문은 교황님 자신에게도 큰 축복이었다, 순교자들을 본받아 열심히 살아가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하시며 신앙생활은 평화롭고 안락하게 하는 것 보다는 열정적이며 투철하게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우리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마디로 하느님께서 이 시대에 보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보게 해주시는 분, 예수님을 닮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시는 분입니다. 또한 교황님은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분이십니다. 탱고춤도 아주 좋아하시고 잘 추신다 하시고, 오페라도 고전 음악도 좋아하시고 단테의 신곡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케 하는 것은 그분의 솔선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이셨을 때는 대형 화재 현장에 소방수보다도 먼저 찾아가신 분이셨으며, 교황 즉위 후가장 먼저 방문하신 곳이 이태리 최남단에 있는 섬인 람 페두사였습니다. 그 섬은 유럽드림을 안고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오는 불법이민자들의 수용소가 있는 곳입니다. 이처럼 교황님은 친절하고 따뜻하면서도 개혁의 결단을 내리시고 수행하시는 분, 힘든 사람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달려가 손을 잡아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을 보면 복음이 기쁨이 되고 봉사하는 것이 기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이번 사도좌방문을 통해 얻게 된 결실은 교황님과 아주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되었다는 것과 교황님을 아주 좋아하게 되어 그 분을 조금이라도 본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교황님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교황님을 위해 기도해 드리도록 합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