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애로 분단을 극복합시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회개하고 단식하고 자선을 하는 때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독서에서는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며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요엘 2,13)”하며 단식과 회개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참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끔찍하고 가공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슬람국가라고 하는 단체를 통해 일어난 파리의 테러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처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인질을 참수시키고 심지어는 산채로 화형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도대체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기본인권인 생명권과 종교자유에 대한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비롯한 인신매매, 노동착취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의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최근 두 번째 아시아 방문으로 필리핀에 오신 교황님에게 “왜 죄 없는 어린이들이 버려지고, 마약, 매춘으로 거리에 내몰리는지…” 그 이유를 묻는 한 어린 소녀의 질문에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울 수 있을 때 겨우 그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약자들을 위해 슬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우는 사람들의 행복”(마태 5)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일들입니다.
세계화는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어주었지만 형제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베네딕토 16세 진리의 사랑 19항).
더 많이, 더 쉽게 이런 소식을 듣게 되는 우리는 점차로 다른 이들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자신 안에 갇혀 버리는 무관심에 빠져, 더욱 더 인간미를 잃어 가고 있어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의 회개야 말로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회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 (창세4, 9)
형제애에 대한 회개야 말로 우리가 이번 사순절에 해야 할 회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형제애에 대한 회개를 먼저 우리 민족에게서 찾아야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금년도 분단 70주년을 맞이한다는 현실만으로도 우리는 자랑스럽지 못하고 형제애가 부족해서 이렇게 오랜 기간 갈라져 사는 형제임을 인정하며 회개해야합니다.지난 분단의 긴 세월 속에서 우리 민족은 분열과 갈등을 너무나도 많이 체험해왔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깊어만 간 상처와 증오, 정치적인 현안에 따라 함께 미워하고 비방하였던 일들하며, 북쪽의 형제들이 고난을 당하는 중에 드러난 우리의 무심함과 섭섭함, 이 모든 일들이 이제는 용서를 통해 화해가 이루어 져야 합니다. 카인과 아벨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뉘우치며 이제부터라도 형제애를 실천하여 나눔과 따뜻한 교류가 이어져야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해야 할 회개의 두 번째 대상은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를 찾아온 이주민 근로자들을 비롯한 다문화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새터민들입니다.
이제는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 사람들이야 말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만나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비인간적인 대우나 학대, 임금 체불 등 해결해야 할 부끄러운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가까운 주변의 형제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야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옆집에, 그리고 주일 마다 마주치는 우리 본당의 형제자매들 가운데도 우리가 돌보아주어야 할 독거노인, 끼니를 걱정 할 만큼 어려운 이들, 병상에 누워 오랜 기간 고생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선과 나눔으로 이어지는 회개
사순절이 되면 어느 본당이나 사랑의 저금통을 마련합니다.
형제애를 실천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며 우리의 희생으로 마련한 사랑의 선물인 저금통을 채우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순절에 신자들이 단식하고 희생하며 모아진 헌금으로 세계 곳곳에서 가난하고 불우한 이들을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먼저 아직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정치적인 문제로 식량지원이 금지되어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북한 형제 들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되어 빠른 시일에 5.24조치가 해결되기를 촉구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가슴을 뜯으며 회개하고, 죄를 아파하며 형제애 실천을 하지 못한 일을 뉘우치고, 단식하며 사랑의 실천을 하는 사순절이야 말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우리 본모습을 되찾게 해주고, 우리를 그리스도와 만나게 해주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사순절을 우리 모두 뜻 깊고 거룩하게 보내도록 합시다.
의정부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