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2015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새해 첫날 우리 교회는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과 세계평화의 날을 보냅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가정과 나라를 평화롭게 돌보아 주시기를 간구하며 올 한해를 봉헌 하도록 합시다. 특히 금년은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7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해방이 되면서 미․소열강의 간섭으로 남북이 분단된 채 70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해방된 지 얼마 안 되어 일어난 6.25전쟁은 남과 북을 이념, 정치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심하게 갈라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남쪽은 남쪽대로 정치 경제를 비롯하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그 양극화와 분열의 정도가 위험스러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올 해 우리 교회의 화두는 ‘평화’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평화의 사도인 교황님께서는 그동안 냉전의 상징으로 남아있었던 쿠바와 미국의 화해에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남과 북의 얼어붙은 관계도 평화의 주님과 그 대리자이신 교황님의 중재로 개선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교황님께서는 평소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8월 방한하셨을 때에도 한반도 평화는 큰 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자주 평화를 위한 기도를 강조하셨고 그 방법도 말씀하셨습니다. 교황즉위 후 처음으로 맞는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도 평화의 기초이며 평화로 가는 길로서 ‘형제애’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도 전해졌는데, 같은 말을 쓰는 한식구가 화해하고 일치해야 함은 당연한 대의라고 말씀하시며 한반도에서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의 당위성을 말씀하셨고, 그 길은 형제를 향한 용서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화해와 용서를 위한 노력은 개인의 삶을 비롯하여 공동체,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일어나야하고 우리 신자들은 그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제가 한국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입니다. 그리스도 십자가의 그 힘을 믿으십시오! 그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십시오! 여러분의 집에서, 여러분의 공동체들 안에서, 그리고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화해의 메시지를 힘차게 증거하기를 여러분들에게 부탁합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이제 평화와 화해를 위해 힘써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특히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올해, 우리는 우리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큰 정점으로 삼아 모든 종류의 화해와 평화의 실현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도록 합시다.
첫째, 우리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끊이지 않게 바치도록 합시다. 교황님께서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첫 번째로 기도를 요청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온 민족이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간청을 하늘로 올려 드릴 때, 그 기도는 얼마나 더 큰 힘을 지니겠습니까!”
둘째, 우리 스스로 자신 안에 평화를 간직하고, 가정과 공동체,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화해와 평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합시다.
셋째,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 형제애에 있음을 기억하며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을 형제애에 두고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형제를 존중하고, 형제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일치를 이루도록 합시다.
금년은 또한 양의 해이기도 합니다. 양은 아주 순한 동물이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공동체적인 동물이라고 합니다. 무리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양들처럼 우리도 목자이신 예수님을 따라 이웃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어 살며 행복을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을 시작으로 본당의 소공동체들과 모든 단체들, 그리고 본당을 비롯해 우리 교구,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무리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한해가 되기 바랍니다.
금년 1월 1일, 저는 ‘평화의 날’ 미사를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지어진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드리면서 분단 70년을 맞는 우리나라를 성모님과 그 분의 배필이신 성 요셉과 아드님 예수님께 봉헌하겠습니다.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와 그 배필이신 성 요셉,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5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