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교구장 성탄 메시지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다”
(마태 25,3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두운 이 세상에 빛이 되어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금년 성탄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큰 기쁨으로 설레게 합니다. 그것은 지난 8월, 세례자 요한과 같은 분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셔서 우리 마음에 놓인 굽은 길을 보게 해주셨고, 잡초들을 정리해주시고 가셨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 다녀가신 후 우리 신자들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힘주어 말한 것은 ‘이제는 우리 차례다’라는 각오였습니다.
주님을 만나기를 고대하였던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에게 던진 질문과 세례자요한의 대답이 새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지난여름 우리는 광화문에서, 그리고 TV화면을 통해 “무엇을 보았습니까?”
우리 모두는 가난하고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만나 격려하고 애정을 표현해주신 교황님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이 떠나신 후,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교황님의 가장 강한 인상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습이었고, 가장 귀에 남는 말씀 역시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라는 단어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그것을 확인시켜줍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가난한 집의 아이들처럼 구유에 누워 태어나셨고, 구세주의 탄생 소식을 천사들이 제일 먼저 알려준 사람들도 가난한 목동들이었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마음속에는 이미 가난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구세주의 어머니로 선택한 마리아가 가난한 변두리 마을에 사는 보잘것없는 처녀였음에서도 이미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성장과정에서도 가난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으셨습니다. 성전에 봉헌 되실 때 비둘기 두 마리와 함께 봉헌되셨으며, 어린시절도 가난한 목수 일을 하는 아버지를 도와드리며 지냈습니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하셨을 때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가 그분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선포하신 참된 행복의 첫 자리에 ‘가난한 사람들’을 두었으며 ‘최후의 심판’(마태 25,31~46) 가르침에 이르러서는 가난한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도 사회 속에 깊이 들어가, 모든 이와 삶을 나누고, 그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물심양면으로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 주고자 합니다. …… 그러나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무거운 짐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개인의 선택으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269항)라고 하였습니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도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사랑은 어둠에 싸인 세상을 언제나 밝혀주고 우리에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유일한 빛”(「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이라고 하였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영성을 추구할 때, 우리 마음은 주님의 은총에로 활짝 열리게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예수님의 성탄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하면서 아기 예수님께 봉헌할 사랑의 결심을 예물로 드리도록 합시다.
첫째, 우리도 예수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가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3)에서 말씀하시는 그 행복은,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 함께 하기 위하여 가진 것을 나누며, 그들에게 다가가는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영적인 행복을 말합니다.
참으로 우리 마음이 가난해 질 때 물질이나 욕심, 명예 등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형제들이 보이게 됩니다.
둘째, 우리의 본당도 가난한 이들을 환대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합시다.
“본당은 그 지역에서 사는 교회의 현존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인 생활이 성장하는 장소이며, 아낌없는 사랑실천, 그리고 예배와 기념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며 “길 가다가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지성소”(「복음의 기쁨」 28)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성소로서의 본당이 가난한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곳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본당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기꺼이 맞이하고 환대할 때 본당은 참된 의미에서의 샘물, 지성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본당을 이루는 작은 공동체인 소공동체 모임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에서 그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우리 믿음의 결실은 사랑의 실천에 있으며, 사랑의 실천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믿음은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다시 한번 성탄을 축하드리며 아기 예수님께서 여러분 모두의 본당과 가정에 축복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