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오늘 부활 미사 안에서 여러분과 함께 지난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
하여 목숨을 잃은 많은 분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예수님께
서 그 분들에게 부활과 생명을 주시고, 또 가족들도 위로해 주시기를 간구하며 미
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 비통하여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마찬 가지 일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세상에 태어나 맘껏 꽃을 피워보지 못한 단원고 청소년들의 죽음은 마치
우리들의 잘못 때문 인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그 청소년들 중에는 평소 본당에서 복사단장을 하던 학생도 있다 하고, 꽤 여
러 명의 학생들이 성당에 나와 미사 드리고 기도하던 학생들이었다고 하니 예수님
의 부활마저도 기쁨을 느끼기에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비탄에 잠긴 우리에게 무덤을 열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박차고 나오신 어두운 무덤은 죽음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괴로워
하는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부활과 생명에 참여하기 위하여 누구나
거쳐야 하는 무덤입니다.
또 한편 이 무덤은 세상 사람들이 범하고 있는 죄악으로 인해 생겨난 우리 사회의
무덤, 우리 삶의 무덤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삶의 한계이며 불행인 죽음과 죄악을 모두 이겨 낼 수 있음
을 보여주신 커다란 선물입니다.
저는 이번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건을 보면서 이 불행한 사건이 왜 일어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
다.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젊고 사랑스러웠던 사람이었고, 예수님께서 특별히 사랑했던 남매들인 라자로의
죽음 앞에서, 부활을 약속하며 눈물을 흘리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지금 예수님께
서 마리아와 마르타에게 해주셨던 말씀으로 위안을 얻어야 겠습니다.
" 네 오빠는 다시 살아 날 것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
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
을 믿느냐? "
그러나 또 한편 예수님께서 주시는 부활이라는 놀라운 선물 안에서 우리는 또 한
가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부활의 과정 안에는 예수님이 짊어
지신 십자가와 무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도 짊어져야 할 십자가이고 박차고 나와야 할 무덤입니다.
이번 세월호 참변 속에는 총체적인 우리들의 또 우리 사회의 잘못과 질병들이 들
어있습니다.
책임감을 소홀히 하고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자들의 잘못과 죄악, 생명을 구
하기 위해 일분, 일초가 바쁜데 발 빠르게 대처 하지 못한 정부당국, 오락가락한
보도들, 이 비참한 와중에도 침몰사고를 사칭해 스미싱을 하는 사람들, 이런 일들
은 이번 사건에 나타난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계
속되는 죄악들입니다. 이런 죄악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
많은 사상자를 냈던 지난 2월 경주리조트 붕괴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전에 또 다
시 일어난 이번 참사 안에서 우리국민 모두는 총체적인 반성을 해야 합니다.
넓게는 윤리와 도덕, 정치, 생명문제, 사회정의, 기업윤리에서, 적게는 우리 한 사
람 한 사람이 일상생활 안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인내하지 못하고, 때로는 용서하
고 사랑하지 못해 범하는 잘못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이라는 고질병입니
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죄를 사랑으로 짊어지셨듯이 우리도 우리의 잘못을 뉘우
치고 이웃들의 허물들을 용서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될 때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참변 속에서도 제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느라 온 힘을 기울이다 자신은 희생된 선생님과 어린 학생들에게 “승무원은 끝
까지 남아 이런 일을 해야 하는거야” 라고 말하며 결국은 희생된 여 승무원과 같은
사람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한 예수님의 사람, 부활의 사람들이라고 말
하고 싶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오늘 밤, 부활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우리에게 오십니다.
부활의 선물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새로움이라는 선물입니다.
그 새로움이란 죄, 악, 그리고 죽음에 대한 승리, 인간의 삶을 힘겹게 하고, 인간적
인 면모를 축소시키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총체적인
부실과 허물을 극복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움이라는 승리를 말합니다.
우리 삶의 십자가를 업고, 또한 무덤을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만이 예수님께서 주
시는 새로움의 선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새로움이야말로 나를 향한, 우리들 모두를 향한, 우리 교회와 사회를 향한 부활
의 메시지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부활이 슬픔에 잠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고 지난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새로움을 주시는 은혜로운 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부활의 기쁨을 나눕시다. - 아 멘 -
의정부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