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의정부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한인규

2014. 1. 18. 오후 6:34:46

새로운 복음화를 향하여
 
 
친애하는 의정부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여 여러분 자신과 가정, 그리고 본당공동체 안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 기원합니다.
최근 들어와 교회 안에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나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변화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결과들을 직시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이 세상 안에서 세상과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세상의 빛과 누룩으로서 신자 개개인과 교회 공동체가 해야 할 영적이며 사목적인 활동과 노력들이 절실하기에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세계적 차원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 혁명, 물질적이며 향락적으로 흐르는 생활의 패러다임, 무한경쟁과 소비, 새로운 우상 숭배 등 부정적인 모습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 자신과 교회 안에도 신자들의 신앙심 약화, 주일미사 참례자 감소 및 냉담자 증가, 주일학교의 왜소화와 청년사목의 빈곤화, 독거노인과 이주민 노동자들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소외 계층의 증가 등 부정적인 현상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현상들은 시급히 해결해야만 할 우리 교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 실태 조사 결과에 나타난 우리의 현실
 
 
2013년 상반기에 교구 사목연구소에서 ‘신자 신앙생활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비교적 많은 신자들(14,593명)과 많은 본당(27개)이 골고루 참여한 조사이기에, 조사 결과는 현재의 신자 신앙생활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이자 동시에 교구 사목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는데 의미 있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교구민 전체는 각자의 소명에 따라 교구 사목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조사 결과 가운데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모든 교구민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째, 신자들의 의식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건강’(43.5%)이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고, ‘가족’(33.5%), ‘종교’(15.6%)라는 응답이 그 뒤를 따릅니다.
둘째, 신자로서 살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신자답게 살지 못한다는 죄의식’(38.9%)이 제일 많았고, 이어서 ‘미사 참례 의무’(11.6%)와 ‘방대하고 어려운 교리’(9.3%)라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셋째, 교구가 지금 시기에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응답은 ‘신자들의 신앙성숙’(29.2%)이었으며,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소공동체 활성화’(18.6%)와 ‘청소년 사목(12.0%)’이었습니다.
넷째, 바람직한 전교방법이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행동과 표양을 통한 모범’(35.9%), ‘소외되고 억눌린 이들에 대한 봉사와 나눔의 실천’(31.4%), ‘이웃이나 친지들에 대한 입교 권유’(23.6%)라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다섯째, 본당 사목자가 신경 써야 할 일에 대해서는 ‘소외계층 방문’(32.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성당에 나오지 않는 교우 방문’(19.2%)과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11.7%)이라는 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이상의 중요한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성찰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하느님께 삶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하느님께 온전히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원과 하느님 말씀에서 참된 기쁨과 희망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의무감과 부담감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신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성숙에 대해서 힘써 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자들이 하느님과 갈림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목적 연구와 실천이 우리 교구의 시급한 과제로 제기됩니다.
다른 한편, 올바른 신자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신자들 스스로가 그들의 신앙을 삶으로 드러내는, 즉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모습을 들었으며, 그 증거하는 방법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나눔과 잃어버린 양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를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자들이 자신의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웃을 향해 헌신하고자 하는 내면의 바람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참으로 바람직하고 고무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힘겹지만 참으로 소중한 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제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마태 22,38-40 참조) 것을 당신 자녀들의 인생의 큰 그림으로 그려주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늘 알고 있었지만 이제부터 더욱 새롭게’ 살아갈 우리 교구의 사목 방향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합시다.
 
 
Ⅰ. 새로운 열정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신앙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고, 이에 따라 교회 안에도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을 저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열심인 가톨릭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튼튼한 가톨릭 대륙이라고 여겨졌던 남미대륙이 점차 쇠퇴해가는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을 때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남미를 방문하셨습니다. 그곳에서 교황님께서는 남미대륙뿐만 아니라 점차로 신앙의 빛이 어두워져가는 세상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삶의 뿌리를 다시 내리고 점점 퇴색되어 가는 그리스도교 문화를 다시 찾아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열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운 열정’을 통해서만 ‘새로운 복음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새로운 열정으로 그리스도를 만난 수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세리 자캐오와 사마리아 여인을 들 수 있습니다. 자캐오는 돈만 아는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받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자기 재산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또한 사마리아 여인은 나쁜 행실로 말미암아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예수님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런 열정이 어디서 오는 것이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이 회개가 어디서 오는 것이겠습니까? 복음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열정이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 아무리 신앙생활을 힘들게 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생기는 새로운 열정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Ⅱ. 소공동체 -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자리
새로운 열정을 가지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웃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와 만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인 신자 상호간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은 교리교육을 통해서 시작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전례를 통해 성장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이들의 상호 인격적인 만남이 없으면 결실을 맺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소공동체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서 소공동체를 기본 사목 방향으로 정한 것은 소공동체가 단순히 실행하기 손쉬운 사목 프로그램이기 때문이 아니라, 격변하는 현대 세계에서 복음화를 수행하기 위해서 긴급히 요청되는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소공동체는 단순히 반모임에서 성경 나눔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차원에서, 즉 구역반 모임과 단체 모임들 안에서, 본당 사목협의회의 운영과 교구의 운영 방식에 있어서, 성인들의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청소년 청년들의 모임 안에서, 그리고 가정 안에서도 지향해야 할 교구의 전체적인 방향인 것입니다.
이처럼 소공동체가 ‘프로그램’이기보다는 ‘정신’이기에 때문에, 이를 모든 본당과 모든 구역에서 일시에 획일적으로 실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소공동체를 실현해야 하는 본당이나 구역 또는 반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자가 처한 여건을 감안하면서, 우리 모두가 새로운 복음화와 소공동체 정신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Ⅲ. 청소년 청년 사목 -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여정
새로운 복음화의 우선적 대상은 청소년, 청년입니다.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이 삶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자신들부터 복음화 된다면, 전 생애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각자의 삶을 통해서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투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성장과 신앙의 성숙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가정 안에서 부모의 신앙을 본받아 신앙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또래들과 만나면서 신앙을 키우게 됩니다. 이렇게 자라난 사람은 청년 시기에 이르러 자신의 삶의 당면 과제들을 신앙의 결단을 통해 풀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바로 복음화의 여정이기 때문에, 교회는 청소년 청년들을 양성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청소년 청년들의 양성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한 일회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린이 시기의 양성은 가정에서의 신앙을 바탕으로 전례주년에 따른 복음 말씀에 맞들이고 예수 그리스도와 친숙해지는 과정입니다. 청소년 시기의 양성은 또래 집단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탐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청년 시기의 양성은 삶의 당면한 과제에 직면해서 신앙적 결단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미래인 청소년 청년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교회는 오늘날 이들이 놓인 상황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안에서 청소년들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불안정하며,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청소년, 청년들의 복음화에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청년 시기는 신체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이기에, 이들을 사목의 대상이 아니라 사목의 주체요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양성한다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Ⅳ. 사회적 관심과 실천 - 예수 그리스도가 드러나는 자리
교구 신자 신앙생활 실태 조사 결과, 많은 신자들이 여전히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차원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충격적이고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통해서 본질적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기에 여전히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신자들이 겪는 신앙생활의 위기는 나 자신만의 유익을 추구하거나, 내 가족의 안위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에서 올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영적 만족에 머무르려 할 때,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만족하려고 할 때, 신앙의 실천은 소홀히 한 채 말씀과 전례에만 맛 들이려 할 때, 이 위기는 도둑처럼 옵니다. 또한 이 위기는 복음의 본질을 살아내지 못할 때에 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껍데기를 벗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복음의 본질은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선포하신 당신 사명의 핵심을 드러내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
복음의 본질을 살기 위해서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삶에 동참하여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가난한 이와 동일시하면서, 당신의 삶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미혼모’였던 어머니 마리아의 아들이며, 아버지 요셉이 목수인 노동자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떠난 이주민이었으며, 머리 둘 곳조차 없는 떠돌이로서, 병에 걸린 이들을 치유하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양심수가 되고 사형수로서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분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면서 하느님께로 향한 의식을 확인했으며 영적인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스스로 가난해져야하며 가난한 이들과 동일시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들을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복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참 기쁨을 발견할 것이며 영적인 힘을 얻을 것입니다.
 
 
 
또 한 걸음 힘차게 내딛으며
 
 
주님의 축복 가득한 새로운 한해는 우리 교구가 탄생한지 10년을 경축하는 감사와 은혜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주님의 은총과 온 교구민들의 헌신으로 척박한 땅에 복음의 씨를 뿌리고 곱게 보듬어왔습니다. 우리는 교구 설정 열 돌을 맞이하면서, 지난 1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10년, 아니 미래 우리 교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이제 모든 교구민과 함께 ‘새로운 복음화’를 기치로 내걸고, 힘차게 한 걸음 내딛고자 합니다. 비록 ‘새로운 복음화’는 계속되어야 할 우리의 사명이지만, 그 시작은 가정이며, 특별히 소공동체와 청소년, 청년 사목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우리 이웃과 사회를 향한 관심과 실천으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우리 교구 모든 신자 수도자 사제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하느님 백성이 되기 위해, 새로운 열정을 불사르는 거룩하고 고귀한 여정에, 하느님께서 언제나 어디서나 함께 하실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힘차게, 기쁨과 희망 가득 머금고 나아갑시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교구 신자 수도자 사제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반, 구역, 본당, 지구, 교구에 이르기까지 교구의 모든 지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