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교구장 성탄 메세지

안광기

2012. 12. 18. 오후 7:50:51

 


성탄의 선물인 가난한 마음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예수님 성탄의 기쁨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가난으로 힘겨워 하는 사람들,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외롭게 사는 분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 내리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 거룩한 밤, 예수님께서는 어두운 이 세상에 희망을 주시기 위하여 우리에게 오셨습니다.어둡고 고요한 밤 베들레헴 벌판에서 양떼를 지키고 있던 목자들에게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셔서 예수님의 탄생을 알립니다.“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11)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 기다렸던 구원자가 태어나셨다는 소식이 제일 먼저 전해진 사람들이 가난한 목자였습니다. 목자들은 달려가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뵙고 경배합니다. “세상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지만”(요한 1,10) 목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고 경배합니다.

목자들이 본 아기 예수님은 가난한 구유 안에 누워 계셨습니다.
구원자이신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실 자리로 택하신 곳은 가난한 자리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은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하느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시려 하셨습니다. 당신의 외아들을 가난한 모습으로 태어나게 하신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가난이야말로 우리를 행복과 구원에로 인도하는 길임을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깨닫도록 합시다. 

우리는 과학의 발달과 경제성장으로 물질의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급속도의 경제성장이 국민들의 총체적인 삶의 문화나 윤리 도덕적인 균형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어린시절의 가난함과 빈곤의 추억이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오늘의 생활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IT산업의 놀라운 발전으로 생활은 편리해지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지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어 우리는 점점 이웃과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컴퓨터 세상에 정신을 빼앗겨 전자세계가 펼쳐주는 세상에 빠져버렸습니다.

물질의 풍요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반대로 작은 불편도 참지 못하게 하고, 자칫하면 이웃의 어려움이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 살아, 가까운 이웃의 모습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세상과의 만남도 소홀히 한 채 홀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성탄절은 우리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야합니다. 교회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가졌던 경건하고 감동 가득한 기쁨들이 사라져버렸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하여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발걸음과 마음이 뜸해졌습니다.

예수님 안에 모든 행복이 있고 우리 인생의 뿌리를 그 분께 내려야겠다는 생각들이 어느 틈에 무디어졌습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예수님의 가난한 탄생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작고 가난한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도 작고 가난한 모습이 될 때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야할 것은 가난한 마음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우리의 고향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어린시절의 인정 넘치는 고향의 이웃이 있고, 서로 돕고 아끼며 살던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마음에서 서로의 사랑이 싹트고, 용서와 나눔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웃이 있고, 돌봐주어야 할 이웃이 보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함을 깨우쳐 주시기 위해 탄생하시는 예수님의 선물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느님을 알고 그 분을 따르는 것임을 믿는 사람들이 가지는 마음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난한 마음이 필요한 이 세상에 아기 예수님께서 가난한 모습으로 찾아오십니다.

이제 우리도 가난한 모습으로 주님의 오심을 맞이하며 그동안 주님을 만나는데 소홀히 하였던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소홀히 하고 멀리하였던 일들을 반성합시다. 

2 0 1 2 년 성 탄 절
의정부 교구장 이 기 헌 ( 베드로 )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