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한인규

2011. 4. 19. 오후 4:07:02



돌을 치우고, 일어나 가자.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이 교우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온 세상에 충만하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으로 되살아오셨습니다. 산 이와 죽은 이를 갈라놓았던 무거운 돌이 치워졌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대상이었던 죽음은 더 이상 의미없는 삶의 끝이 아니라, 참된 생명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부활은 믿는 이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셨던 것처럼 십자가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주님과 함께 죽음으로써만 주님의 부활에 함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 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십자가와 부활은 분명히 하나의 여정입니다. 십자가의 의미와 가치를 외면한 채 부활의 영광만을 찾는 것은 헛된 일이고, 부활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삶은 그저 고통일 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십자가와 부활이 하나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만물이 약동하는 봄과 함께 찾아온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도록 합시다. 불안에 떨며 다락방에 모여있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신 첫 선물은 평화였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20).

 

하지만 부활의 기쁨을 맞이한 이 시간에도 전세계 곳곳에서는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연의 재앙과 전쟁의 불안 속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과 삶의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평화의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간구하도록 합시다.

최근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엄청난 재난을 목격하였고, 그 아픔을 함께 하였습니다. 더욱이 고장난 원전에서 새어 나오는 방사능의 공포는 이제 일본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를 두렵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재난의 한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주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재난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행렬들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달려온 그들은 식량과 옷가지와 필요한 물건들을 들고 마치 전쟁터처럼 변해버린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십자가를 안고 달려가 부활의 기쁨을 전하는 신앙의 증거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무덤을 찾은 여자들에게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라고 말씀하십니다. 부활의 기쁨을 맛보고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기 위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 시대의 갈릴래아로 가야합니다. 그래야 거기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릴래아는 이방인의 땅이요, 가난한 이들의 땅이요, 예수님께서 아픈 이들을 고쳐주시고 기쁜 소식을 전하던 곳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도 찾아가야 할 갈릴래아는 많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소박한 신자들이 갈릴래아로 달려가는 모습을 종종 보며 기쁨을 느낍니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혼자사는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가고, 소년소녀 가장들을 돌봐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줍니다. 또 병상의 아픈 이들을 찾아가 기도해 주고,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납니다.

우리가 시작하는 소공동체의 모임도 결국은 갈릴래아로 향해가는 발걸음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돌을 치우는 천사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을 가로막고 있는 돌들을 치워야합니다. 그 돌들을 치우지 못하면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이 갈릴래아로 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돌이란 우리 내면의 욕심, 이기심, 편견이나 자존심과 같은 돌일 수 있고, 사회구조적인 악의 세력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는 돌들을 치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러 갑시다.

다시 한번 부활을 축하드리며, 부활하신 예수님의 축복이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기 바랍니다.

 

 

2011년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