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제494호 (4월 18일, 부활제3주일)

2010. 4. 14. 오후 12:38:50

글자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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