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을 마치며....

김 시몬·2009. 9. 5. 오전 7:50:31


찬미 예수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가을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이번 여름은 바쁘게 보냈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님을 위해 바빴기 보다는 나를 위해서 더 많이 바빴기에 마음 한 켠이 죄스럽습니다.

마태복음을 마치면서 ‘낮아짐’과 ‘내려놓음’에 대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예전에 Bob 신부님께서 “내가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주님은 내 안에서 더욱더 강하게 활동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내가 낮아지고 나의 자아가 약해져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주님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을 때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더 가까이 오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 나 자신이 약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이만큼 낮아지고 약해지면 되지 않나? 이 정도로 낮아지면 주님께서도 기뻐하시겠지? 이런 교만이 제 마음 한 켠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이 오만함을 산산이 부수어버리신 분이 계십니다. 평소에는 친근한 옆집 누님 같으시지만 주님의 길을 따라감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추상과 같은 목소리로 저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십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삶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신 유일한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평생 저의 영적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분입니다. 제 스승님께서는 제가 어디까지 약해져야 하는지 명확한 선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내가 약해져야 되는 것이 아니라 죽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약해진다는 것은 나의 자아가 여전히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이기에 나의 자아가 완전히 죽어 없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주님께서 온전히 나를 당신 것으로 채우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마태복음 19장 24절에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신부님께서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낙타를 죽여서 불에 태우고 남은 재를 곱게 가루로 만든 다음 그 가루를 바늘 구멍으로 조금씩 넣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은 낙타가 맞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낙타는 아닙니다. 낙타는 절대 살아서 그 좁은 구멍으로 빠져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 바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어서 가루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낙타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 굶주리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 비해서 우리는 무척이나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예수님께서도 약해짐이 아니라 완전히 자신을 버리고 낮추셔서 하느님께 다가가셨습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그렇게 우리의 모든 죄를 지시고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바치신 후에 부활하셨습니다. 제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러한 모습으로 주님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부활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약해지고 약해져서 온전히 하느님을 위해서 우리의 자아를 완전히 내려놓고 내가 죽어버릴 때에 우리는 주님과 함께 부활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부활신앙’이라고 역설하셨습니다.

평생 정의와 양심으로 살아오신 제 스승님은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서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탐욕과 어리석음임을 제게 가르쳐줬습니다. 그 탐욕과 어리석음은 주님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교회 안의 불의를 보면서 세상의 불의를 보면서 나에게 혹시나 해가 될까 애써 외면하는 비겁함, 남들도 적당히 세상 불의와 타협하면서 살아가니 나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비굴함, 세상에 굽실거리고 주님께 당당한 교만함. 이러한 것들은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내려 놓아야 할 것들임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내가 가진 꿈, 내가 원하던 삶 그리고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나,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의 자아를 내려 놓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왜 내려 놓아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을 따르는 이들에게 다른 이유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니 그래야만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부활하실 수 있다고 하시니 우리는 내려 놓아야 합니다. 

주님 도와주소서! 제가 당신께 더 가까이 가고자 하오니 당신께 가까이 갈 때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들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2009년 연중 제 22주 금요일 새벽에

김시몬 드림
 

댓글 1

거석·2009. 9. 5. 오후 12:58:25

가슴에 와 닫네요 정말로 힘든 것은 세상의 걸림돌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