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가 그리운 날

2005. 8. 19. 오전 10:21:10

글자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 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양현근 / 안부가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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