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1213호 2013년 04월 28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한자리축제에서 모범상 받는 시각장애인 김명희씨
시력 잃었어도 주님 안에서 행복

"재미있게 신앙생활하며 지내온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 상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모범 장애인으로 선정돼 28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주최하는 제30회 한자리축제에서 상을 받는 시각장애인 김명희(아녜스, 64, 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씨는 연신 소탈한 웃음을 보이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장애가 있는 어려운 여건에도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내 당당한 사회인으로 길러내고, 88세 시어머니를 지금껏 모시고 살아왔다. 그러면서 본당 빈첸시오 아바오로회, 레지오 마리애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위로하는 등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해왔다.
7살 때 앓은 홍역으로 시력을 잃은 김씨는 평생을 어둠 속에 살면서도 특유의 밝은 성격을 잃지 않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더는 볼 수 없다는 답답함에 사춘기 시절 부모에게 "나를 왜 이렇게 낳았느냐"며 원망하기도 했지만, 20여 년 전 신앙을 알고 난 이후 주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각장애인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씨는 "주님께서 저를 특별히 돌봐주셨는지 아들딸 잘 낳아 잘 키우도록 해주시고, 신앙생활에도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좋은 분들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 유정하(루카, 68)씨를 만나 결혼한 후 줄곧 안마일을 해오며 자녀를 키웠다. 지금도 평일에는 어르신과 다른 장애인을 위한 안마일을 하며 지낸다. 8년 전 일반 본당에서 선교회로 옮긴 후 시각장애인 신자들과 함께 성가로 주님을 찬양하고, 매일 점자로 된 성경을 손끝으로 읽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포콜라레 모임에도 참여해 신심을 다진다.
김씨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던 아들은 지금 누구보다 먼저 부모를 챙기고 집안일을 돕고 있다"며 "지금껏 시각장애가 있는 저희 내외의 손발 역할을 하며 친정 엄마처럼 돌봐주시던 시어머니께 얼마 전 치매가 찾아와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일반 본당에서 미사에 참례하거나 단체 활동을 하려면 일일이 일반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며 "본당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장애인이 성체를 제대로 모시고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친절히 대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선교회 동료와 봉사자들과 함께 더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을 위하며 지금까지처럼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