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가족과 함께 떠나요: 남한산성

2000. 11. 5. 오전 11:52:41

글자

 

남한산성

 

 

서울과 성남시 사이 남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남한산성은 편리한 교통과 수려한 경관으로 등산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산성내 중간쯤에 위치한 사거리까지 널찍한 도로가 열리고 자가용은 물론 좌석버스가 운행되면서부터는 평일 아침에도 가벼운 차림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신자를 포함해 남한산성을 다녀가는 사람들 중에 오직 천주를 섬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신앙 선조들이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한산성은 기해박해와 병인박해(1866년) 당시 광주, 용인, 이천 등지에서 잡혀온 교우들이 치명한 순교터.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성남 방면에서 오르는 남문과 광주 방면으로 오르는 동문으로 나뉘는데, 순교터는 동문 바로 옆에 있다. 육중한 동문을 지나 몇 걸음을 옮기면 오른쪽 도랑 옆으로 ‘천주교 순교 성지’라고 쓰인 녹슨 철제 표말 하나가 순교터임을 알려준다. 여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곳은 서기 1791년 신해, 1801년 신유, 1839년 기해, 1866년 병인 네 차례에 걸쳐 한덕운, 김덕심, 정은 등을 위시하여 70명 이상(실순교자 200∼300명으로 추산) 순교한 곳임."

 

순교성지의 이정표를 보면 바로 이곳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앙 선조들은 바로 앞의 동문을 통해 이곳으로 끌려와 혹독한 고문 끝에 결국 주검이 되어 성 밖으로 던져진 것이다. 살았을 때는 동문으로 들어왔지만 죽은 시체는 성 밑에 파 놓은 수구문(水口門)을 통해 내팽겨쳐 졌다. 이때 수구문은 시구문(屍口門)이 됐고 흘러내리던 물도 핏물이 됐으며, 동문 밖 계곡에는 시신이 쌓였다. 시구문은 동문 안에서 바라볼 때 왼쪽 길 바로 밑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립공원인 남한산성에는 경기도 유형 문화재로 지정된 수어장대, 숭열전, 연무관 등이 비극의 병자호란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성내 9개 절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장경사와 병자호란 기록화 전시장 등도 둘러볼 만하다.

 

 

- 찾아가는 길

남한산성 : 미사리에서 광주행 43번 국도를 타고 20분쯤 가면 남한산성 입구(동문) 표말이 보인다. 성남시쪽에서 남문을 통해 올라갈 수도 있다.

 

대중교통 :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15-1번 버스와 분당에서 출발하는 9번 버스가 있다.

 

<평화신문, 2000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일, 제595호,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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