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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흙길에 서린 ‘슬픈 사랑’의 전설
서울에서 두 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는 1000m급 산을 찾자면 경기도 가평 주변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화악산 명지산 귀목봉 등 산세도 수려하고 골도 제법 깊은 산들이 여럿이 된다. 그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는 게 이름도 아름다운 연인산(戀人山·1068m)이다. 가평군 화악산과 명지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가평읍 승안리, 하면 상판리, 북면 백둔리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연인산은 경기도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산이자 도립공원이다





#.1 연인산의 이름에 대해 다소 찬반 양론이 없지 않다. 봉우리와 능선들도 우정능선(봉), 소망능선, 연인능선, 청풍능선 등 뭔가 인위적인 냄새가 풍긴다. 그도 그럴것이, 이같은 지명들은 1999년 가평군에서 지은 것이다. 그전에는 지금 연인상 정상을 우목봉이라 표시한 지도들이 있었고 또 월출산으로 부르기도 했다는데, 사실 이름이 없는 산이었다. 등산로가 나지 않았고, 화전민들이 여기저기 밭을 일구며 살던 무명산(無名山)이었던 것이다.
가평군이 이 산을 개발하기로 하고 봉우리와 능선마다 '예쁜' 이름을 붙였다. 이름에 너무 '개발'의 의욕이 넘친다는 등산객들도 있는 반면 '색다르고 좋지 않나'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연인산으로 지명을 바꾸고 개발한 이후 이 산을 찾는 등산객이 크게 늘었으니 가평군으로선 성공한 셈이다.
연인산은 지금도 산자락 곳곳에서 '공사중'이다. 올 7월이면 가평군 자라섬과 연인산 일대에서 세계캠핑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연인산에 케이블카 설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산업시설이 전무하고 농사 지을 평지도 거의 없는 가평군민들로는 '관광'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군청 홍보담당 직원인 김진희씨는 "한마디로 '과자공장' 하나 없는 가평군으로는 관광개발에 힘을 모으지 않을 수 없다"며 "수도권 주민들이 자연을 만끽하며 쉬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2 연인산 이름의 유래가 없지는 않다. 옛날 길수와 소정이의 애뜻한 사랑이야기가 그것인데, 아마도 옛적 이곳 화전민들의 애환이 전해져 오는 것일게다. 숯을 굽는 청년 길수는 숯을 팔러 드나들던 참판댁의 여종 소정이와 외로운 처지에 눈이 맞았는데, 참판은 조(粗) 백석을 가져오거나 숯 가마터를 넘겨주면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고민하던 길수는 연인산 정상 샘 부근에 뜻밖에 밭을 일굴 수 있는 분지를 발견하고 아홉마지기 밭을 일궈 조 백석을 마련했으나, 참판의 계략에 역적의 아들로 쫓기게 되면서 소정과 함께 조 더미 속에서 불타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 자리에서부터 얼레지와 양지꽃이 군락을 이루었다는 것인데, 지금도 4월 하순이면 환상적인 장관을 보여준다. 길수와 소정의 못다이룬 사랑의 한이 이곳을 찾는 연인에게는 사랑을 이루게 해준다는 뜻으로 지금은 연인산 이름을 해석한다. 정상 직전 우정능선과 연인능선 사이에 있는 제법 널찍한 샘분지가 바로 그 전설의 고향이다. 연인산 승안리 용추계곡 입구 쪽에는 '아홉마지기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생겨 애뜻한 전설을 기리면서 자연학습과 조 수수 수확 축제 등의 행사를 벌인다.
#.3 연인산을 한번 찾은 사람들은 자꾸 찾게 된다. 등산코스마다 특색이 있으며, 전반적으로 등반이 편할 뿐 아니라, 흙산이어서 무릎에 무리가 적다. 연인산은 동쪽은 장수봉, 서쪽은 우정봉, 남쪽은 매봉과 칼봉이 연인산에서 발원되는 용추 구곡을 'ㄷ' 자 형태로 감싸고 있다. 자주 이용되는 코스는 용추구곡, 우정능선, 장수능선, 소망능선 코스다. 승안리에서 들어가는 용추구곡 능선은 정상까지 가장 긴 코스로, 원점산행을 하자면 다소 무리가 따른다. 용추계곡을 끝까지 올라가 연인능선으로 정상에 오를 경우 빠른 걸음으로 5시간은 잡아야 한다. 중간에 청풍능선으로 빠져 장수능선을 만나 정상에 오르면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용추능선은 아름다운 계곡, 작은 폭포와 푸른 빛을 띠는 소를 잇달아 보면서 오를 수 있으며, 한마디로 가장 멋진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백둔리에서 출발해 장수폭포에서 갈라져 장수고개~장수봉으로 오르는 장수능선은 4월말, 5월초쯤이면 '철쭉터널'이라 할만큼 철쭉이 볼 만하다. 이 코스는 3시간 정도 걸리며, 원점회귀를 하더라도 무리가 적다. 가장 빠른 코스는 장수폭포에서 소망능선을 타는 2시간 정도의 코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망능선은 백둔리∼소망능선∼연인산∼아재비고개∼명지산∼백둔리로 연인산과 명지산을 종주하려는 이들이 많이 이용한다. 이 경우 정상부근의 연인산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묵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연인산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또 많이 이용하는 코스가 우정능선 코스다. 현리를 거쳐 마일리 국수당에서 출발한다. 차를 갖고 갈 경우 들입목 식당에서 주차비를 받는다. 연인산에서 유일하게 주차비를 받는 지역인 듯하다. 어쨌든 우정고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정능선으로 통해 정상으로 오르는 이 코스길은 산불의 번짐을 막기 위한 방화선이자 산악자전거 코스이기도 하다. 중간에 우정봉을 제외하고는 전 코스가 마치 토성처럼 닦여진 완만한 길이다. 특히 푹신푹신한 흙길을 밟는 기분이 그만이고, 코스 오른쪽으로 빽빽한 잣나무 숲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마일리로 회귀할 때는 정상에서 연인능선을 타고 내려와 우정고개를 넘어오는데,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전나무 숲도 참 좋다. 또 수도권에서 올 경우 가장 짧게 진입할 수 있어 우정능선 코스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수도권 등산객에게 연인산 코스를 권한다면 우정능선을 먼저 꼽고, 그 다음에 용추코스를 권하고 싶다.
정상에 오르면 하트모양의 정상 표지석이 서 있는데, 이 산을 찾는 이 중에 여기서 사진 한장 안찍은 사람은 없을 터. 주말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할 정도다. 정상에 서면 명지산과 화악산 등 경기도의 최고봉들이 잇따라 눈앞에 펼쳐진다.
▲ 백둔리 코스
백둔리~장수폭포∼장수능선∼연인산(5.7㎞, 3시간)
백둔리∼장수폭포∼소망능선∼연인산(3.8㎞, 2시간)
▲ 승안리코스
용추휴양소∼물안골∼청풍, 장수능선∼연인산(8.8km, 4시간30분)
용추휴양소∼물안골∼연인능선∼연인산(10.8km,5시간)
▲ 마일리 우정능선코스
국수당∼우정고개∼우정능선∼연인산(5.9㎞, 3시간)
국수당∼우정고개∼연인능선∼연인산( 5.0km, 2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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