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마음

#가족/생활 인기
3 · 오늘 1 · 총 44,875

사랑하는 제자에게

양인태플라비아노·2013. 8. 21. 오후 12:13:53
페이스북에 제자의 짤막짤막한 글들이 올라왔다. 성당을 다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실직문제-헌금문제-고백성사문제-그리고 복직문제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가 힘든 제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스승인 나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글 뿐이었다.

범종님!!!

바쁜 중에도 글을 읽었구려. 고마워요. 다른 글들이 있어서 좀 읽어 보았어. 마음이 어수선한 느낌이 오더군.

그 어수선한 마음까지도 다 읽고 계신 하느님은 결코 그것으로 인해 벌하지는 않지,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죄를 진다해도 결코, 정말로 결코, 벌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져. 하느님은 결코 그렇게 쩨쩨한 분이 아니라는 믿음을 나는 발견하지. 그런 옹졸한 하느님이라면, 이미 그 하느님은 하느님의 속성을 잃게 되는 것이지. 하느님의 피조물인 태양마저도 하나의 티끌에 지나지 않아. 그러한 태양마저도 온 인류에게 똑 같은 에너지와 빛을 보내주는데, 구름에 가리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스스로 돌아눕는 바람에 밤도 왔다가, 낮도 왔다가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잖아? 모든 것은 자기 자신에게 투영된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 때문이지.

요즈음 드라마 “굿 닥터” 중에서, 주원이가 한 얘기- 천국은 있어, 천국으로 가는 문은 자기의 가슴 안에 있다-는 얘기는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얘기이지.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가슴에 있는 천국의 문은 밝은 대낮같이 열리기도 하고, 어두운 마음속에서는 그 문이 굳게 닫히기도 해.

우리의 머리카락 수까지도 알고 계신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을 필요도 없어, 이미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의심한다는 것이지.

그리고 헌금에 대한 생각도 어수선하지? 이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이 무엇이 부족하겠어? 부담스러우면, 건축헌금 같은 것 내지 않아도 돼. 그런데 그러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죄를 짓는 것 같아져. 그리고 마음의 문이 닫히게 되지. 그러면 방황하고, 어수선해지게 돼. 그런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면서, 십자가의 예수님과 대화를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면 그 헌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지.

기도도 마찬가지야 하느님께 기도 많이 하면, 하느님이 배가 부르기를 해?, 기쁘기를 해?, 하느님도 골치 아프실 거야.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인간이 기도를 함으로서 우리들 자신이 기뻐지고, 행복해질 것임”을 아시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숙제를 주신 거야. 부자지간의 관계를 생각해봐 아버지가 아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면서 아버지가 번 돈으로 학원 보내고, 학교 보내고 해도 자식은 불평뿐이지. 그런데 그게 자식을 위한 것이지, 아버지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잖아?

매가 잡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동안에는 더 큰 물고기를 보아도 결코 그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없어, 그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반듯이 입에 있는 작은 물고기를 뱉어내야 만 가능하지. 조금씩은 자기를 비워봐. 하느님이 당신에게 더 큰 물고기로 채워 주실 거야.

나도 나의 제자들이 다 잘 되길 기도하고 있어, 나의 아버지는 60을 못 넘기시고, 세상을 일찍 떠나셨지. 그런데 늘 하시는 말씀은 부모는 자식의 밑거름이라고 말씀하셨지. 스승도 마찬가지야, 스승은 제자의 밑거름이니까.

너무나 글을 길게 썼군. 끝까지 읽어주어서 고마워. 늘 건강하고, 기쁘고, 행복한 가정이되길 비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