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만의 숲에서 얻는 즐거움
슬며시 웃고 마는 자연의 사랑이랄까?
이 숲 속에 있노라면 내 마음 속에서도 한 마리의 새가 나는 듯한
평화로움에 땅거미가 질 때까지도 아무런 생각없이 지낼 수가 있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며 아무렇게나 자라났던 풀꽃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며칠째 함박눈이 오롯이 내리던 날.
난 오히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골짝의 녹색 바람.
계곡을 따라 내려온 바람이 견고한
녹색으로 물든 숲을 지난다고 상상해 보십시다.
이 바람을, 이 공기를 한번이라도 맛보면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간직한 숲의 신비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녹색 공기의 청신한 맛을 새롭게 느낄수 있는 바람은 숲의
진면목입니다. 그 중 솔숲이 만드는 바람은 격이 다르죠.
사실 소나무 숲은 쉽게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소리를 내면 잠든 영혼을 깨우듯 숲 전체가 웅장한 소리를 냅니다.
서늘한 바람이 솔숲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내는 '쏴~ 아'하는 소리는
영혼을 흔들어 놓죠.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은 솔잎을 가르는 장엄한
바람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며 시기와 증오, 원한을 가라앉히고자
솔밭에 정좌하여 태교를 실천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안개 속의 숲.
자연과 교감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는 이 만이
누릴 수 있는 안개가 자욱이 낀 신비롭고 신성한 공간의
안개숲. 형상이 뚜렷하지 않는 나무들이 있는 숲을 대하면
어느틈에 神들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 합니다.
하늘로 뻗은 아름드리 나무 줄기는 神殿의 거대한 기둥을 생각케 합니다.
안개를 헤쳐나가면서 숲을 가슴에 담는 기분은 경건함과 두려움입니다.
神을 만나러 가는 수행자의 마음가짐이 이러할 테니까요.
단 한 음절인 '숲'이 간직한 다양한 의미 중 하나를 경험하는
가장 복잡하며 오묘한 생태계라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죠.
숲 이슬.
이른 아침 걸음 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슬 맺힌 숲길.
거미줄에 매달린 영롱한 이슬에 눈맞춤한 적이 언제였던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변함없는 일상의 삶에 우리를 구속하는 시간.
부와 명예를 잠시 접어두고 자연의 순수함에 빠져본 적이 언제였던가?
풀잎에 맺힌 이슬이 떨어집니다.
신발이 젖고 바지 가랭이가 젖어듭니다.
이슬은 소매깃을 적시고 마침내 윗도리까지 적십니다.
찬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듭니다.
허나 신발이 젖는 것을 두려워 마시라.
옷을 버린다고 안타까워 마시라.
젖으면 어떻고 젖은 신발과 옷 때문에 전해오는 향기를,
양팔에 돋는 소름을 오히려 한번 즐겨보십시다.
이슬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직
그대 만이 누릴 수 있는 숲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칼 슈타미츠 // 바순 협주곡 F장조 2악장 Molto adag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