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통닭 한 마리
양념통닭 한 마리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은 시골에 살았습니다. 동네에 가게도 하나였고, 마을에 버스 들어오는 건 고작 두 번인 시골에 살면서 불편한 점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걸 안 것은 머리가 굵어지면서입니다.
무슨 특별한 날에만 양념통닭 한 마리를 주문해 네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먹다가, 제일 먼저 손을 떼시는 부모님을 보며 닭을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믿었습니다. 아버지가 종일 택시를 운전하는 동안 빛에 그을려 까맣게 탄 왼쪽 팔을 보고도 모든 아버지 팔은 다 그러하다고 믿었습니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임에도 부모님은 내게 병우유와 영양제를 사 먹였습니다. 하지만 난 종종 고마움보다는 부모님께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콩알만 한 딸이 객지 생활하는 동안 동문서주하며 부실하게 먹고 사는데, 어린 딸이 불쌍하지도 않으신지 어쩌다 집에 내려갔을 때 두 분이서 양념통닭을 시켜 드셨는지 텅 빈 통닭 상자가 있더군요.
“우리 없어도 엄마아빠 잘 드시고 잘 지내시네”라며 볼멘소리를 질렀던 몸만 커진 자식. 그런 자식 눈을 피하며 미안해하는 부모님. 왜 내 입만 입이라고 생각했을까 뒤늦게 후회하는 자식.
이제야 힘겹게 자식 뒷바라지 다 하시고, 간신히 허리를 편 부모님께 이 철 없는 막내딸이 살갑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나름대로 서운한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직은 통닭을 맘껏 사 드릴 만큼 돈을 벌지 못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따끈한 통닭을 사 들고 가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동안 잘 키워주신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을 보여드릴 그때까지 부모님이 아주 오래오래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천예진 님|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 월간좋은 생각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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