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전례분과)
2008년 1월 전례회의 시간에 2월 28일 서울대교구 사목위원회 주최로 명동성당에서 전례교육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는 한번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2년여 전례봉사를 하면서 내가 전례봉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특히 우리 전례단원들 끼리도 다소 의견차이가 발생하는 독서와 해설의 형식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6시에 약속장소인 신석 초등학교 앞 에 있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오후 7시 30분에 교육이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저녁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저녁약속을 한 것입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부단장님이 먼저 와 계셨고 잠시 후 단장님이 도착 했습니다. 곧이어 음식을 주문했는데 20분이 지나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25분이 되자 음식이 나왔는데 주문한 음식과 다른 음식이 나오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졌음을 알았습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교육시간이 빠듯하여 서둘러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시간이 6시 45분을 지나고 있었지요. 마음이 다급해 지기 시작 했습니다. 대흥역 사거리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직진해서 이화여대 앞 사거리에서 시청 쪽으로 우회전하여 가야 할지 아님 여기서 우회전하여 만리동 고개를 넘어 서울역으로 돌아가야 할지..... 문득 마포에 이사 오기 전에 퇴근길로 주로 애용했던 시청앞길이 퇴근 할 때 마다 막혔던 것이 생각나서 우회전하는 것이 빨리 갈 것 같아서 핸들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우회전 하자마자 ‘아뿔사’ 차가 꽉 막혀 있었습니다. 금방 뚫릴 것을 기대하며 슬금슬금 앞차를 따라가고 있는 동안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흐르던지 벌써 7시를 훌쩍 넘기고 7시1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단장님이 물으셨죠
“어디로 갈 건가요?”
그래서 서울역 앞으로 해서 남대문을 지나 한국은행 앞으로 해서 명동성당으로 우회전 할 것이라고 했더니 공덕동 로터리에서 P턴 하여 충정로 로 해서 시청 앞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차마 예전에 퇴근할 때 매일 매일 막혔었다는 말을 못한 것은 대흥역 사거리에서 공덕동 로터리까지 오는 동안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공덕동 로터리에 도착하니까 차들이 뒤 엉켜서 직진 차를 막고 있었고 서로 먼저 가겠다고 경적음을 울렸습니다. 그 때 대건 안드레아 회계님이 전화 하셨지요. 벌써 교육장에 와 계시다고 하시면서 언제 오냐고 했습니다. 공덕동 로터리라고 말씀드리고 서둘러서 가겠노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마음이 더 조급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공덕동 로터리에서 P턴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 저희들 지금 어디 가는지 아시죠?, 지금 이대로 가면 지각하는 거 잘 아시지요? 하느님 알아서 해 주실 거죠?”
말이 기도지 거의 협박성 대화였지요. 그런데 다급하던 마음이 순식간에 싹 가시는 겁니다. 다른 때 이런 상황 이었으면 웬만한 노란불은 무시하고 지나갔을 텐데 그러지 않았던 것도, 횡단보도 신호등을 깜빡거릴 때 휙 지나가지 않았던 것도 조금 전 기도 덕분 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불과 10 분도 안 되어 명동성당에 도착 했습니다. 명동성당 벽에 차 앞부분을 바싹 붙여서 주차 하면서 수고한 자동차에게도 한마디 할 수 있었던 것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 하느님 성전에 머리를 대고 하느님의 향기를 가까이서 실컷 맡고 있으렴”
명동성당 뒤에 있는 사목회관으로 가는 길은 가로등이 없어서 어두컴컴했습니다. 제대로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저 멀리 불빛을 바라보며 가다 보니 사목회관이 나왔습니다. 2층 입구에서 등록신청을 하고 교육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벌써 많은 교우 분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차 한잔씩 마시면서 숨을 돌리고 있으니 교육이 시작 되었습니다.
‘아, 드디어 전례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교육 제목이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전례분과의 역할’
강사로 나오신 신부님은 2008년 서울 대교구 사목위원회의 지침 이라고 하면서 각 본당 전례분과에서 해야 할 역할 중에서 단계별 세례교육을 강조 하셨습니다. 또 예비신자 대부모 선정을 교리교육 초기에 하고 그 대부모에 대한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에 전례에 대한 구체적 행위들을 말씀하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신부님께서는 성독(Lectino Divina)의 중요성에 관하여 말씀을 시작 하시더니 끝나는 시간까지 성독(聖讀)의 중요성만 말씀 하셨습니다.
그토록 기대하고 있던 전례의 형식과 의식 순서 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말씀하지 않으셨지요. 교육을 마치고 어두컴컴한 성당 뒷길을 다시 걸어서 내려오고 있노라니 왠지 모를 낯 뜨거운 것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독서와 해설을 하면서 형식에 연연 했던 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 이 떠올랐기 때문 이었습니다.
신부님은 강의 첫 머리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독서를 할 때 기능적으로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독서를 통하여 많은 교우분 들이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전례를 통하여 예수님의 성체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말씀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성독(聖讀)’
그동안 과연 내가 성독을 했을까 하고 돌이켜보니 고개가 절로 숙여 졌습니다.
성독은 커녕 ‘독서하다가 실수 하면 어쩌나 , 해설하다가 실수 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스런 마음으로 독서와 해설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즉 기능적으로 독서와 전례 순서를 읽기만 했지 말씀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두고 성스럽게 읽은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또 강의 말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우리가 매일 행하는 전례는 시작부터 끝까지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을 향한 기도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신자들은 전례를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그 말씀과 기도가 교우들의 마음속에 울려서 가득 채워 질수 있도록 전례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서 말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전례봉사자의 역할이며 이러한 삶을 추구할 때에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롭게 변화될 것입니다......”
지난 2년여 전례봉사를 하면서 기능적이고 외형적으로 봉사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내면적이 봉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독서를 할 때에는 그날 읽어야 할 독서를 여러 차례 성독 하고 그 말씀 중에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수없이 반복하여 독서대에 올라서기 전에 그 구절을 암기하고 그 암기된 구절이 내 마음에 울려 퍼져서 또 다른 구절들이 함께 마음에 가득 찰 때 비로서 독서대에 올라서서 나의 마음을 그대로 교우 여러 분들께 나누어 드려서 전례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말씀을 받아 모실 수 있도록 하고 해설 할 때에도 그 날의 말씀과 화답송, 기도문을 성독하여 마음속에 가득 채우고 해설에 임해야 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어쩌면 전례봉사는 처음부터 형식은 없고 말씀과 기도만 있었던 것인데 그동안 나는 있지도 않은 것에 연연 했다는 생각을 할 즈음 또 다른 내 자신의 어리석음들이 어둠속에 앞 다투어 녹아내려와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든 밤이었습니다. 저 멀리 명동성당 뒷 뜰에 놓여있던 촛불들이 부끄러운 어둠을 보듬어 주지 않았다면 캄캄한 길을 제대로 못 내려 왔는지도 모릅니다.
2008년 2월 28일 전례분과 교육을 받고 나서......
P.S 교육 시작하기 전에 다른 신부님께서 오프닝 강의를 하셨는데 전례 봉사를 하다보면 주변에서 이렇구 저렇구 말이 많은데 그런 말에 속상해 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전례봉사는 하느님을 향한 봉사이며 하느님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분이기 때문이랍니다. 전례단원 여러분 홧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