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성탄 메시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김종업로마노

2022. 12. 25. 오전 7:25:05


 2022년 성탄 메시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2)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상을 구원하시는 빛으로 오시기를 고대해 왔던 구세주께서 우리 에게 오셨습니다. 

아기 예수님 성탄을 맞이하여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그리고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소 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 는 모든 이들, 또한 북녘 동포들과 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 들을 포함한 세상 온 누리에 주님 성탄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기를 기 도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천여 년 전 유다 지방의 베들레헴이라는 다윗 고 을, 산골 마을 어느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다 윗 가문의 메시아가 말구유에 누워 계십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오랫동 안 기다려왔던 영광스러운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라, 아주 초라하고 연 약한 모습으로 오신 구세주이십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진 아 기 예수님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얼기설기 엮어진 마구간 지붕 사이 로 밤하늘의 별들이 들어옵니다. 

아기 예수님의 그 맑은 눈동자가 하 늘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발밑만 보지 말고, 가끔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우리네 삶이 고달프고 팍팍하여 그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서로를 받아들이 고 포용하는 품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각자 극과 극으로 달려가며, 서로 대립하고 대치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음을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보게 됩 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사 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시공의 제약을 넘어 통교를 가능케 하는 고마운 기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내면까지 이어주는 인격적인 교류로 깊어지기보다는, 자기주장 또는 자기과시의 무대가 되거나 상대적인 박 탈감과 소외감을 조장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 게 현대의 기술 문명이 외적이고 피상적인 가치를 추구 하도록 부추기는 영향 때문인지 현대사회는 눈을 들어 멀리 보고, 높게 보는 법을 잊어버린 듯 보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아기 예수님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가 눈에 보이 는 물질적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의미와 더 높은 가치가 있음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발밑만 바라볼 때, 혹은 앞만 바라보고 달릴 때 옆 사람은 경쟁자로 보 일 뿐이지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저 높은 곳을 향할 때, 서로는 길동무가 되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만 나게 됨을 체험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만연 하고 있는 배타와 배척, 대립과 대치를 넘어 ‘서로 다름’ 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눈을 들어 저 멀리, 저 높이 바라볼 수 있을 때, 서로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이고 이웃임을 알게 됩니다. 피상 적인 가치,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되어 서로를 경쟁자로 만 여겨 밀치기보다는 더 깊은 의미와 더 높은 가치를 볼 수 있을 때, 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이웃이고 함께 나아가는 길동무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한류 문화가 여러 면에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 어 자랑스럽지만, 우리에게는 더 큰 가치를 두고 추구 하고 증거해야 할 궁극의 한류가 있습니다. 

그것은 남 북이 참된 평화를 건설하여 전쟁으로 갈라지고, 패권으 로 갈라지고 있는 세계에 평화의 길을 보여주고 제시하 는 그런 ‘새롭고도 선도적인 한류’입니다.

참된 평화는 그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경 청하고 포용하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눈을 들어 저 높은 하늘을 바라봅시다. 

눈앞의 가치, 피상적인 가치를 넘어 추구해야 할 참된 가치가 있음을 기억합시다.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은 눈을 들어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라고 우리를 깨우치십니다. 

성탄의 기쁜 은총이 여러분과 가족들, 그리고 온 겨 레와 세상 모든 이들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