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로마 미사 경본」(한국어판) 살펴보기
신자들이 응답할 때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 「로마 미사 경본」(한국어판).
전례는 개인의 기도가 아니라 교회의 공적인 기도다. 전례에 관해 정해진 내용과 절차를 담아 교황청의 권위로 반포하는 것이 ‘전례서’다.
모든 전례와 교회 생활의 중심은 미사다. 1965년 막을 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반포된 미사 전례서로는 기도문을 담고 있는 「로마 미사 경본」과 선포될 말씀을 담고 있는 「미사 독서」, 성가를 담고 있는 「미사 성가」가 있다.
미사의 기도문과 독서는 교회 달력인 전례력, 교황청이 정한 기도문과 독서 목록을 따른다. 지역마다 언어가 달라도 전 세계에서 미사가 같은 구조와 내용으로 봉헌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로마 미사 경본」은 각 전례일에 따른 미사의 고유 전례문들을 수록한 것이다.
경본(經本)의 라틴어판 원본은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발행하며, 번역본은 각국 주교회의가 그 나라 말로 번역한 뒤 교황청의 추인을 받아 지역 교회의 공식 미사 경본으로 사용한다. 지역 교회의 상황을 반영한 적응 지침과 고유 전례일(축일ㆍ기념일), 전례일 등급 변경도 교황청의 추인을 받아 확정된다.(교회법 제838조 참조)
미사 경본의 역사
초창기 교회는 고정된 전례문 없이 즉흥적으로 기도를 바쳤다. 3∼4세기 들어 미사 전례문을 글로 적어 낭송했으나 경본의 형태를 갖춘 것은 아니었다.
사제가 전례문을 즉흥적으로 낭송하거나 임의로 작성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407년 카르타고 공의회는 “모든 전례문은 공적으로 교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면서 전례문을 고정했다. 6세기 이후 한 권으로 묶은 전례집이 등장하는데, 이를 「성사집」(聖事集)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미사’라는 용어가 아직 사용되지 않았고, 성찬례를 그냥 ‘성사’라고 불렀다.
‘미사 경본’이라는 용어는 중세 때부터 사용됐다. 기도문과 독서, 성가 등 미사에 사용되는 모든 전례문을 한 권으로 모은 「통합 미사 경본」 형태였다. 「통합 미사 경본」 형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유지되다가 공의회 이후 다시 「미사 경본」, 「미사 독서」, 「미사 성가」로 분리됐다.
미사 경본의 역사를 크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과 이후로 나눌 때 이전 시기를 대표하는 것은 1570년 비오 5세 교황이 반포한 미사 경본이다. 중세 시대 성당과 수도회별로 개별적으로 사용하던 미사 전례문을 통일한 것으로, 공의회 직전까지 수차례 개정됐지만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으로 1970년 새 미사 경본이 나오기까지 400년간 사용됐다. ‘비오 5세 성사집’이라고 부른다.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의 결과를 반영해 1970년 펴낸 것이 「로마 미사 경본」(표준판)이다. ‘표준판’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라틴어 미사 경본을 표준으로 삼아 각 나라말로 번역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공의회 이전에는 전 세계 모든 미사를 라틴어로 봉헌했기 때문에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신자들은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려웠다. 이 미사 경본은 성경 말씀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20%에서 80%까지 늘렸다.
표준판이 반포된 지 5년 후인 1975년에는 그동안 발견된 개선점을 반영한 「로마 미사 경본」(제2표준판)이 나왔다. 그때부터 27년이 흐른 2002년에는 제3표준판이 반포됐다. 제3표준판은 표준판이 반포된 후 30여 년간 각 나라 교회가 모국어로 미사 경본을 번역하면서 교황청의 인가를 받아 적용했던 수많은 ‘적응’ 사례를 반영한 것이다.
제3표준판의 사소한 오류를 수정하고 보충한 것이 2008년에 나온 제3표준 수정판으로, 현행 「로마 미사 경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반포된 미사 경본들은 모두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기에 통틀어 ‘바오로 6세 성사집’이라고 부른다.
「로마 미사 경본」(한국어판) 주요 변경 내용
「로마 미사 경본」 한국어판은 라틴어판 원본(제3표준 수정판)을 우리말로 온전하게 옮긴 것이다. 변경된 내용이 이전보다 원본의 본래 뜻에 더욱 충실하다는 의미다. 번역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맡았다. 변경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사 통상문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에서 추가된 ‘영’(spiritu)은 사제 개인의 영혼이 아니라 사제가 성품성사 때 받은 사제의 은사와 직무를 가리킨다. 사제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를 일깨운 것이다.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에서 바뀐 ‘많은’은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8)라는 성경 본문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과거에 ‘모든’이라고 쓴 것은 예수 그리스도 속죄 예물의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에서 ‘보라!’는 과거에는 본문에 있다가 삭제한 것을 이번에 다시 살렸다.
▲ 전례일 명칭
▲ 한국 고유 전례력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 신심 미사로 조정된 것은 같은 성인은 한 번만 기념한다는 원칙에 따라서다. 한국 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9월 20일)에 김대건 신부를 기념하고 있다.
▲ 기타
미사 전례문을 노래로 바칠 수 있도록 라틴어판 「로마 미사 경본」의 그레고리오 악보를 다듬어 실었다. 라틴어판의 4선 악보 가락을 존중하되, 사제와 신자들이 우리말로 쉽게 노래할 수 있도록 5선 악보로 바꿔 편곡한 것이다. 음높이는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
주교회의가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라 마련하고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미사 경본에 삽입한 ‘한국 교구 적응 지침’도 게재했다.
장례 예식에서 고별식은 반드시 시신이 있을 경우에만 거행해야 하지만, 한국 교회는 ‘한국 교구 적응 지침’에 따라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유골만 있거나 시신이 없는 경우에도 고별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기도문은 알맞게 바꿔 적용해야 하며, 유골도 없는 경우에는 성수 뿌림과 분향을 하지 않는다.
전례 거행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오르간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관악기와 현악기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타악기는 특별한 경우에 신중하게 검토해 사용해야 한다. 악기의 사용은 거룩한 목적에 맞아야 한다.
새 미사 경본은 라틴어판에는 없지만 주교회의가 마련해 교황청의 추인을 받은 한국 고유 미사 전례문을 수록했다.
「미사 독서」와 「복음집」
이번에 「로마 미사 경본」(한국어판)과 함께 나온 「미사 독서」는 교황청이 정한 미사 독서 목록과 한국 교회 고유의 미사 지향에 따른 독서와 복음,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을 집대성한 책이다. 「미사 독서」가 교황청 추인을 받아 공식적으로 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 시기와 미사 지향에 따라 총 4권으로 이뤄졌다. 「미사 독서」 독서와 복음 본문은 한국 천주교 공용 「성경」을 따랐고, 화답송 등에 쓰이는 성경의 시편은 「성경」 본문을 전례용으로 윤문한 전례 시편을 따랐다.
「복음집」은 미사 독서 중에서 복음만을 모아 복음서 각 권과 장절을 순서대로 엮은 책이다. 복음집은 주교ㆍ사제 서품식 등의 장엄 미사와 주교좌성당을 비롯한 크고 웅장한 성당의 미사에 쓰인다. 교회는 복음에 존경을 표시하는 행위로 미사 때 복음집에 대해 행렬, 높이 들어 올림, 입맞춤 또는 절, 분향 등을 하고 있다. 「복음집」은 보통 겉표지를 품위 있고 아름답게 장식해 사용한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신자들에게는 이전 미사 통상문과 거의 달라진 것 없이 사소한 것들만 바뀐 것으로 보이지만 미사 통상문의 문구 하나하나가 신학적으로는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새 미사 경본 발행을 계기로 신자들이 미사와 미사 전례에 쓰이는 문구 한 마디 한 마디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새겨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0월 22일, 남정률 기자]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 무엇이 달라졌나
전례 의미 명확하게 담고 우리말 어법과 원문에도 충실
- 새로 번역 · 발간된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공식 사용하게 된다. 인쇄와 제본 등 외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질과 견고함을 보인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전례는 교회의 공적 기도다. 따라서 전례서에는 교회의 공적 기도 내용과 절차 등을 담아내며, ‘사도좌의 권위로 반포’한다.
특히 미사는 모든 공적 기도와 신앙생활의 중심이 된다. 그만큼 「미사 경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전례서다. 또한 경본의 단어 하나하나는 매우 신학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우리가 주일과 매일 미사 때마다 사용하는 ‘미사 전례서는’ 기도문을 담고 있는 「로마 미사 경본」과 「미사 독서」, 「미사 성가」로 구성된다. 이번 특집에서는 새로 번역, 발간된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의 특징과 변화된 내용 등에 관해 짚어본다.
로마 미사 경본
전 세계 곳곳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로 미사가 봉헌된다. 하지만 신자들은 어느 성당 미사 미사에 참례하더라도 같은 구조와 내용의 미사를 드릴 수 있다. 미사 기도문과 독서는 교회 달력인 전례력과 교황청이 정한 기도문, 독서 목록 등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로마 미사 경본」이라고 부르는 책은 이렇게 각 전례일에 따른 미사의 고유 전례문들을 수록하고 있다.
각국 주교회의는 라틴어로 발행된 미사 경본 원본을 모국어로 번역, 출판해 각 지역교회의 공식 미사 경본으로 사용한다. 이 미사 경본에는 각 지역교회의 상황을 반영한 적응 지침과, 고유 전례일, 전례일 등급 변경도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함께 싣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을 통해 1970년, 「로마 미사 경본」 첫 번째 판이 반포됐다. 이 미사 경본 덕분에 각국 민족들은 동일한 전례를 자신의 모국어로도 거행할 수 있게 됐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로마 미사 경본」 발행 5년 뒤엔 첫 번째 판을 보완한 ‘제2표준판’을 반포했다. 이어 2002년에는 ‘제3표준판’을 내놓았다. 이 판은 각 지역교회가 미사 경본을 각국 언어로 번역, 적용하면서 낸 의견들을 반영해 만들었다. 2008년에는 제3표준판을 수정, 보충한 ‘제3표준 수정판’을 반포했다.
주교회의는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로마 미사 경본」 제3표준판과 그 수정판을 발행함에 따라, 그동안 해온 개정 작업을 거듭 보완하고 수정해 새로운 우리말 경본을 선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발행한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론 악보를 꼽을 수 있다. 새 미사 경본에는 미사 전례문을 노래로 바칠 수 있는 그레고리오 악보를 다듬어 실었다. 라틴어판에는 4선 악보 가락으로 실려 있지만,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에는 사제와 신자들이 보다 쉽게 노래할 수 있도록 5선 악보로 편곡해 담았다.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 번역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번역 전담자와 총무가 맡아 초안을 작성했으며, 전례서 독회팀이 본문을 대조하며 우리말을 다듬고 수정안을 마련했다. 최종 감수는 전례위 위원들이 공동으로 했다.
주교회의는 수십 년 동안 번역작업과 독회를 하면서 기도문을 확정하고, 이를 「매일미사」와 「매일미사 고유 기도문」에 계속 반영해 적응 시험을 해왔다. 덕분에 신자들은 새 미사 경본에서 크게 바뀐 부분을 체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울러 새 미사 경본이 발행되기 전까지 편의를 위해 만들어온 「매일미사 고유 기도문」은 더 이상 발간하지 않는다.
한국 고유의 전례력과 미사 통상문 변경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에는 한국 고유의 전례문도 수록했다. 라틴어판 원본에는 없지만 한국 교구들에서 봉헌하는 신심 또는 기원미사를 위해 한국 주교회의가 마련하고 사도좌의 추인을 받은 전례문이다. 예를 들어 설과 추석, ‘민족의 화해와 일치’, 회갑이나 고희 등에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한국 고유 전례문을 사용한다. 하지만 설 명절이 사순시기 주일이나 재의 수요일과 겹치면 한국 고유 전례문이 아니라 보편 전례력에 따른 미사 전례문으로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
전례일의 명칭은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요청에 따라 라틴어 본문에 가장 충실하게 수정했다.
이에 따라 예수 성탄과 부활 대축일은 ‘주님 성탄 대축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로 변경했다. 또 수식어를 살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위령의 날’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수정했다. 동정 마리아 앞에 붙는 형용사 표현도 ‘복되신’을 넣어 수정했다. 3월 19일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에서는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라는 명칭은 삭제하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로 수정했다.
10월 1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와 12월 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전례일의 등급을 ‘기념일’로 바꿔 정리했다.
미사 통상문 인사들도 라틴어 본문에 좀 더 충실하게 바꿨다.
예를 들어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로 수정됐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결정에 따라 신자들의 응답은 “또한 사제와 함께”에서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뀌었다. 감사 기도에서 주님의 말씀 가운데 “모든 이를 위하여”는 “많은 이를 위하여”로 수정했다.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영성체 전 사제의 말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앞에는 “보라”를 넣고, 신자들의 응답은 “…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로 수정했다.
한편 미사의 허용과 금지는 전례문 사용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장례미사 금지’라는 것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 전례문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미사 때 죽은 이를 위한 지향을 두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따라서 장례미사가 금지된 날에는 전례력에 따라 그날 전례문으로 미사를 봉헌하지만, 권고와 강론, 보편지향기도 등을 통해 죽은 이를 기억하고 미사 때 적절하게 장례 예식을 거행할 수 있다.
미사 독서와 복음집
「미사 독서」는 교황청이 정한 미사 독서 목록과 한국교회 고유의 미사 지향에 따른 독서와 복음,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을 집대성한 책이다.
주교회의가 사도좌 추인을 받아 공식 한국어판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교회의는 전례 시기와 미사 지향에 따라 전체 본문을 분류해 총 4권으로 「미사 독서」를 펴냈다. 그 전에는 한국교회의 사목적 편의를 위해 1978년에 「미사 독서」를, 1996년에 「미사 전례 성서」를 발행한 바 있다.
「미사 독서」의 독서와 복음 본문은 한국 천주교 공용 「성경」 본문을 따라 제작했다. 화답송 등에 쓰이는 성경의 시편은 지난 2008년 주교회의 총회 승인을 받은 전례 시편을 따랐다.
「복음집」은 미사 독서 중에서 복음만을 모아 복음서 각 권과 장절을 순서대로 엮은 책이다. 주교회의는 행렬이나 장엄 전례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복음집을 발행했다. 따라서 평일 복음을 제외하고 주일과 대축일 등의 복음만 싣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2일, 주정아 기자]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 발행… 풍요로운 전례 거행 기대
1975년 첫 번역본 나온 이후 42년 만의 결실, 오는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공식 사용
- 새 「로마 미사 경본」.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이 나왔다.
새로운 미사 경본 발행은 1975년 첫 미사 경본을 번역, 발행한 이후 42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이 미사 경본은 오는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공식 사용한다.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최근 가톨릭교회의 공인 미사 전례서인 「로마 미사 경본」(Missale Romanum) 한국어판을 발행했다. 또 미사 때 봉독하는 독서와 복음, 화답송과 복음환호송 등을 집대성한 「미사 독서」(Lectionarium)와 복음만을 모아 엮은 「복음집」(Evangeliarium), 미사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미사 통상문」(Ordo Missae)도 함께 발행했다.
미사의 기도문과 독서는 교회 달력인 전례력과 교황청이 정한 기도문 및 독서 목록을 따라 바친다. 「로마 미사 경본」은 각 전례일에 따른 미사의 고유 전례문들을 담아낸 책이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로마 미사 경본」 라틴어판 원본을 발행하고, 각국 주교회의는 이 경본을 모국어로 번역한 후 사도좌의 추인을 받고 출판한다.
주교회의는 1975년 우리말 첫 미사 경본을 펴낸 바 있다. 이어 한국 고유 예법과 어법에 맞게 개정한 미사 통상문을 1996년에 발행하고, 로마 미사 경본 개정판 번역 작업을 지속해왔다. 경본 전체 번역 기간 중에는 필수적인 부분을 먼저 번역해 「매일미사」와 「매일미사 고유 기도문」에 계속 반영해왔다.
새로 선보인 미사 경본은 라틴어판 최종본과 그 수정판을 보다 충실하게 번역한 것이 특징이다. 전례일 명칭과 우리말 미사 통상문의 일부 구절 등을 라틴어 본문 의미에 더욱 맞게 수정한 것이다. 이 경본에는 한국 고유 전례력의 미사 전례문도 함께 실었다. 이에 따라 한국 신자들도 보편교회와 일치해 더욱 장엄하고 풍요로울 뿐 아니라 우리말에 더욱 합당한 전례를 거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새 미사 경본에는 라틴어판 원본에 있는 악보를 모두 수록해 본래 의미의 ‘노래 미사’(Missa Cantata)를 봉헌할 수 있게 됐다.
주교회의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는 “노래까지 모두 포함된 ‘온전한 형태의 품위 있는’ 미사 경본을 갖게 됐으니, 개개인 모두가 미사 성제에 좀 더 합당하게 다가가도록 노력하자”고 전했다. 이어 “미사 성제에서 성체를 받아먹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제사 정신을 되새겨, 이웃을 위해 나누고 헌신하는 성체성사 중심의 삶을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미사 통상문 중에서 변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신자들의 응답 부분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신자들의 응답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영성체 전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고 응답하는 부분은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로 바꿨다. 어린이미사 경문도 별도로 만들지 않고 새 경본을 공통으로 사용한다.
경신성사성의 의견과 결정에 따라 전례일의 명칭과 등급도 수정했다. 기존 예수 성탄과 예수 부활 대축일로 부르던 명칭은 라틴어 ‘Dominus’의 뜻을 살려 ‘주님 성탄 대축일’, ‘주님 부활 대축일’로 부른다. 설과 추석 미사는 ‘기원 미사’로 변경했다.
특히 이 경본에는 새로운 제작기법과 수작업 등을 적용, 인쇄와 제본 등 외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질과 견고함을 보이고 있다.
주교회의는 새 미사 경본 발행에 이어 견진, 병자, 혼인, 장례, 유아세례, 서품 등 각종 예식서들도 조만간 발행할 예정이다.
※ 문의 02-460-7582~3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2일, 주정아 기자]
우리말 새 ‘미사 전례서’ 발간의 의미
“전례서들은 전례 행위에서 실제로 천상 실재를 드러내는 표지와 상징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참된 품위와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49항).
교회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큰 신비인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는 데 알맞은 공간과 시간 그리고 거룩한 표지와 상징들에 특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왔다. 올바른 전례 거행을 위한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자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품위 있는 전례서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다가오는 대림 제1주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될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을 비롯한 「미사 독서」와 「복음집」의 발행으로 한국 천주교회도 비로소 성찬례 거행을 위한 온전한 형태의 전례서들을 갖게 된 것이다.
1975년에 발행한 우리말 첫 「미사 경본」은 1996년 「미사 통상문」을 새로 개정함과 동시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니 무려 20여 년 만에 맞이하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신자들은 종전의 「미사 통상문」에서 번역상 바뀐 일부 표현에 대한 적응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사제들은 단지 거행의 편의를 위해 「미사 통상문」과 함께 「매일 미사」와 주례자용 「매일 미사 고유 기도문」의 사용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전례서의 발행이 기존의 미사 거행에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례에서 사용되는 모든 사물이 지닌 거룩한 상징성을 생각할 때 전례서 자체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 전례서들은 하느님 백성이 이천 년 넘은 역사에서 체험한 신앙을 보존하며, 그것을 표현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사랑의 성사」, 40항). 마찬가지로 「미사 독서」와 「복음집」은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 전례서들은 봉사자, 행위, 장소, 다른 요소들과 어울려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께서 현존하신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탁월한 표지이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35항). 교회는 미사 거행에서 특히 「복음집」을 「미사 독서」와 구분하여 아름답게 장식함으로써 특별한 공경을 표현해 왔다. 입맞춤과 분향, 높이 들어 올림 또는 촛불과 향로를 든 행렬처럼 미사 거행에서 「복음집」에 공경을 드리는 모든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성경을 언제나 주님의 몸처럼 공경해 왔듯이,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거행하기 위한 올바른 규범과 내용을 담고 있는 미사 전례서들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 활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할 것이다.
전례서의 본문은 전례가 거행될 때 비로소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우리를 참여시키는 행위이자 사건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전례 거행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구원 신비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거행 자체가 하느님의 주도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사제가 축성할 때에는 하느님께서 친히 축성하시는 것이고 독서자가 성경을 선포할 때 하느님께서 친히 말씀하시는 것이다. 성찬례는 본질적으로 성령을 통하여 우리를 그리스도께 다가가게 하는 하느님의 행위이기 때문에 그 기본 구조는 우리 마음대로 바꾸거나 최신 경향에 얽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사랑의 성사」, 37항). 따라서 성찬례의 거행 방식에 대한 특별한 의무를 부여받은 사목자들은 우선적으로 현 전례서들이 제시하는 전례 규범을 알리고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과 「미사 독서 목록」에 나오는 풍부한 내용을 활용하도록 각별한 사목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식의 특정한 구조에 주의를 기울여 충실히 따르는 일은 선물인 성찬례의 본질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 형언할 수 없는 선물을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제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사랑의 성사」, 40항).
[2017년 11월 5일 연중 제31주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