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부활 메세지(염수정 추기경 )

김종업

2015. 4. 4. 오전 8:23:40

 염수정 추기경 부활 메시지 전문.

 

2015년 부활 메시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습니다.” (1베드 1,3 참조)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겨우내 얼어 있던 대지에 다시 생명의 싹이 돋아나고 꽃망울이 피어나는 봄이 왔습니다. 싱그러운 봄과 함께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남과 북의 모든 형제자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온 국민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된 모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특별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주님 은총의 힘으로 희생자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유가족들은 하루빨리 슬픔을 극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무참하게 죽으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절망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을 찾아오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를 건네십니다. 이 만남을 통해 제자들은 스승을 배반했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어 그분을 증거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부활은 죄인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며,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죄와 죽음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전해 줍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부활하신 주님의 빛과 은총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세계 도처에 어둠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테러와 폭력, 전쟁의 위험이 끊이지 않고,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당하며 억울하게 희생되고 있습니다. 테러와 전쟁은 하느님의 뜻에 반하여 고귀한 인간성을 말살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며 소중한 생명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 물신주의와 생명경시 풍조, 진영논리로 인한 비난과 증오가 날로 증가하여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을 어렵게 합니다.  

 

이런 어두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신앙인들은 새로운 삶으로써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크게 변화되어 그분을 만방에 선포하였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제자들의 ‘부활’, 곧 새로운 삶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부활하신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평화의 삶을 각자 삶의 현장에서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사랑과 정의가 충만한 상태”로서, “결코 한 번에 영구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는 모든 사람이 언제나 꾸준히 이룩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 안에 모시고 평화의 길로 나아갑시다. 주님이 주신 평화는 그분의 십자가와 죽음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 평화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희생할 각오를 합시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주님 부활의 은총으로 남과 북이 새롭게 되어 서로 화해와 일치를 위해 더욱더 힘써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며, 순교자의 피는 남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피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남북한의 형제들이 하루빨리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여 함께 평화의 삶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을 뒤로하고 평화와 화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고 희생합시다. 우리 각자의 변화 없이 우리 사회의 변화는 요원합니다. 우리 자신의 변화를 위해 이번 사순 기간에 한국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주도하여 범종교인 차원의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나 자신부터 시작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쇄신의 기치를 드높여 나가겠다는 선언입니다. 이와 같은 훌륭한 실천운동이 각 계층에서 활발하게 이어져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평화롭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새로워져 자신과 가정만을 바라보는 좁은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이웃을 배려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 많은 이들이 더 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여 우리 사회가 하나가 되는 데 힘을 모은다면, 물신주의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와 여러 분열상들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많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다시 생생한 희망을 줍니다. 우리도 주님의 제자들처럼 새롭게 변화되어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안에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형성되실 때까지 그분을 닮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더 이상 죽음의 어둠 속에 있지 않고, 부활의 빛과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가정에 주님 부활의 생명과 빛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2015년 부활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2015년 부활 담화문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인 마르코 복음을 보면,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세 여인은 돌아가신 예수님께 향료를 발라 드리려고 무덤에 갔습니다. 거기에서 그들은 예수님을 뵙지 못하고 흰 겉옷을 입은 젊은이의 말을 듣습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 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마르 16,6). 

2.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 신앙 진리의 정수”(가톨릭교회교리서 638항)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안에서 예수님의 부활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진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 특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진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셨다는 사실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교회가 파스카 신비의 핵심부분으로 가르쳐 온 신앙진리이기 때문입니다. 

3.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겪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제물이 되게 하셨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 놓으신 그리스도께서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십자가의 삶을 당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이러한 당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3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추기경들과 함께 시스티나 성당에서 첫 공식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이 미사에서 교황님께서는 “주님 앞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걸어갈 용기를 가지고,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주님의 피 위에 교회를 세우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유일한 영광으로 고백하고 증언하자”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십자가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4.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는 그 분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걸음으로써 부활을 체험하고 각자의 삶 안에서 그 기쁨과 생명의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잘 지내고 편안할 때 곧잘 다른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그들의 문제와 고통, 그들이 당하는 불의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맞서 교황님께서는 본당과 공동체는 “무관심의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자비의 섬”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가난하고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돌보고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나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기주의가 보편화 되어 있고, ‘나’이외의 것은 관심조차 없는 개인주의가 점점 팽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물질만능주의와 결합되어 ‘인간과 생명’을 경시하고 ‘개인’의 권리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이, 우리 사회의 기초이며 토대인 가정공동체와 부부사랑은 위기 앞에 놓여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이면에 ‘무관심’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관심에 맞서 그리스도인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의 빛으로 무관심의 어둠을 몰아내고, 그릇된 풍조에 맞서 올바른 가치를 존중하고 수호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우리 교구 공동체 구성원들은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 참조)이 바로 부활의 기쁜 소식의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죽음을 쳐부수고 부활하셨으며, 풍성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부활을 통해 사랑의 길, 기쁨의 길,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5 4월 5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