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보내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

김종업

2014. 8. 12. 오후 8:11:44

 

 


한국인에게 보내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 

  




Videomessaggio del Papa Francesco ai coreani
한국인에게 보내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영상 메시지

Cari fratelli e sorelle!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Tra pochi giorni, con l’aiuto di Dio, sarò in mezzo a voi, in Corea. Vi ringrazio fin da ora per la vostra accoglienza e vi invito a pregare insieme con me, affinché questo viaggio apostolico porti buoni frutti per la Chiesa e per la società coreana.
며칠 뒤, 저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보여준 환대에 감사드리며 여러분이 저와 같이, 이 사도적 여정이 한국의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초대합니다.

«Alzati, risplendi!» (Is 60,1)
: con queste parole, che il profeta rivolse a Gerusalemme, io mi rivolgo a voi. E’ il Signore che vi invita ad accogliere la sua luce, accoglierla nel cuore per rifletterla in una vita piena di fede, di speranza e di amore, piena della gioia del Vangelo.
“일어나, 비추어라!” (이사야 60,1) 
: 예루살렘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이 말씀과 함께, 저는 여러분에게 나아갑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이 당신 빛을 기쁘게 받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찬 삶으로, 복음의 기쁨으로 가득 찬 삶으로,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도록 초대하십니다.

Come sapete, vengo in occasione della Sesta Giornata Asiatica della Gioventù. Ai giovani in particolare porterò l’appello del Signore: «Gioventù dell’Asia, alzati! La gloria dei martiri brilla sopra di te». La luce di Cristo risorto brilla come in uno specchio nella testimonianza di Paul Yun Ji-chung e di 123 compagni, tutti martiri della fede, che proclamerò beati il prossimo 16 agosto a Seoul.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저는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가는 것입니다. 특별히 저는 청년들에게 주님의 부르심을 전합니다. “아시아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이,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모든 신앙의 순교자들의 증거를 거울삼아 빛납니다. 저는 다가오는 8월 16일 서울에서 이분들을 복자로 선포할 것입니다.

I giovani sono portatori di speranza e di energie per il futuro; ma sono anche vittime della crisi morale e spirituale del nostro tempo. Per questo vorrei annunciare a loro e a tutti l’unico nome nel quale possiamo essere salvati: Gesù, il Signore.
젊은이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에너지를 가져오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 시대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위기의 희생자들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그들에게 또 모두에게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이름인 “주님이신 예수”를 전하고자 합니다.

Cari fratelli e sorelle coreani, la fede in Cristo ha messo radici profonde nella vostra terra e ha portato frutti abbondanti. Gli anziani sono i custodi di questa eredità: senza di loro i giovani sarebbero privi di memoria. L’incontro tra gli anziani e i giovani è garanzia del cammino del popolo. E la Chiesa è la grande famiglia in cui tutti siamo fratelli in Cristo. Nel suo nome vengo a voi, nella gioia di condividere con voi il Vangelo dell’amore e della speranza.
사랑하는 한국의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은 여러분의 대지에 깊이 뿌리내렸으며 풍성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어른들은 이러한 유산의 수호자들입니다. 이들 없이 젊은이들은 기억을 전수받을 수 없습니다. 어른들과 젊은이들 사이의 만남은 인류 여정의 보증입니다. 또한 교회는 거대한 가정이어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가정의 한 형제가 됩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사랑과 희망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는 기쁨으로 저는 여러분에게 갑니다.

Il Signore vi benedica e la Vergine Madre vi protegga.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동정 성모께서 여러분을 보호해주시기를 빕니다.

 

교황 방한으로 본 한국교회 쇄신 과제

몸소 보여준 ‘쇄신’ 메시지 ‘실천’으로 응답하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각 계층별로 가진 만남의 자리에서 발표한 메시지들을 통해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평신도의 소명으로, ▲세속적 가치에서 복음적 가치로, ▲물질주의와 부유함을 떠나서 가난한 교회로, 그리고 ▲자비롭고, 위로를 주는 교회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가톨릭신문은 교황 방한이 공식 발표된 지난 6월, '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라는 이름으로 설문 조사와 연재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개혁으로 몸소 보여준 교회 쇄신의 메시지에 한국교회가 적극 응답하는 것이 교황 방한 준비의 최우선적인 과제임을 천명했다. 314명의 여론주도층과 일반 신자 등 총 73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현재 교회의 모습이 쇄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고 생각함을 분명하게 밝혔고, 한국교회 안의 뿌리 깊은 쇄신과 척결의 영역과 그 긴급성을 증명했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한국교회의 우선적인 쇄신 과제는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 ▲사목이 아니라 관리가 강조되는 교회 운영 ▲교회 안의 세속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문제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 ▲신앙과 삶의 유리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 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의 자기 성찰과 관련된 언급은 교회의 각 계층별로 가진 만남의 자리에서 발표한 메시지들에 집중돼 있다. 교황은 14일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6일 수도자와 평신도 대표들을 각각 만났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통해 일반 신자들과 만났고, 시복식을 통해서 수십만 명의 신자, 비신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메시지들을 통해 나타난 교회의 쇄신에 대한 촉구는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평신도의 소명으로, ▲세속적 가치에서 복음적 가치로, ▲물질주의와 부유함을 떠나서 가난한 교회로, 그리고 ▲자비롭고, 위로를 주는 교회로의 변화가 교황이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들로 요약된다.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평신도 소명으로

교황 방한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인 124위 시복식에서 교황은 애덕에 바탕을 둔 한국 천주교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삶은 "평신도 소명의 중요성, 그 존엄함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평신도들에게 한 연설(16일)에서는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교회의 친교 안에서 대대로 보존해 온 평신도들의 신앙"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미래는 "친교와 참여, 은사를 함께 나누는 영성에 기초를 둔 교회관의 발전에 전폭적으로 좌우될 것"이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친교의 교회론'을 강조하면서 교회는 평신도들의 "공헌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교회가 지닌 '유일한 사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도록 하기 위해서, 교황은 사제들이 성직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16일 서강대를 '깜짝' 방문, 예수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성직자들의 태도는 너무나 자주 교회에 해를 끼치는 성직주의에 빠진다"며 사목자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교황은 심지어 "교회는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데, 종종 사제들이 그 상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날 교황과 함께 있던 예수회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바로 이 점을 교황은 한국교회에 충고로 주고 싶어한다 단언했다.

교황은 시복된 124명 순교자들 중 주문모 신부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평신도였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교황은 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들은 평신도들에게서 시작되어 여러 세대에 걸친 그들의 충실성과 끊임없는 노고로 크게 자라난, 매우 비범한 전통의 상속자들"이라고 말했다.

세속적 가치에서 복음적 가치로

교회 안에 만연한 세속적 가치에 대한 경고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다. 교황은 주교들에게 한 연설에서 매우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한국교회는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매우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살고 일하기 때문"에 사목자들은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을 따르는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준보다 우선하여 취하려 하는 유혹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래서 분명하게 경고한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형제 사제들에게 권고합니다. 그러한 온갖 유혹을 물리치십시오."

교황은 이미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93~97항을 할애해 이러한 '영적 세속성'은 "신앙심의 외양 뒤에, 심지어 교회에 대한 사랑의 겉모습 뒤에 숨어서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과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교황은 특히 "영적인 세속성이 교회 안에 스며들면 '단순히 도덕적인 다른 모든 세속성보다 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크게 경계하고 "껍데기뿐인 영성과 사목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에서 저희를 구하소서"라고 기도한 바 있다.

물질주의와 부유함 떠나 가난한 교회로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라는 주제는 방한 기간 내내 교황의 모든 연설에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되풀이됐다. 주교들을 향해서는 한국교회의 예언자적 소명 실천은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고, 평신도들에게는 "가난한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일에 직접 참여하는 여러 단체의 활동을 높이 치하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자들을 향해서는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고까지 신랄한 표현을 했다.

교황은 그러나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단지 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회가 그것을 사업적인 차원으로 축소시켜서는 안 되며 "인간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나아가 '교회의 풍요한 유산인 사회 교리'를 바탕으로 한 강론과 교리 교육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 정신이 '그리스도인 생활의 필수요소'로 여겨지고, "신자들의 마음과 정신에 스며들어야 하며, 교회 생활의 모든 측면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롭고, 위로를 주는 교회로

하느님의 '자비'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열쇳말의 하나이다. 서강대에서 교황은 사제들에게 "하느님의 백성을 비난하지 말라"며 "그들을 위로하라"고 말했다.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표현해 온 교황은 이 자리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위로받지 못하는 상처는 없다"며 "바로 이것이 우리(사제)들이 살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수도자들에게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전문가'가 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 기간 중 교황이 보여준, 고통과 고뇌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는 이러한 그의 권고를 그대로 보여준다. 교황은 서울공항에 내리자마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한 손을 가슴에 얹고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교황은 이들 유가족들의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 시복식에 수백명의 유가족들을 예정에 없이 초대하기도 했다.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는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내지 말라"고 권고했고, 트위터에서는 한국어로 "교회가 더 낮은 자세로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자",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로 구원받았으니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자"고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땅에서 보여준 몸짓과 말씀들은 한국 신자들이 모아 준 교회 쇄신 관련 의견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회의 구성원들은 이미 자기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메시지들은 이러한 쇄신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교회 쇄신의 필요성, 의지와 방향 설정은 확인되었으며, 이제 남은 것은 단호한 결단과 구체적인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교황이 남긴 메시지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이 될 것이다.


박영호 기자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4.08.24 발행]

 

 

[교황 방한 결산] 사랑의 화수분, 온몸으로 소통하는 교황

세월호 유가족 손 잡아주며 마음 다해 위로와 치유를



▲ 프란치스코 교황이 청년들에게 이탈리아어 즉흥연설로 신앙 열정을 불러일으켜주고 있다. 공동취재단

▲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한 아기의 입에 손가락을 물려주고 있다. 공동취재단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울 광화문 시복미사에 앞서 오픈카에서 내려 김영오씨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4박 5일간 한국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언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곳곳에서 보여준 표정과 행동이 그의 마음을 모두 대변해줬기 때문이다.

교황은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만나면 한가족이 된 것처럼 '고통에 동참'하고, 어린아이들에겐 주저없는 '스킨십'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할 때엔 주먹을 쥐어가며 강한 어조로 연설했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보며 '파파가 보여준 행위예술'이라고 평했다.



경청하며 함께 아파하는 교황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환영단 속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처음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주교단 환영을 받으며 미소를 보이던 교황은 세월호 가족을 만나자 가슴에 손을 얹으며 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마음속 깊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아픔에 함께하고자 했던 자신의 방문 이유를 도착하자마자 보여준 셈이다.

이 같은 모습은 16일 서울 광화문 시복식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수십만 인파의 환영을 받으며 시복식장에 입장한 교황은 이례적으로 오픈카에서 내려 세월호 가족을 위로했다. 카퍼레이드하며 환한 미소를 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교황은 34일간 단식농성 중이던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손을 잡고 마음을 다해 위로해줬다. 교황은 김씨의 청원을 말없이 들어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경청을 동반하며 고통에 동참하는 교황의 치유 행위다.



아이만 보면 스킨십하는 교황

교황은 아이들을 만나면 가장 밝은 표정을 짓는다. 교황 오픈카로 들어 올려진 갓난아기들을 축복하는 행위는 교황의 전매특허다. 얼굴을 맞대고 뽀뽀하고, 이마에 안수해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가 주는 더없는 축복이다. 교황은 한국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내내 수차례 차를 멈추며 아이들을 축복했다. 오죽했으면 '아이 뽑기 담당 경호원'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어찌 됐든 교황의 스킨십 사랑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은총과 기쁨을 준다.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교황은 장애인들이 준비한 공연을 관람했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 채로 한참 공연을 지켜본 교황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머리 위로 '손 하트'를 그리는 장애인을 따라 함께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같은 몸짓으로 장애인들과도 소통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경악'을 자아내게 한 장면은 교황이 어린 아기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물려준 모습. 부모에게 버려져 엄마의 품과 젖을 그리워했을 아기에게 교황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물려줬고, 작은 아기의 마음까지도 읽어낸 교황을 본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감동했다.



청년들에겐 열정을

교황은 청년들을 만나면 힘 있는 연설가가 된다. 15일 대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 6000여 명과 만난 '청년들과의 만남' 시간에 교황은 느닷없이 영어로 읽던 연설문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교황은 "저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면서 이탈리아어로 즉흥연설을 한 것이다. 교황은 30분간 즉흥연설에서 "주님을 공경하고, 주님 뜻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늘 질문하며 살자"고 힘줘 말했다. 연설 후엔 다가오는 청년들과 격의 없이 셀카(셀프카메라)를 함께 찍기도 했다.

이날 교황 의전을 담당한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는 "교황님께서는 이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와 청년들과 오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시느라 다소 지친 모습도 보였는데, 청년들을 만났을 때엔 어디서 그렇게 힘이 다시 솟아나셨는지 열정적으로 청년들에게 연설하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17일 대전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도 교황은 청년들에게 "Asian youth, wake up!(아시아 청년들이여, 일어나라!)"이라며 분명한 뜻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청년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연설가다운 면모다. 사람을 사랑하는 교황



온몸으로 소통한 교황은 작은 요청도 '기억'하고 지켰다. 세례를 받고 싶다던 이호진씨에게 이틀 후 예정에 없던 세례식을 집전하는가 하면,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가슴에 노란 리본을 계속 달고 있었다.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례한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서는 미사 전 한국정교회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에게서 선물 받은 십자가를 파견 강복 때 사용했다. 미사 전례에서 종교 화합의 상징을 보여주는 교황의 기지가 빛나는 순간이다.

20년간 바티칸을 취재해온 한 외신 기자는 "이전의 브라질ㆍ중동 때와 비교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행동과 몸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 점이 특이했다"며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황의 진심을 더 많이 전하려고 한 것 같았다"고 했다.

교황과 20년 지기인 문한림(아르헨티나 산마르틴교구) 주교는 "교황께서는 사람들 아래로 내려와 편안하고 자상하고 쉽게 대화하시는 분"이라며 "교황님은 신부일 때나, 주교일 때나, 추기경일 때나, 교황일 때나 한결같이 사람을 사랑하고 계신 분"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과거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한 바 있다. 한국어라는 새로운 언어보다 누구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대한민국 곳곳을 아름다운 소통의 현장으로 바꿔줬다. 세상 모든 이들과 살을 맞대고 사랑을 나누는 교황의 진정한 소통을 배우는 것은 우리 몫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4.08.31 발행]